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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Sep 24. 2020

몸이 아플 때

이 걱정, 저 걱정, 별의별 걱정. 걱정과 근심 속에 심신이 지쳐갑니다.

사람에 치이고 일에 밟히면 차라리 아파서 며칠 푹 쉬면 좋겠다는 상상을 할 때가 있죠.

근데 막상 몸이 아플 때는 푹 쉬어 좋기는커녕 아파 죽을 것 같아 괴롭기만 합니다.

다들 한 번씩 아팠던 경험이 있지 않나요? 


팔을 다쳐 8자 붕대를 동여맵니다.

오른손잡이가 오른손을 다치면 갑갑합니다.

글씨도 못 쓰고, 밥을 떠먹을 때도 안 쓰던 왼손으로 하려니 걸음마 아이처럼 음식을 질질 흘립니다.

문을 열려고 오른손을 내밀려다가 왼손으로 바꿔야 하죠. 간지러워 긁으려고 할 때도 무의식적으로 오른손이 나갑니다. 별 도움도 안 되면서요.

왼손을 다치면 그나마 낫지만 컴퓨터 자판을 치지 못합니다. 핸드폰도 한 손으로 해야 하고 책도 제대로 볼 수 없으니 불편하기는 매한가지입니다.  


다리를 다치면 먹고 쓰고 타이핑을 할 수 있지만 의외의 복병들이 괴롭힙니다.

깁스를 한 줄도 모르고 잠시 기지개를 켜고 커피 한 잔 마시려 일어서는 순간 '악!' 

작업에 열중하다 무의식적으로 몸을 트는데 깁스한 다리가 책상다리에 부딪혀 '악'

누워서 몸을 뒹굴 때마다 조심조심, 그러나 비명 소리는 끊이질 않습니다.  


머리가 아프면 집중이 안되죠. 

아이디어를 짜내야 하는데 머리는 욱신거려 돌아가지 않고 신경만 날카로워집니다.

머리를 싸매고 있는 것 없는 것 쥐어짜 내도 모자랄 판에 욱신 욱신 쑤시는 머리만 부여잡습니다.

생각도 안되지만 짜증도 끝이 없습니다. 건들기만 해도 폭발할 것만 같죠.  


배가 아플 때는 엎드린 채 움직이질 못합니다.

쑤시는 통증, 쥐어짜는 통증, 우리한 통증으로 숨만 겨우 쉽니다.

화장실을 몇 번 들락날락거리기라도 하면 진이 다 빠져버립니다. 

뭘 잘못 먹었는지, 뭘 대단한 걸 먹었다고 이리 티를 내는지 배가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눈이 아프면 눈물이 앞을 가리고 눈을 뜨는 것도 고역이니 눈뜬장님이나 다름없습니다.

귀가 울리면 신경이 온통 귀에만 쏠려 어떤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죠.

코감기가 들면 연신 코를 훌쩍이며 코를 풀고 책상에는 휴지만 가득 쌓입니다.

목이 아프면 말이 나오지 않고 침을 삼켜도 따가워 제대로 먹지도 못합니다. 


몸이 아플 때, 학교에서 조퇴라도 할 수 있지만 직장에서는 병가라도 낼 수 있지만

어차피 해야 할 공부는 그대로이고, 내가 하지 않으면 동료 누군가가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 생기니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처음엔 안쓰럽게 바라보던 눈빛이 '평소 관리 좀 잘하지' 하는 눈치로 느껴집니다. 


일 년 365일 정신없이 앞만 보고 가다 지칠 때, 입에 단내 나도록 뛰어다니다 힘겨울 때.

며칠 앓아누웠으면 좋겠다며 건강한 체력을 원망한 적도 있었지만 아파보니 그게 아닙니다. 

이리 아파서 어찌 살겠나 싶고 혹시 큰 병이면 어쩌나 염려됩니다.

몸이 고되더라도 일을 하는 게 훨씬 낫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몸이 아플 때는 쉬는 게 약이죠. 

두통약, 배탈약, 진통제, 해열제를 먹어도 나아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몸도 푹 쉬고 마음을 편하게 해 줘야 하루라도 빨리 좋아질 텐데 누워있어도 일 생각뿐이니 쉬어도 쉬는 게 아닙니다. 

빨리 좋아져야 할 텐데. 빨리 좋아.. 스르르 잠이 듭니다. 




몸이 회복되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몸이 좋아지니 살 것 같습니다. 어제까지 다 죽을 같았던 얼굴에 생기가 돌고 아파서 말하기도 귀찮았던 내가 웃고 농담을 합니다. 세상이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얼마 뒤 예전처럼 먹고 살 걱정, 일 걱정, 가족 걱정, 노후 걱정.. 잠시 잊었던 걱정을 하나둘씩 사서 합니다. 끙끙 앓아누워 있을 땐 걱정거리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오만 걱정을 한다는 것이 살만하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걱정에 너무 매여 몸을 또 축내지 마세요. 평소에도 아플 때처럼 자신을 챙기세요.

아파보니 아픈 사람의 심정을 알 것 같아요. 

그러니 몸이 아파 쉬어야 하는 동료가 있으면 괜히 눈치 주지 마시고요.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고 했습니다.

불굴의 정신력도 몸이 튼튼해야 발휘할 수 있는 거니까요.

아픈 만큼 힘든 것도 없습니다. 아프면 서럽다고도 하잖아요.

'천하를 다 얻어도 내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으리오?'라는 유명한 말도 있잖습니까? 


몸이 아플 때는

그저 푹 쉬는 게 약입니다. 

건강은 자신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지극히 당연한 말,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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