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인생과 어떤 딜(deal)을 하고 있습니까?

초심

by 공감의 기술


불치병으로 투병하는 아내가 있습니다. 남편은 사방을 뛰어다니며 아내를 낫게 하기 위해 애를 씁니다.

남편의 정성에도 아내의 병은 점점 깊어져 이제는 기적을 바라야만 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남편은 지금껏 한 번도 찾지 않았던 신을 찾아 애원을 합니다.

"신이시여, 지금까지 당신을 찾은 적도, 믿은 적도 없습니다. 그러나 제 아내만 살려주신다면 평생 당신만 믿고 따르겠나이다. 제발 신이시여!"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보는 한 장면이기도 합니다만 우리 주변에도 절박한 심정으로 이렇게 기도하는 이가 있을 겁니다.


일상에서 비슷한 장면들이 있습니다.

하는 일이 잘못되어 위기에 처했습니다. 하루하루 피 말리는 고비를 겨우겨우 넘기다 몸도 마음도 지쳐 갑니다. 매사 불평하며 감사할 줄 몰랐던 남자는 하느님이든, 부처님이든, 조상님이든 닥치는 대로 매달리며 절박하게 부르짖습니다.

"이 사태만 해결된다면 앞으로 절대 불평하지 않고 매사에 감사하며 살겠으니 이번 한 번만, 제발 한 번만 도와주세요"라고 하면서요.


한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가 있습니다. 남자의 집이 가난해도 너무 가난합니다. 변변한 직업도 없습니다.

여자는 부잣집 딸이라고 하니 차이가 나도 너무 납니다. 근데 여자의 사랑은 불타오릅니다. 아무리 뜯어말려도, 다리를 분지른다 해도 사랑에 눈이 먼 여자의 귀에 들어올 리 만무합니다.

"그 사람과 사랑만 이루어진다면 평생 가난하게 살아도 절대 불평 안 할 거야"라며 눈물 콧물 다 흘립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이일만 잘 된다면", "이 문제만 해결된다면..."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커다란 위기 앞에서 가끔은 모든 걸 내려놓고 혹은 전부를 걸고 인생에게 딜을 합니다. 이것 한 가지를 얻기 위해 다른 많은 걸 포기하겠면서 말입니다.

어찌 보면 굳은 결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걸 쏟아부어 울부짖기도 하고, 간절히 기도를 합니다. 때로는 안 들어주면 평생 신을 미워할 거라고, 인생을 포기할 거라는 협박도 서슴지 않습니다.


문제가 해결되거나 사랑이 이루어지면 신이 응답을 하셨다며,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진리가 맞다며 기뻐합니다.

하지만 빌고 또 빌어도 이루어지지 않고 그대로 이어지는 답보 상태가 허다합니다. 신이 때를 기다리라고 하는 건지, 내 정성이 부족한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리도 바라고 원했건만 이루어지기는커녕 비극적인 결말로 끝이 나기도 합니다. 신은 존재하지 않는 건지, 신의 뜻이 아닌 건지, 간절함이 부족한 건지 이 역시 신만이 아실 겁니다.


그런데 냉정하게 따져보면 일방적인 나만의 선언일 뿐입니다. 신도, 인생도 이렇다 저렇다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혼자서 잔뜩 기대를 걸고 흥분하며 희망이라는 끈을 놓지 않습니다.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이라면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지쳐갑니다. 지치다 보면 포기하기도 하고요,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을 현실로 받아들이면서 하나둘씩 내려놓습니다.




어떤 결론이든 상황은 마무리됩니다. 다행히 내가 원하는 대로 일이 해결되고, 사랑은 이루어졌습니다. 그럼 처음에 간절했던 마음은 어떻게 될까요?

매사에 불평하지 않고 감사하겠다는 생각도, 가난하게 살아도 사랑만으로 살겠다는 애정도 그대로 쭉 갈까요?

한 가지를 얻기 위해 많은 걸 포기하겠다는 결심, 평생 가난할지라도 사랑이 전부라는 그 다짐. 그런데 결심은 시간이 지나면 풀어지고 딴마음 먹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이게 끝이 아니라고, 이러면 안 된다고 마음을 추슬러 다시 결심을 합니다만 한번 풀어진 마음을 동여매기란 만만치 않습니다.

혹독한 시련을 넘기고 난 뒤에도, 사랑을 택하면 세상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거라는 다짐도 시간이 지날수록 예전 모습 그대로 돌아가기 일쑤입니다. 처음 가졌던 마음은 온데간데없습니다. 얼어 죽을 사랑보다 먹고사는 일에 시달려 원망도 후회도 하면서 말입니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른 게 사람입니다. 늘 절박감으로 살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힘들어서 어떻게 살겠습니까?

하지만 마음에 담아 둔 결심, 결연한 의지를 보였던 목표들마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억의 저편으로 보내버릴 때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니 초심을 잃지 말라고 합니다. 매사에 처음 가졌던 마음을 잊지 않아야 흐지부지 용두사미 되지 않으니까요. 종교에서는 늘 첫사랑을 강조합니다. 비단 종교뿐이겠습니까? 사랑도, 직장도 아니 우리 삶 모두가 마찬가지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은 인생과 어떤 딜을 하고 있습니까?

목숨을 걸만한 절박함과 간절함으로 딜을 하고 있습니까? 그럼 끝까지 힘내시길 응원합니다.

지금은 절박함과 간절한 마음은 사라지고 없나요? 그렇다고 하면 처음 가졌던 마음, 초심을 떠올려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느슨해진 마음가짐을 다시 잡고 이 순간을 후회 없이 살아갈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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