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3 수험생이 된 자녀를 보며 엄마는 노심초사합니다. 올해 대입은 잘 될까 걱정이 들어 유명하다는 점집에 갔습니다. 아이의 생년월일과 이름을 받아 적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던 이른바 입시 전문 점쟁이란 이가 자신만만하게 좋은 말만 던집니다.
"이 아이는 사주가 아주 좋네. 올해 운수도 걸리는 것 하나 없이 순탄하니 걱정할 게 전혀 없어. 탄탄대로야. 원하는 대로 어디든 합격할 수 있으니 자신 있게 하라고 해"
점쟁이의 만사형통, 운수대통이라는 말에 엄마는 기뻐하기는커녕 오히려 낯빛이 어두워집니다.
입시철이 되면 점집을 찾는 건 먼 옛날에도 마찬가지였나 봅니다. 우리 조상들도 과거가 시작되면 점을 보곤 했으니 말입니다.
조선 시대에 과거 점을 잘 보기로 유명한 점쟁이 도사가 있었습니다. 과거 시험이 있을 때면 도사의 집은 점을 보러 온 사람들로 북적거렸습니다.
하루는 과거시험을 준비하는 선비 세 사람이 도사를 찾아왔습니다. 다들 낙방해 본 경험도 있고 이번만큼은 꼭 붙고 싶은 열망이 간절한 지라 도사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하나까지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점괘를 본 도사는 한참 동안 생각에 빠졌습니다. 이윽고 선비들 앞에 손가락 하나를 보여주었습니다.
선비 세 사람은 그게 무슨 뜻인지 궁금해서 너도나도 물었지만 도사는 ‘쉿’하는 소리와 함께 그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댄 채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 손가락 하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될 겁니다. 지금 말씀드리면 천기누설입니다. 자칫 하늘이 노하고 뜻이 바뀔 수 있어 차마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선비들은 더 이상 묻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각자 얼굴에는 희미한 미소가 스쳐갑니다.
‘손가락 하나라, 셋 중에 하나는 붙을 수 있겠다는 의미 아니겠는가. 그럼 그게 나일 수도 있고.’
선비 세 사람은 저마다 똑같은 생각을 하며 길을 떠났습니다.
선비들이 떠난 후 옆에서 지켜보던 제자가 궁금증을 참지 못해 도사에게 물었습니다.
“스승님, 손가락 하나는 무슨 뜻입니까? 세 사람 중 한 명만 급제한다는 의미란 말입니까?”
도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습니다.
“만약 그리된다면 그런 뜻이겠지.”
그러자 제자가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물었습니다.
“아니 그럼 두 명이 급제하면 스승님이 틀린 게 되는 것 아닙니까?”
도사가 빙긋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때는 한 명이 낙방한다는 뜻이 되겠지.”
다시 제자가 물었습니다.
“만약 세 사람 전부 급제한다면요? 아니 모두 낙방한다면요?"
도사가 크게 웃으며 대답하였습니다.
“그럼 하나도 빠짐없이 급제한다는 뜻이지. 아님 한 사람도 못 붙는다는 뜻이고."
어리둥절해하는 제자의 표정을 보며 도사는 말을 이었습니다.
“나쁜 점괘가 나오면 낙담을 해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좋게 나오면 경솔해지기 마련이지. 점괘보다 중요한 건 마음을 어떻게 먹고 받아들이느냐지. 그들은 지금 급제라는 희망을 갖고 간 거야.”
운이 좋아 어디든 다 붙을 수 있다는 점쟁이의 말에 엄마는 트라우마가 떠올랐습니다. 엄마도 예전 대입 입시생 때 엄마가 기막힌 점괘를 받아 들고 와 좋아했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낙방. 아픈 경험 끝에 얻은 깨달음은 아무리 운이 좋아도 거기에 노력이 따르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라는 사실입니다.
엄마는 아이한테 점집에서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해주지 않기로 합니다. 대신 해주는 말은
"너 올해 입시 운이 좋다고 하더라. 네가 공부한 만큼, 노력은 배신을 안 한다는 운이라고 하니 올해 진짜 열심히 하자"라며 격려를 합니다.
"운은 계획에서 비롯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운 만으로 세상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며 계획과 노력이 있을 때 운은 방점을 찍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자신에게 주어진 행운을 최대한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 또는 자신에게 닥친 불운을 최대한 빨리 벗어나기 위해서는 운에만 기댈 게 아니라 계획과 노력도 필사적으로 해야 합니다.
운, 운수, 운빨. 그런 거 너무 믿으면 안 된다고 하죠.
하다못해 로또 1등에 당첨되는 행운을 가졌다 해도 로또를 사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듯이 좋은 운이든 운빨이 기가 막히든 사람의 노력 없이는 얻을 수 없는 법입니다.
P.S
조선시대 점쟁이 도사 이야기는 인터넷에서 찾은 내용으로 각색해서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