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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Nov 06. 2020

20년 전 vs 20년 후

 어제 퇴근 후, 내일은 뭘 쓸까 고민을 했습니다. 딱히 떠오르는 주제도 없고, 예전에 써놓았던 글을 뒤적여도 마음에 들지 않아 고민은 깊어만 갔습니다. 아직 내일이 오지 않은지라 새로운 글 한 편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죠.

 몸과 마음을 차분히 하고 자판 위에 경건한 마음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쓰는 순간 핸드폰이 자꾸만 소리 없는 아우성을 외치는 거예요.

"000님의 새 글 : 0000 여행기"

"000님의 새 글 : 00 시집"

 집중 좀 하려면 스마트폰이 불을 켰습니다. 평소 같으면 나중에 봐야지 하며 신경 쓰지 않았을 텐데, 글도 안 써지고 뭘 써야 할 지도 난감, 몇 줄 쓰다 지우다만 하고 있었던 터라 나도 모르게 클릭을 하게 되었습니다.

 모 작가분이 올린 글과 사진이었습니다. 보는 순간 '아하' 했습니다.

 제목이 '1995 VS 2020'이었는데요. 작가님이 쓰신 글을 보며 격하게 공감하고 웃었습니다.  

 1995년대와 2020년, 그때와 지금의 변화된 일상을 비교한 사진이 재미있었죠.




 처음 장면은 TV 옆에 서 있는 사람인데요, 1995년에는 아저씨는 홀쭉한데 TV는 배불뚝이었습니다. 2020년 지금은 슬림한 TV가 대세죠. 얼마나 더 얇게 만드냐는 이미 구식 기술이고 이제는 휘어지는 TV도 나올 정도이니까요. 근데 슬림한 TV 옆에 아저씨는 20년 동안 잘 먹고 잘 잤는지 D라인이 되었더군요. 보는 순간 아저씨의 이미지가 낯설지가 않네요. 저와 오버랩이 되는 것 같아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습니다.


 두 번째 장면은 1995년 연을 날리는 아이가 2020년에는 드론을 날리고 있어요. 1990년대만 해도 드론은 영화 속에 나올만한 이야기였지, 지금처럼 실생활에 쓰일 거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잖아요. 지금은 제한적으로 사용되지만 20년 뒤쯤이면 드론을 타고 출퇴근을 하던지, 여행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세 번째 장면은 두 남자가 누워 있습니다. 1995년도 남자는 점 하나 없는 깔끔한 몸인 반면 2020년 남자는 온몸이 화려한 문신이 그려져 있네요. 타투라고 해서 여자분들도 꽤 많이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문득 20년 전 아이와 목욕탕에 갔던 기억이 났습니다. 온탕과 열탕을 왔다 갔다 하고 있는데 누군가 들어와요. 정말이지 등에는 호랑이가 노려보고 있고요, 허벅지에는 용 두 마리가 서로를 바라보며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쥐 죽은 듯이 조심스레 목욕을 하려는데 아이가 뛰어와서 큰소리로 외쳐요.

 "아빠, 저 아저씨 몸에 그림이 있어요. 그것도 호랑이. 우와~"

 감탄하는 아이와 어쩔 줄 몰라했던 아빠, 이것도 20년 전의 추억이네요.


 밖에서 놀고 있는 아이를 귀를 잡고 집으로 데려가는 엄마, 20년 뒤에는 집안에서 스마트폰만 보는 아이를 밖에 나가 놀아라고 귀를 잡고 끌고 나오는 사진도 재미있습니다.

 1995년, 핸드폰이 없던 시절에 집에 전화가 오면 온 식구가 하던 대화를 멈췄죠. 떠드는 아이를 엄마는 조용히 시키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아빠와 장난을 칩니다. 2020년 온 식구가 식탁에 앉았습니다. 대화를 멈췄습니다. 다들 자신의 스마트폰만 바라보고 있는데 지금 우리 집 모습입니다.

 2020년도 한 달 남짓 남은 지금, 20년 전에 비해 달라진 일상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면서 벌써 20년도 더 흐른 세월의 빠름을 실감케 합니다.

