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영원히 살 것처럼

by 공감의 기술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그럴 때면 맛있는 음식이 항상 유혹합니다. 이때 흔히들 인용하는 다이어트의 정석 중 하나,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라네요.


책도 읽고 회화 공부라도 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오늘 저녁부터 당장 시작하려는 순간 스마트폰에서 문자 메시지 알림이 울립니다. 메시지를 본 김에 메일을 확인하고요, 검색을 하다 유튜브로 들어갑니다. 그리곤 SNS의 바다에 푹 빠집니다. 시간은 어느새 자정을 훌쩍 넘었습니다. 잠자리에 들면서 이런 생각을 하죠. ‘내일부터 하면 되지.’


한 해가 끝나는 연말이면 늘 듣는 말, 하는 말이 있습니다.

"정말 한 것도 없는데 한 해가 벌써 다 갔네."

새해에 했던 결심은 어디로 갔는지, 올해는 뭘 했는지 아쉬움을 넘어 허무하기까지 합니다. 이럴 땐 이렇게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내년에는 나아지겠지’


미래를 지금보다 나아지게 하려고 지금의 즐거움은 미루기도 하고요. 내일이 왔는데도 어제의 아쉬움을 놓지 못합니다. 사는 건 지금 이 순간인데 지나버린 어제에 집착하고 오지 않은 내일을 걱정하며 오늘이 가는 줄도 모르고 살아갑니다.




어느 여름날 이른 아침 '하루살이’가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세상이 뭔지 몰라 어리둥절하던 차에 마침 길을 가던 ‘메뚜기’를 만났습니다. 둘은 만나자마자 마음이 통해 금방 친해졌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실컷 놀았습니다. 하루살이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서산 너머로 해가 저물자 메뚜기가 하루살이에게 작별 인사를 합니다.

"하루살이야, 이제 저녁이 되었으니 그만 놀고 내일 만나자!"

그러자 하루살이가 두 눈을 깜빡깜빡거리며 메뚜기에게 물었습니다.

“내일이 뭔데?”

하루살이는 기껏해야 하루만 살다 가기에 ‘내일’을 알지 못합니다. 아니 내일이 없습니다.


진한 우정을 나누던 친구 하루살이가 죽고 나니 메뚜기는 주체할 수 없는 슬픔에 빠졌습니다. 허무함과 공허함은 물론 마지막을 함께해 주지 못한 죄책감도 밀려왔습니다. 마치 세상을 다 잃은 듯한 절망에 빠져 방황하던 중에 개구리를 만났습니다.

실의에 빠져 있던 메뚜기에게 개구리는 위로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둘은 조금씩 친해졌고요.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도 변치 않는 우정을 나누었습니다. 메뚜기는 슬픔을 이겨내고 행복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어느덧 가을도 저물 무렵이 되자 개구리는 겨울잠을 자러 가야 했습니다. 조심스레 메뚜기에게 말했습니다.

“메뚜기야! 겨울이 지나고 내년에 만나서 놀자!”

그러자 메뚜기는 의아한 표정으로 개구리에게 물었습니다.

“내년이 뭐야?”

메뚜기는 ‘내년’을 모릅니다. 1년만 사니까요. 메뚜기는 이번 생이 여기까지입니다.




내일이 오지 않을 수도, 이번 생이 여기까지 일 수도 있는데 내일은 당연히 있다고 믿습니다. 올지 안 올지 모르면서 말입니다.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미룬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내일부터 반드시 해야지' 결심만 숱하게 하면서요. 눈만 뜨면 내일이 온다는 생각을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어김없이 하루하루 지나고 무심한 듯 일 년 이 년이 흐르면 어느새 나이 든 자신을 마주합니다. 꿈을 제대로 펼쳐보지도, 인생을 마음껏 누리지도 못한 채 세월만 흘려보냈음을 뒤늦게 아쉬워합니다.

내 꿈이 뭔지,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내일 생각하고 내일부터 하겠다는 다짐은 남에게 좌지우지되는 삶이 되었고요. 생을 마감하는 순간 이런 후회를 한다고 합니다.

‘내 뜻대로 살걸', '하고 싶은 거 하고 살걸', '좀 더 즐길걸'


하루하루는 지겨울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한 달 두 달, 일 년은 순식간에 지나갑니다.

어제는 보람찬 하루로 가슴 뿌듯했습니다. 오늘은 삶의 무게에 짓눌러 지칠 대로 지쳤습니다. 어떤 날은 열심히 살아 기분 좋았고요, 또 어떤 하루는 생각 없이 허비한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내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면, 혹독한 어려움을 견뎌내고 있다면 그래도 괜찮습니다. 열심히 사는 날도 좋고요, 가끔은 멍 때리는 날도 있어야 내일 더 힘을 내죠. 이 모든 게 인생을 사랑하는 마음이면 괜찮습니다.

살아온 모든 날들이 이어져 인생이 되는 거니까요. 할 수 있는 일을 매일 헤쳐 나갈 때 인생이 달라질 수 있으니 말입니다.


가끔은 저무는 해를 바라보며 낭만에 빠져도 괜찮습니다. 그 순간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도 좋습니다.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야죠. 아름다운 노을, 그러나 노을은 허무합니다.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이니까요.

오늘도 어둠을 밝혀주는 해가 뜨기만을 기다립니다. 뜨는 해는 오늘 살아갈 하루를 허락해 주니까요.




'오늘은 어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이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내일이다’라는 말이 있죠.

하루가 전부인 하루살이처럼 순간순간 사랑하고요.

일 년이 한평생인 메뚜기처럼 순간순간 행복하라고 합니다.

그 순간들이 모여 삶이 완성되는 거니까요.

오늘을 영원히 살 것처럼 후회 없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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