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운세를 볼 때의 두근거림도 없습니다. 사주팔자가 어떨지 보는 토정비결처럼 궁금함도 없고요. 오늘의 운세처럼 여러 줄도 아닙니다. 기껏해야 한 줄, 자축인묘 진사오미 신유술해 이 열두 동물이 나열된 띠별 운세입니다.
같은 연도에 태어난 사람만 해도 몇십만 명입니다. 그러니 달랑 한 줄로 된 띠별 운세가 모두에게 맞을 리는 없습니다. 그야말로 재미 삼아 심심풀이로 봅니다.
띠별로 되어 있는 한 줄짜리 오늘의 운세를 쭉 읽어봅니다.
'다소 어두운 듯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으니 걱정할 것은 없다'
'다른 사람의 사정을 너무 봐주게 된다면 자칫 당신이 힘들어질 수 있다'
'일이란 잘 풀릴 수도 안 풀릴 수도 있다. 세상 이치도 똑같다'
'인생은 로맨틱한 사업이다. 하지만 당신이 그 로맨스를 만들어야 한다'
'누군가의 실수로 인하여 그에게 돌을 던질 필요까지는 없다. 입장이 바뀔 수 있다'
이런 말들은 운세라고 하기보다는 격언에 가깝습니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니까요. 마음에 담아 두었다가 틈틈이 꺼내 보면 도움이 될 듯합니다.
띠 운세를 읽다 보면 재미있는 표현을 자주 발견합니다.
'첫 술에 배 안 부르다'
'일어날 때는 한 박자 쉬고 일어난다'
'좀 어렵겠지만 소원이 성취된다. 빌고 또 빌어라'
'지금 아주 중요한 일을 처리해야 하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오랜만에 돈맛을 보게 되니 하루가 즐겁다'.
어찌 이렇게 재미있게 썼는지, 누가 썼을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가끔은 빵 터질 때도 있습니다.
** 년생 - 여자는 뜻밖의 남자를 만나 즐거움이 생긴다. 남자는 승진할 수 있다.
** 년 생 여자는 이 운세를 보고 순간 기분이 좋았을 거고요, 남자도 마찬가지일 테죠. 현실은 이 연도에 태어난 수십만 명의 여자들이 모두 뜻밖의 남자를 만나 즐거울까요? 수십만 명의 남자 중에 오늘 승진은 몇 명이나 할까요? 더군다나 오늘은 일요일인데 말이죠. 그저 웃고 넘어갑니다.
운세를 쭉 읽다가 눈을 멈추게 한 한 줄이 있습니다.
'오늘도 그러하듯 똑같은 다람쥐 쳇바퀴 같은 하루, 열심히 달려라'
다람쥐 쳇바퀴 같은 지겨운 일상을 열심히 달리라는 뜻 같은데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신년운세, 평생 운세, 오늘의 운세, 이달의 운세, 별자리 운세, 띠별 운세. 여러 가지 운세들이 다양하게 앞날을 가르쳐줍니다.
한 줄짜리 오늘의 운세를 믿으면 얼마나 믿겠습니까마는 가만히 들여다보면 일상이 오늘의 운세처럼 돌아갑니다.
첫 술에 당연히 배 안 부릅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각자의 사정도 적당히 봐줘야지, 너무 봐주기만 하면 호구가 되는 게 현실입니다.
'인생은 로맨틱한 사업이다'. 표현이 예술입니다. 그 로맨스를 누가 만들어주겠어요, 당연히 내가 만들어야 하죠.
누군가가 실수했다고 돌을 던질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언제 입장이 바뀔지 모르니까요. 사람을 대할 때 이해심을 발휘하라는 뜻인데 표현이 감탄을 불러옵니다.
어려울 때 마음 단단히 먹고 조심하다 보면은 꼬였던 일이 풀리고요, 잘된다고 희희낙락하다 내일이면 폭삭 주저앉기도 하죠. 좋았다가 가라앉았다가를 늘 반복하며 살아가는 게 일상입니다. 그런 일상을 보며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산다고 합니다. 지겹다고도 하고요.
하지만 쳇바퀴는 저절로 돌지 않습니다. 다람쥐들이 쳇바퀴 돌릴 때 얼마나 열심히 돌리는데요. 우리가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산다고 하지만 쳇바퀴를 돌리는 일은 어디 쉽나요? 이만큼이라도 돌리기 위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여 정성을 기울였는지 스스로가 더 잘 아시잖아요. 지금도 멈추지 않으려 애쓰고 있지 않나요? 오늘도 힘써 잘 돌리고 있으면 삶을 헛산 건 아니지 말입니다.
성실히 돌리다 보면 언젠가는 또 다른 기회가 올 거고요. 그때는 과감한 분위기 전환을 시도해도 좋을 듯합니다.
다들 복잡 미묘한 인생길인데 단 한 줄로 알아맞히는 건 어림도 없습니다. 그것도 한두 사람도 아니고요. 달랑 한 줄이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마음가짐이 들어 있습니다. 세상을 대하는 태도도 있고요. 기분 좋은 한 줄이면 기분 좋게 받아들이고 설령 기분 나쁜 운세라 해도 달랑 한 줄이니, 고작 하루뿐이니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약간의 조심만 한다면 그리 나쁠 것도 없을 테니 말입니다.
오늘 누군가는 소원을 성취하기 위해 빌고 또 빌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돈맛을 보며 하루를 즐겁게 사는 이도 있을 거고요. 중요한 일을 처리해야 하는데 기억이 나지 않아 당황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일이란 잘 풀릴 수도 안 풀릴 수도 있듯이 세상 이치도 똑같습니다. 그러니 일희일비하지 마시기를.
오늘의 운세 속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이 담겨 있습니다 .
사진 출처 : 네이버 블로그 까칠한 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