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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Nov 04. 2020

100세 할아버지의 장수 비결

웃기는 이야기 모음- 웃으며 삽시다


  세상에 첫 선을 보임과 동시에 나도 모르게 경쟁에 내몰렸다.

 남들보다 먼저 뒤집고 기어 다녀야, 일어서서 걸어야, 남들보다 하루라도 빨리 기저귀를 떼어내야, 남들보다 한 마디라도 빨리 말을 해야만 부모의 괜한 걱정을 덜어줄 수 있다. 경쟁은 죽을 때까지 끝이 없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이들과의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친구와 어울려 사회성을 기르는 학창 시절에 우정보다는 배신을 먼저 배웠다. 인생 초반부터 쓴맛을 봤다.

 짝지인 친구가 샤프를 빌려달란다. 몇 자 쓰다가 돌려주겠지 싶어 빌려줬더니 세상에.. 샤프 뚜껑 지우개를 쓴다. 나도 한 번도 안 쓴 샤프 지우개인데.. 밀물처럼 밀려오는 배신감..

 야자를 같이 쨌다. 내일 맞아도 같이 맞고 얻어터져도 함께 있을 테니 마음이 한결 놓인다. 친구의 존재가 든든하게 느껴진다. 실컷 놀다가 헤어질 무렵에 들은 충격적인 소식.. 이 새끼는 담탱이한테 허락 맡았다나?? 제기랄, 이런 진한 배신감..

 숙제를 안 할 거라고 큰소리를 친다. 나 보고도 숙제하지 말자고 꼬드긴다. 그래, 친구와의 우정이 중요하지. 둘이서 굳은 결의를 다진다. 다음날.. 숙제 안 해서 처맞고 있는데 이 녀석은 지 자리에 앉아 있다. 밤새 숙제를 했다나? 주체할 수 없는 배신감..

 배고파 매점에 가고 싶은데 돈이 없다. 친구에게 빌려달라고 손을 내밀자 녀석도 돈이 없다며 미안해한다. 잠시 후 주린 배를 움켜잡고 매점 앞을 지나치는데 녀석이 혼자 맛있는 거 사 먹고 있네?? 정말 한 대 쥐어박고 싶다.




 청춘이 오기도 전에 맛봤던 인생의 쓴맛을 뒤로하고 사회로 뛰어들었다. 남들처럼 사랑을 하고 가정을 꾸렸다. 연애 때는 착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던 콩깍지는 결혼과 동시에 벗겨진다.   


남편과 아내가 다정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아내가 남편에게 속삭이듯

"당신은 내 인생의 로또야!"

이 말을 들은 남편은 기분이 업된다.

"정말? 왜?"
 아내가 정색을 하며

"하나도 안 맞아!"


 사랑만으로 살 수 없다. 사랑이 밥 먹여 주지도 않았다. 결혼은 엄연한 현실이다.

 첫눈에 반한 사랑이든, 만나자마자 뜨거웠던 사랑이던 머릿속에서 분비되는 사랑의 호르몬은 3년이 지나면 어디로 갔는지 사라지고 팍팍한 현실만 남는다.  


 아내가 남편에게 애정을 확인한다. 피곤한 남편은 가만히 내버려 두었으면 좋겠는데 아내가 말을 걸어오니 피할 수 없다.

"여보, 나처럼 얼굴 예쁘고 성격도 좋은 것을 사자성어로 뭐라고 하죠?"

남편은 뜬금없는 질문에 귀찮은 듯 한마디 툭 던졌다.

"자화자찬?"

아내의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 하지만 진정을 찾고 목소리를 조금 깔고 다시 묻는다. 아직은 애교를 조금 넣어서

"그거 말고?"

남편은 얼굴 예쁘고 성격 좋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던 터라 보고 느낀 그대로 답을 했다.

"그럼.. 과대망상?"

아내는 속으로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어금니를 꽉 깨문다. 그럼에도 기회를 한번 더 주기로 한다.