   



 20년 뒤면 2040년. 세상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좋은 글과 선명한 사진으로 여행기를 올리는 작가분들이 많이 계세요. 제가 구독하는 작가분들도 꽤 계신데요, 프랑스를 여행하시면서 기록을 남기시는 모녀 두 분, 어떤 작가분은 저번에는 이탈리아, 이번에는 스페인 여행기를 올리세요. 캄보디아에 관해 상세하게 올리시는 일명 캄보디아 전문가도 계시고요. 국내 유명지를 다녀와서 매일 올리는 작가분 글도 잘 읽고 있습니다.

20년 뒤면 이런 여행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이번에는 달에 잠시 다녀왔습니다' 하며 달나라 여행기,

'저번에는 화성을 다녀왔는데 이번에는 목성으로 갑니다' 같은 우주 체험기 말이에요.

  

 자율주행은 아마 완벽하게 완성됐을 테죠. 차 안에서 맥주를 마시고 느긋하게 낮잠도 즐기고요. 이 정도는 애교 수준일 거예요. 지금이 100세 시대라고 하니까 20년 뒤면 더 오래 살 수 있다고 할지도 모르고요. 지금은 주름을 펴고 임플란트를 받지만 20년 뒤는 근육을 늘리고 기억력을 되찾아주는 시술을 받고 있지 않을까요?  


 한 국가에서 외국인 인구가 5%를 넘으면 다인종, 다문화 국가로 분류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머지않은 2024년에 여기에 합류한다고 합니다. 20년 뒤면 미국처럼 우리나라도 여러 인종들이 모여 사는 인종 전시장 국가일 수도 있습니다.


 우울한 전망도 있습니다.

 20년 뒤는 전체 인구 중 3명 가운데 1명은 노인이라고 하네요. 하긴 지금 작가분들도 20년 뒤면 노인으로 분류되실 분들이 훨씬 많을 거니까요. 벌써부터 연금이니, 재정이니 말들이 많잖아요.  


 20년 뒤, 작가분들은 글을 쓰고 있을까 걱정이 듭니다. 최근에 나온 GPT3라는 인공지능 녀석이 있는데요. 지금까지의 A.I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합니다. 사람과 대화는 물론 거짓말도 할 줄 안다네요. 글쓰기뿐만 아니라 다방면으로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면서 글자 몇 개만 보여주면 그 뒤는 알아서 쓰더니만 몇 분 만에 대하소설 한 편이 뚝딱 완성될 정도라고 하네요. GPT3를 보면서 인공지능계의 셰익스피어가 나왔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합니다. 그럼 20년 뒤 브런치는 그대로 있을까요? 너무 꿀꿀한가요?    




 1995년, 이때만 해도 우리나라는 참 잘 나갔습니다. 그러다 IMF를 얻어맞아 국가부도가 났고 세계 금융위기도 겪었습니다. 정치적으로 혼란도 있었고요. 그래도 지금까지 잘 견뎌왔으니 20년 뒤에도 우리가 모르는 방식과 해법으로 잘 살고 있을 거라 믿고 싶습니다. 사람은 적응력 하나는 끝내주는 동물이니까요.


자율주행 차를 타며 편안하게 휴식을 합니다.

A.I는 배제하고 순수 인간들만이 참여해서 글을 쓰며 소통하는 ‘휴먼 브런치’로 변모할 수도 있고요.

달은 일일생활권이 되어 주말에 다녀오고요. 이번 여름휴가는 화성에 가려고 예약을 합니다.

한 치 앞도 모르면서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했으니 좋은 상상만 하렵니다.  


20년 뒤... 작가분들 모두 지금처럼 브런치에서 자주 보며 지냈으면 합니다. 그러니 다들 건강하시고요. 20년 뒤에 '20년 전 vs 20년 후' 속편을 썼으면 하는 개인적인 소망을 가져봅니다.  



P.S

'1995 vs 2020'을 어제 발행하신 작가님은 Dear Ciel이십니다. 작가님은 디자이너로 아름다운 글과 사진을 올리십니다. 작가님의 사진을 그대로 캡처라도 해서 올릴까 하다가 그러면 제가 너무 날로 먹는 것 같아 주소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보시고 잠시나마 공감하시고 웃어 보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Dear Ciel 작가님, 이 글을 쓸 재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s://brunch.co.kr/@dearciel/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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