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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Jun 17. 2021

말이 씨가 된다, 고토다마

 골목길을 지나갑니다. 골목 모퉁이 구석진 곳에는 팻말 하나가 비스듬히 쓰러질 듯 서있습니다.

 "여기에 쓰레기를 버리지 마시오"

 버리지 말아 달라는 문구가 무색하게 팻말 주위에는 쓰레기가 잔뜩 쌓여있습니다. 쓰레기에 치여 팻말도 쓰레기 더미에 묻혀 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공원을 놀러 갑니다. 넓게 펼쳐진 푸른 잔디밭이 마음을 사로잡습니다만 잔디밭 입구에는 야속하게 이런 안내판이 붙어 있습니다.

 "잔디밭에 들어가지 마세요"

 아직 자라야 하는 잔디를 보호하자는 의미 같은데 안내판 뒤에는 잔디밭을 해맑게 뛰어노는 아이들,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 심지어 돗자리를 깔고 편안히 쉬고 있는 가족들로 북적대고 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너의 목소리>에서는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사람이 하는 말에는 영혼이 깃들어 있단다. '고토다마'라고 하지. 그러니까 소원을 빌 때는 꼭 입 밖으로 말해야 해. 그런데 다른 사람 험담은 내게 다시 돌아오니까 절대 입에 담으면 안 돼요."


 고토다마. 일본인의 일상생활을 지배하는 말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말이 씨가 된다.' 같은 우리나라의 속담과 비슷한 말입니다. 말에 깃들어 있다고 믿는 영적인 힘으로 언혼(言魂)이라고 씁니다. 입 밖으로 내뱉는 말 하나하나에 혼령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살아가면서 꼭 해야 되는 말이 있고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해도 되는 말인지, 해서는 안 되는 말인지 구분하지 않고 무심코 내뱉습니다. 가끔은 순간적인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악의에 찬 말을 쏟아낼 때도 있고요. 결국 스스로를 깎아내리고 상대에게 커다란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관계가 틀어지고, 어떤 때는 내가 했던 말과 행동이 그대로 되돌아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차라리 가만히 잠자코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을, 이놈의 입이 방정맞아 내뱉은 말이기에 다시 주워 담을 수 없습니다. 좋지 않은 말대로 결과도 영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불교에선 '입이 보살이다'라고 합니다.  


 '말이 씨가 된다'라는 말을 그저 속담으로만 여겼는데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라고 합니다.

 허구한 날 짜증을 입에 달고 세상을 원망하는 푸념을 늘어놓습니다. "정말 짜증 나, 세상이 왜 이 모양이야."라면서 말입니다. 그러면 입 밖으로 나온 이 말은 청각 기관을 거쳐 우리 뇌에 입력됩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나오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여지없이 분비되어 내가 했던 말처럼 완전 짜증 나는 상태로 만들어버립니다.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라는 말이 과학적이라고 설명하는 근거라고 합니다.  




 우리가 하는 말들은 허공으로 사라지는 게 아니라 씨앗처럼 자란다고 합니다. 일단 입에서 나온 말은 나 자신이든 타인이든 사람의 마음의 밭에 뿌려지고 때가 되면 열매를 맺고 거둔다고 하니 마음을 달리 먹습니다.

 말 하나하나에 혼령이 있다는 고토다마,

 '말은 대화나 소통뿐만 아니라 오늘과 내일의 삶을 가늠하는 나침반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뱉은 말의 씨앗이 열매를 맺어 언젠가는 나에도 되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이 고토다마가 가진 행간의 의미라고 합니다. 남을 욕하거나 저주를 하면 그 말이 돌고 돌아 자신에게 큰 화로 닥쳐올 수 있다는 사실, 그러니 말도 조심조심 가려서 해야겠습니다.


 자기가 하는 말에 영이 깃들어서 신비한 힘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말하는 대로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했습니다. 그러려면 자신의 말뿐만 아니라 남이 하는 말도 소중히 여기고 지켜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남의 말도 진심을 다해 지켜야 자신의 말이 영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여기에 쓰레기를 버리지 마세요"라는 팻말이 있으면 일본 사람들은 쓰레기를 절대로 버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잔디에 들어가지 마세요'라는 안내판이 있는 곳이면 들어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하고요.

팻말이나 안내판의 글도 그 글을 쓴 사람의 말로 믿고 중히 여기며 지키는 실천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가깝고도 먼 나라이지만 배워야 할 건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말하는 것이 마침내 현실이 되었을 때 쓰는 말인 '말이 씨가 된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기도 하고, 세치의 혀를 잘못 놀렸다가 패가망신을 당하듯 평소에 쓰는 말로 인생이 좋아지거나 망친 사례는 현실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말이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만큼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이 끌어당김의 법칙을 믿고 싶습니다.  




 든든한 빽도, 튼튼한 줄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능력도 출중하지 않아 쉼 없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매일 살얼음판을 걷고 있습니다. 이도 저도 없는 처지라면 말이라도 기운 나는 말, 즐거운 말, 힘이 되는 말을 많이 해야겠습니다.

 아울러 말을 함부로 내뱉지 말고, 한마디 한마디 신중을 기하고, 상대방의 말도 중히 여기는 마음을 함께 가지면서 말입니다.


 '말이 씨가 된다' 종교뿐만 아니라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라고 하니까 스스로 실천해서 맞는지 확인해 보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힘들다고 투덜대는 대신 '세상이 왜 나만 괴롭히느냐'라는 원망 대신 "나는 잘 될 거야", "나는 행복해" 같은 좋은 말, 긍정적인 말을 해야겠습니다. 그 말이 씨앗이 되어 정말로 잘되고 행복해지는 열매를 맺어줄지 모를 일이니까요. 그러다 보면 내 삶이 눈부시게 달라질 수도 있을 테니까요.







사진출처

'너무 재치 있어서 말이 술술 나오는 저학년 속담' 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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