"아니~ '금'자로 시작되는 말 있잖아?(금상첨화도 모르냐? 이 바보야!!)"
 남편은 골똘히 생각한다. 아내의 얼굴이 점점 굳어져가는 걸 생생하게 보고 있기 때문에 이번 만은 맞히려고 머리를 굴린다. 잠시 후 남편은 무릎을 딱 치면서

"금시초문!!!"  




 로또인 줄 알았던 남편은 살아보니 꽝이었다. 그럼에도 달래 가며 잘해주려 했건만 콩깍지도 벗겨진 지 오래, 게다가 금상첨화인 아내를 몰라본 남편은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세월 따라 변해가는 남편의 생일상에는 아내의 애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로또인 줄 알았던 20대 때는 며칠 동안 고민 끝에 남편에게 줄 선물을 고르고 갖가지 이벤트를 준비했다.

하나도 안 맞는 줄 알면서도 30대 때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외식을 했다.

자화자찬, 과대망상, 금시초문.. 40대 남편은 생일날 하루 종일 미역국만 먹었다. 다 못 먹으면 다음날에도 먹었다.


 아침에 일어나 일터에 나가고 저녁 늦게 들어오는 남편, 그나마 직장을 다니고 처자식을 먹여 살릴 때는 집안의 가장으로 체면이 선다. 경제는 어려워지고 회사 안팎으로 치열한 경쟁은 끝이 없다. 정년은 짧아진다.

 40대에 동료와의 승진에서 밀리고 50대가 되자 뒤따라오는 후배들에게도 치였다.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퇴직을 당했다. 믿었던 지인에게 뒤통수를 맞고 하는 일마다 제대로 되는 일이 없었다. 이후로 남편은 아내의 바가지와 폭정을 견뎌야 하는 모진 인고의 삶을 살았다.


 남편은 툭하면 얻어맞아 눈탱이 밤탱이가 되고 심한 경우 응급실로 실려갔다. 맞은 이유도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다양하게 변했다.

 50대 때는 아내에게 통장 좀 보여달랬더니 그거 봐서 뭐 할 거냐며 맞았다.

 60대 때는 아침에 일어나 밥 달라고 했더니 니 손은 놔뒀다 어디 쓸 거냐면서 또 맞았다.

 70대 때는 외출하는 할멈에게 어디 가? 하고 물었다. 바쁜데 시간 지체했다며, 니가 알아서 뭐 할 거냐며 얻어맞았다.

 80대 때는 자다가 눈을 떴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아침이었다. 할멈과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무지막지하게 맞았다. 아침에 눈 떴다고..




 어느덧 남편은 100세를 넘은 할아버지가 되었다. 친구의 배신을 당하고 인생의 단맛 쓴맛을 다 맛보며 살아온 할아버지의 표정은 한없이 부드럽고 인자했다. 사는 게 즐거워 보였다.

 하루는 한 젊은이가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할아버지, 인생을 즐겁게 사는 비결이 뭔가요?"

 할아버지는 젊은이에게 농담 반 진담 반 핀잔을 준다.
 "할아버지가 뭐냐? 그냥 형님이라고 불러라.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젊은이는 자세를 고쳐 잡고 다시 질문했다.

 "할아버.. 아니, 형님. 그동안 살면서 배신도 당하고 몸과 마음이 부서져라 힘들었고, 미운 사람도 많았을 텐데 그럴 때는 어떻게 하셨나요?"

 할아버지는 인자한 미소로

 "허허. 별거 없어. 그냥 내버려 뒀더니 지들이 알아서 죽더라구."   



P.S

 한때 유행했던 유머들을 모아봤습니다. 재미있는 내용이라 인터넷에도 꽤 많이 올라와 있고요. 각 에피소드들을 세월 흐름에 따라 나름 각색했습니다.

 하도 많아 출처가 어딘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 이렇게 대신 고마움과 양해의 말씀을 전합니다.

 팍팍한 세상, 웃을 일도 찾기 힘든 요즘입니다. 다들 힘들어도 기운 내시길 응원합니다.

 이래 사나 저래 사나 한 세상인데 웃으며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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