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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Apr 15. 2021

새해 소망은 아직 유효한가요?

 사상 최강 한파라는 지난겨울, 맹추위에 벌벌 떨면서도 일출을 보며 소망을 간절히 빌었던 새해 첫날이 엊그제 같습니다. 어느덧 달력은 최강 한파였던 1월도,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렸던 2월도, 개나리와 벚꽃을 피었다가 진 3월을 지나 벌써 4월, 그것도 중순을 달리고 있습니다.

 시간이 참 빠르다는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그 표현고는 달리 쓸 말도 없습니다.   




 4월은 야외 스포츠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달입니다. 프로야구도 대장정의 레이스를 시작했습니다.

 야구의 꽃은 누가 뭐래도 홈런입니다. 타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홈런, 근데 누가 처음부터 홈런을 날릴 수 있나요?

 신인 선수가 경기에 주전으로 뛰기 위해 밤낮으로 구슬땀을 흘립니다. 낮에도 훈련, 밤에도 훈련. 자나 깨나 홈런을 치는 이미지 트레이닝과 함께 수만 번의 방망이를 휘두르며 실력을 쌓아갑니다.

 경기장에 처음 나서는 날, 긴장과 설렘으로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그리고 굳은 다짐을 합니다. 적어도 1루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나가겠다고 말이죠. 하지만 간절한 바람은 연신 헛스윙으로 날아가 버립니다. 대한민국 최고가 되겠다는 자부심은 허공을 가르는 보잘것없는 몸짓에 불과할 뿐입니다.

 그러다 안타를 치고 1루, 2루, 3루를 향해 달려 나갑니다. 구슬땀 흘린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그 어느 날 드디어 꿈에 그리던 홈런을 쳐서 관중들의 환호를 한 몸에 받습니다.


 밤낮으로 사과만 그리는 화가가 있었습니다.

 고향에서는 제법 알아주는 화가였지만 문화의 중심지 파리에서는 별 볼일 없는 평범한 화가에 불과했습니다. 심혈을 기울여 그림을 그렸더니 오히려 비난과 조롱만 당했습니다. 파리에서 실패한 화가는 고향으로 내려와 찰나의 순간에 집착하는 그림이 아닌 사물의 본질을 그리겠다는 목표를 세웁니다. 순간의 사과가 아니라 진짜 사과를 그리고 싶었다는 화가는 이 사과가 썩을 때까지 그림을 그리고 그리고 또 그렸습니다. 끊임없이 변하는 자연의 모습으로 사과를 캔버스에 담았고요, 결국 사과 하나로 세상을 뒤흔들었습니다.

 이 화가는 56세까지 예술계에서 비난과 조롱만 당했던, 현대 미술의 아버지 폴 세잔입니다. 예술가들의 예술가라 불리며 거만했던 피카소까지도 유일하게 스승으로 삼은 화가가 세잔이었습니다. 피카소는 "그는 우리 모두의 아버지다"라며 세잔 앞에서는 고개를 숙였다고 전해집니다.


 세잔은 누구라도 포기할 법한 시련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았습니다. 별 볼일 없는, 아니 실패한 화가라는 조롱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갔습니다. "사과로 파리를 정복하겠다"라는 신념 하나로 말이죠. 수십 년을 실패한 인간으로 살았던 그는 결국 인생 역전에 성공했고 수많은 천재 화가에게 영감을 주며 예술 역사를 바꾸었습니다.

 썩을 때까지 그렸던 세잔의 사과는 끝까지 무너지지 않고 버티고 버티며 결실을 본 인내 그 자체입니다. 그러기에 더욱 위대한 역사로 남았습니다.  




 들으면 누구나 아는 위대한 업적도, 부러워할 만한 엄청난 성과도 그 처음은 아주 미미하고 보잘것없는 하나의 몸짓에 불과했습니다.

 오늘도 허공을 가르는 스윙으로 힘없이 더그아웃으로 물러납니다. 비난도 야유도 감수해야 합니다. 홈런을 치기 위해서 다음 기회가 올 때까지 땀 흘리며 방망이를 다시 휘두르는 연습만이 살 길입니다. 비난과 야유가 환호성으로 바뀔 때까지 힘차게 말입니다.


 좌절과 실패뿐만 아니라 비난과 조롱, 무관심 그 어떤 것이 지금 나를 가로막는 걸림돌일지라도 시간을 들여서 해내가다 보면 넘지 못할 장애물은 없을 거라 믿습니다. 걸림돌은 딛고 일어서면 디딤돌이 된다고 하죠. 딛고 일어설 때까지 꾸준히 하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그 무엇으로도 근성과 땀방울을 이기지는 못하는 법이니까요.


 달력을 보니 2021년 올해도 벌써 1/4이 지났습니다.

 새해 굳게 마음먹었던 다짐은 흔들림 없이 그대로인가요?

 처음 세웠던, 하루에도 여러 번씩 되새기며 결심했던 인생 소망은 아직 유효한가요?   




 잠시 흔들렸다 해도, 설령 잊고 살았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꿈을 향해 가슴이 뛴다면 마음을 굳게 먹고 소망을 향해 다시 땀 흘리면 되니까요.

 힘차게 휘두르는 방망이가 홈런 방망이가 될 때까지, 걸림돌이 디딤돌이 될 때까지 꿈을 꺾지 않으면 역전이라는 희망은 늘 우리 옆에 있습니다.  


 가다 못 가면 쉬었다 가도 된다고 하지 않습니까? 인생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너무 늦은 소망도 없습니다. 삶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까요.

 새해 이루고 싶은 소망이 아직 유효하다면, 인생 소망을 향한 마음이 변함없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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