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이 계산법

by 공감의 기술

우리는 수많은 것과 얽매여 살아갑니다. 그중에서 평소에는 잘 모르고 지내다가 5년 혹은 10년에 한 번씩은 더 많이 얽매이게 되는 그 무엇이 있습니다. 깜짝 놀라기도 하면서 말이죠.

뒷자리에 1이나 2가 붙는 때는 봐줄 만하다가 3부터 살짝 초조해집니다. 4나 5로 바뀌면 중반이라는 압박을 느끼고요, 6 혹은 7을 지나면 중간을 넘었다는 조급함이 밀려옵니다. 8이나 9가 되면 일 년은 물론 하루하루가 아쉽게 느껴집니다.

먹어도 먹어도 절대 살은 찌지 않지만 대신 세월의 굳은살만 딱딱하게 배기는 이것, 나이입니다.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살고 싶지만 그러기엔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태어나면서 부여받은 주민등록번호 13자리는 이 생이 다할 때까지 꼭 붙어 다닙니다. 그중 맨 앞 2자리는 빼도 박도 못하는 나이를 뜻합니다. 어느 단체든지 하다못해 인터넷 사이트에 회원 가입을 하려면 나이부터 밝혀야 합니다.

어떤 일로 핏대를 올리며 싸우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잔뜩 흥분한 사람이 상대방 얼굴이 어리다 싶으면 어김없이 이런 말로 윽박지르곤 합니다. "너 몇 살이야?"

급변하는 시대에 새로운 문물을 배우라고 하지만 뭐가 뭔지 어렵게만 느껴지고 들어도 자신이 없습니다. 옆에서 괜찮다고, 할 수 있다고 격려하지만 그럴 때도 나이는 무기이자 핑계가 됩니다. "내가 나이가 들어버려서"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몇십 년 전의 TV 화면에 나온 30대를 보면 지금 40-50대처럼 보입니다. 오래전 화면이라 촌스럽게 나왔다고 하지만 30대 초반이라고 하기엔 도무지 믿어지지 않습니다. 지금 30대와 비교하면 마치 삼촌처럼 보입니다.

하긴 불과 1세기 전만 해도 우리나라 평균 수명은 50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 옛날 일본을 천하 통일한 오다 노부나가는 늘 ‘인생 오십 년’이라는 노래를 부르고 다녔습니다. 환갑을 맞이하면 장수를 축하하며 동네잔치를 벌였던 시기도 따지고 보면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입니다.


요즘 주변에서 얼굴도 몸매도 젊은 사람 못지않은데 나이가 환갑이라고 하는 어르신을 보면 다들 깜짝 놀랍니다. 그런 노년들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평균 수명은 이미 80세가 넘었고 100세 인생이라며 인생 후반전을 준비하라고 하는 마당에 지금 이 호적 나이대로 사는 게 맞는 건가 의구심이 듭니다.




나이 마흔에 등단한 소설가 故 박완서 선생님은 나이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요즘 사람 나이는 옛날 사람과 똑같이 쳐서는 안 되고 살아온 햇수에 0.7을 곱하는 게 제 나이다"라고요.

이른바 '요즘 나이 계산법'입니다. 지금 나이에 0.7을 곱한 나이가 지금 시대에 진짜 나이라는 겁니다. 지금 호적 나이가 40이라면 28세, 60이라면 42세, 80이라면 56세라는 이야기입니다.

요즘 사람들은 예전 세대보다 훨씬 더 젊고 건강하게 생활하기 때문에 0.7을 곱해야 정신적, 육체적으로 실제적인 체감 나이가 된다고 합니다. 많은 노년 학자들도 지금의 70대는 1960년대의 50대와 비슷한 삶을 살아간다고 하니 일리 있는 계산법인 듯합니다.


요즘 나이 계산법으로 하면 50 해봤자 35세입니다. 60 환갑도 40대 초반이고요. 70이라고 해도 아직 50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나이가 들어버려서'라며 때마다 이런 핑계로 근거 없는 나이 듦에 스스로를 가두는 태도나 걸핏하면 '너 몇 살이야?' 하며 나이를 내세우는 행위는 더 촌스러운 셀프 꼰대 짓에 불과합니다.


연령에 비해 어려 보이면 '동안'이라고 칭송받는 세상입니다. 반면 '자기 관리' 없이 무작정 늙은 나이만 내세우다가는 눈치 받기 십상입니다.

노년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젊은 마음과 정열로 나이를 잊고 사는 이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주위에 젊은이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늘 배우려는 자세를 가지며 자신을 위해 투자합니다. 음식도 가려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하며 자기 관리에 철저한 모습을 보면 존경심마저 듭니다.




세월을 거스를 수 없듯이 거꾸로 가는 시계는 없습니다. 하지만 철저한 관리와 노력으로 생체 시계를 더디게 가게 할 수는 있습니다.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나이와 상관없이 할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경험들을 마음껏 해보는 인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어른스러워야 한다는 압박을 벗고, '라~떼는 말이야'라는 꼰대도 벗어던지고요. 지금 나이에 딱 곱하기 0.7만큼만 철도 없애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대신 그보다 많은 열정으로 채우면서 말입니다.

젊어진 나이에 열정을 채우는 삶, 가슴이 뛰지 않습니까? 한번 도전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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