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감의 기술 May 13. 2021

'바라지 말라'의 역설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누구나 한 번쯤은 했을 법한 고민,

 '어떻게 살았으면 좋을까, 어떤 삶이면 만족까지는 아니어도 그런대로 살만하다고 할까?'

 그랬더니 친구가 이렇게 말합니다.

 "우선 아프지 않고 건강했으면 좋겠어. 세상을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없었으면 정말 좋겠고. 음, 내가 하는 일이 조금은 수월하게 잘 풀렸으면 해. 아, 그리고 변덕스러운 마음도 편했으면 하고, 그래 맞다. 가정이나 직장에서 내 말 좀 잘 들었으면 좋겠어"

 그러면서   마디덧붙입니다.

 "대통령이나 재벌을 바라는 것도 아닌데 이 정도면 소박한 바람이지 않냐?"

 소박한 바람이라는데 이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아 사는 게 힘든가 봅니다.  




 마음이 힘들거나, 사는 일에 지칠 때 가끔은 책을 펼쳐 좋은 문장을 보며 위로를 얻곤 합니다.

 우선 매사에 긍정적인 생각을 하라고 합니다. 꿈을 이루고 목표를 달성한 모습을 상상하라고 배웠습니다. 건강한 자신의 모습도, 일이 꼬여도 잘 될 거라는 믿음도 가지라고 했습니다.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바라보기만 해도 전 우주의 에너지가 꿈을 향해 움직인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책에서 가르쳐 주던 내용과 전혀 다른 처세가 있습니다. 원하는 바람보다는 오히려 바라지 말라고 합니다. 불교의 경전이라고 할 수 있는 보왕 삼매경의 지침입니다.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

친구를 사귀되 내가 이롭기를 바라지 말라.

공덕을 베풀려면 보답을 바라지 말라.

분에 넘치는 이익을 바라지 말라.


 아니 바라지 말라는 말이 왜 이렇게 많습니까? 한 문장씩 찬찬히 읽어보면 구구절절 옳고 당연한 말입니다만 바라지 말라는 이 말들을 왜 굳이 경전에 적었을까 의문이 듭니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뜻이겠죠.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사바세계라고 부릅니다. 사바가 무슨 뜻인지 찾아보니까 범어 산스크리트로 참고 견디라는 의미, 그러니까 사바세계라는 건 참고 견디며 살아야 하는 세상, 괴로움이 많은 인간 세계라는 뜻입니다.

 좋은 일보다는 한숨 나는 일이 더 자주 일어납니다. 믿고 의지하는 관계보다는 그저 그런 관계, 믿지 못하고 눈치 보는 관계가 많은 게 현실입니다. 세상을 살면서 뜻대로 되는 일이 얼마나 있습니까, 기쁘고 즐겁기보다는 불안하고 마음이 어지러우니까 행복하자, 행복하자 외쳐댑니다. 그러니 사바, 참고 견뎌야 하는 세상이라고 하는가 봅니다.

 우리가 참고 견뎌야 하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충분히 참고 견딜 수 있다는 의미 아닌가 싶습니다. 참아도 버텨내지 못할 세상이란 말은 아니니까요.


 사는 동안 겪어야만 하는 심신의 병, 세상살이의 곤란함은 생각만 해도 싫습니다. 실패나 좌절 같은 인생의 쓴맛을 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거고요. 되도록이면 아니 온몸으로 거부해서라도 절대 맛보고 싶지 않은 게 인생 쓴맛입니다만 사는 동안 쓴맛을 안 볼 수는 없습니다. 싫지만 받아들이며 살아갑니다.

단맛이 좋아 단맛을 찾아다니지만 단맛이 좋지만은 않습니다. 무엇보다 사람을 성장시키는 건 단맛이 아니라 쓴맛입니다.

 단맛에만 취하면 지나친 편안함에 긴장을 잃고 안일함에 빠집니다. 너무나 쉽게 술술 풀리기만 하면 감사할 줄 모를 거고요, 그러다 인생을 망칠 수도 있습니다. 단맛만 찾다가는 건강을 망치듯이 말입니다. 쓴맛이 괴롭기는 하지만 겸손하게 하고요, 삶을 건강하게 만듭니다.

 

 '~하기를 바라지 말라'라는 말은 역설을 통해 삶의 진실을 바라보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내가 원한다고 무작정 마음대로 가게 내버려 두면 역경에 부딪혀 곤란함을 겪게 된다는 가르침입니다.

 한 치 앞도 모르지만, 참고 견디면서 살아가는 세상이지만 그 안에도 삶의 의미가 있습니다. 모든 것이 뜻대로 된다면 좋겠지만 그럴 리는 없을 거고요, 쓴맛만 보다가 어느 날 단맛을 맛보는 그 순간이 세상 사는 재미, 인생의 묘미 아닐까 싶습니다. 엄동설한 추위를 이겨내고 핀 꽃들이 세상을 아름답게 수놓듯이 말입니다.

 



 바라지 말라는 역설을 친구에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친구 녀석이 대단한 깨달음을 얻은 듯이 한마디를 합니다.

 "아하, 그래서 직장이나 가정에서 참고 견디기 위해 사바 사바하는 거였구나!! 진짜 깊은 뜻이 있었네"

 으이그, 한 대 쥐어박으려다 웃고 말았습니다.

이전 14화 청춘 단상 (靑春 斷想)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