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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Apr 12. 2021

비 오는 날, 멍 때리기 좋은 날

멍하니 창가에서 바깥 풍경을 바라볼 때가 있습니다.

뭔지 모를 이유로 마음이 심란할 때

해야지 하면서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때

하려고 해도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모를 때. 


우두커니 창가에 힘없이 기댈 때가 있습니다.

한 가지 생각이 맞나 안 맞나 골몰할 때

반대로 이것저것 생각이 뒤엉켜서 좀 털어내고 싶을 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떠오르지 않아 한숨만 나올 때. 


물끄러미 창밖을 내다볼 때가 있어요.

잊은 듯 살다가 안부가 궁금해지는 사람이 생각날 때

언제 세월이 이리 흘렀을까 아쉬움과 후회가 들 때

내가 서있는 지금 여기가 맞는지 고민될 때. 


하염없이 창밖을 쳐다볼 때가 있어요.

마음이 축 처지고 가라앉을 때, 

왠지 막막해지고 뒤숭숭할 때도

그런데도 자꾸 머뭇거리게 될 때 


그리고 오늘처럼 비가 내릴 때.  




오늘처럼 비가 올 때도 그렇습니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창가를 서성이다 밖을 내다봅니다. 아주 짧은 잠시라는 시간 동안 망연히 바라보며 이런저런 상념에 잠깁니다.

창밖을 바라보고 있으면 먹고살기 참 힘들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신세 같고요, 하루하루 근근이 버티는 처지 같아 마음이 먹먹해집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산다', '그날 벌어 그날 먹고산다'. 

이 말을 떠올릴 때마다 사는 게 참 빡빡하다 싶습니다. 우리말에만 있는 표현인 줄 알았는데 영어에도 비슷한 표현이 있다고 합니다. 

'live from hand to mouth' 손에서 입으로 살아간다는 뜻인데 근근이 먹고산다, 입에 풀칠하기 바쁘다는 뜻일 겁니다. 그러고 보면 먹고사는 일이 빠듯한 건 세계 어디나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손에 들어오자마자 입으로 가져가는 삶이란 먹고사는 데만 바쁜 생존입니다. 여유도 없고 휴식도 없고 하루하루 조마조마하게 보내는 인생 같기만 합니다.

손과 입 사이에 먹고사는 일 말고 다른 여백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잠시 동안의 여유도, 짧지만 꿀맛 같은 휴식도 있었으면 하고요, 마음껏 놀고, 인생도 가꾸고, 잊었던 꿈도 가지면 얼마나 좋을까 싶습니다.

근데 요즘엔 있는 자리마저 사라지고 일을 쉴 수밖에 없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전보다 더 하루하루 견디고 버티는 게 절박한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창밖에는 비가 내립니다.

오늘 창가를 서성이는 이유는 아무래도 비 때문이라고 우기고 싶어 집니다.

앞도 보이지 않는 이 상황이 끝나기만 기다려야 하니 우울해서 그렇기도 하고 약한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아서이기도 합니다. 

창밖의 세상을 보며 그래도 삶은 계속되고 있다고, 조금 더 기운 내자며 스스로 다독이기 위해서이기도 하고요.  




창가는 이렇게 일상을 잠시 환기시켜주는 독특한 장소가 되기도 합니다. 여기에 배경음악이 잔잔하게 깔리면 운치도 살아납니다. 입가엔 미소인지 쓴웃음인지 이름 모를 입꼬리가 올라갑니다.

우두커니 바라보다 고개를 흔들어봅니다. 이제 마음을 다시 잡아야 하니까요. 

생각의 끝은 다들 이런 바램일 겁니다.

'나도 좀 행복했으면, 세상이 진짜 행복했으면, 다들 오래오래 행복했으면 좋겠다'라고요.  


비 오는 날, 멍 때리기 좋은 날입니다만 오늘은 멍 때리며 잠시 충전을 하기보다는 여러 생각들로 마음만 어지럽혀진 것 같습니다.

오늘도 무사히 살아남기 위해 자리로 돌아갑니다. 

내리는 빗줄기에 온갖 상념들이 모두 씻겨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사진출처 :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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