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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Apr 19. 2021

관계에도 리액션이 필요합니다

 아내가 남편에게 고민거리를 털어놓습니다. 몇 마디 꺼내자마자 남편은 자신만만한 어조로

 "그거 이렇게 하면 되지, 뭔 걱정이야."라고 말합니다.

 아내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을 이어갑니다. 남편은 잠시 듣다가 이번에도 말꼬리를 자르며

 "그것도 이런 식으로 하면 문제없잖아, 걱정을 사서 하고 그래”라고 결론부터 지어버립니다.

 아내는 점점 인상이 굳어집니다. 아직 이야기는 반도 안 했는데 말을 하면 할수록 남편은 자신의 의견을 더욱 강하게 주장합니다. 아내는 남편을 쏘아붙이며 짜증을 냅니다.

 "당신은 어찌 내 마음을 이리도 몰라? 벽보고 이야기하는 것 같아!"라면서요.

 뻥~진 남편, 실컷 고민해서 해결책을 이야기해 줬더니 세상에 벽이라 하니 어이가 없습니다.


 한 친구가 있습니다. 고민이 있거나 심란할 때 이 친구와 이야기하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자질구레한 이야기를 해도, 걱정거리를 털어놓아도 이 친구가 보이는 반응은 대단한 게 별로 없습니다. 카리스마가 넘쳐 나를 따르라도 아니고, 조목조목 설명해 주는 그런 스타일도 아닙니다.

 이 친구가 하는 거라고는 이야기 중에 '응'. '아하.' 가끔은 '그래서?' '저런' 정도, 좋은 내용으로 결론이 나면 ‘잘 됐다, 좋겠다’. 좋지 않은 쪽이면 '안됐다, 기운 내’ 이게 전부였습니다. 이 친구가 해주는 말은 몇 마디 없는데도 이야기를 하고 나면 속이 후련함을 느낍니다.


 혼자 있을 때는 뭐든지 내 마음대로 해도 괜찮으니까 편하기는 한데 가끔은 심심하고 외롭기도 합니다. 그러다 연애를 시작하든 우정을 쌓든 둘이 있으면 재미있어집니다.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해서 둘이 하나가 되면 밥도 같이 먹고 잠도 같이 자고 늘 붙어 지냅니다. 하지만 아무리 살을 비비고 사랑하는 사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는 나는 나, 너는 너. 두 사람이 하나가 된다는 건 불가능한 꿈일지도 모릅니다.

 사랑도 그럴진대 우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마음이 잘 통하는 사이라고 해도 나는 네가 될 수 없고 너는 내가 될 수 없습니다.  




 리액션(Reaction)은 ‘다른 연기자의 대사나 행동에 대해 반사적 작용으로 나타나는 연기’를 말합니다. 리액션은 방송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의 대인관계에서도 필요합니다. 리액션이 다소 과장된 표현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별다른 반응이 없으면 분위기가 침체되고 흥이 나지 않습니다.

 원만한 대인관계를 위해서는 리액션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고민거리를 털어놓은 아내, 듣자마자 해결책부터 말하는 남편, 이런 남편이 서운한 아내, 기껏 해결책을 말했더니 토라진 아내를 보며 이해 안 되는 남편.

 보기에는 별문제 없어 보이고 '왜 저럴까' 싶지만 아내의 입장은 그게 아닐 때가 많습니다. 아내라고 해결책을 모르겠습니까? 다만 속상한 일을 이야기로 풀고 싶고 남편이 내 말을 끊지 않고 들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아내의 속마음입니다.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기본을 무시한 남편은 본의 아니게 남(의) 편이 되어 아내에게 잔소리를 듣습니다.  


 리액션. 그리 어려운 행동도 아닙니다. 짧은 감탄사 몇 마디가 전부입니다.

 긍정적이거나 기분 좋은 내용은 밝은 표정으로 '이야~', '아~'면 충분하고요. 슬프거나 힘든 내용은 '음', '어휴'라며 작게 소리를 내주는 것만으로 공감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이야기가 이어진다 싶으면 '그래서?'라는 말 한마디면 상대방의 마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친구의 리액션을 보고 배운 남편은 아내와의 대화에서도 친구가 하듯이 따라 해 봅니다. 아내가 이야기를 하면 일단은 들어주고, 가끔 '아하', '오호', '저런', '그래서?' 몇 마디를 적절하게 구사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아내가 어쩌면 좋을까 하고 묻습니다. 남편은 몇 번이고 말하고 싶었던 걸 그제야 이야기합니다. 실은 아내도 그 정도 해결책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우연히 아내가 지인과 전화 통화하는 걸 듣게 되었습니다.

 아내가 지인에게 ‘남편이 내가 하는 말에 리액션을 좀 잘해주는 것 같아서 좋다, 그래서 요즘은 살맛 난다’ 이런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들으면서 기분이 좋아집니다.

 친구 따라 강남은 못 갔지만 친구 덕에 가정의 평화가 찾아온 듯합니다.  




 내가 '쿵'하면 저쪽에서 '짝',

 내가 '하나'하면 저쪽에서 ‘둘'.

 내 입장에서는 우리가 환상의 복식조 같겠지만 맨날 추임새만 넣고 있는 상대방은 어쩌면 지치고 있는 중일 지도 모릅니다.

 두 사람이 잘 맞는다는 게 한쪽이 배려해서 계속 잘 맞춰주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사람과 사람은 잘 맞을 수가 없습니다. 한쪽만 끊임없이 희생하고 포기하고 배려하며 맞추는 관계는 그리 오래가지 않습니다. 찰떡궁합이 되기 위해선 서로가 맞춰가는 두 사람의 끊임없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주변 관계가 좋아지고 사람들이 많아지기보다 수년간 알고 지낸 지인들과도 사소한 오해로 미워하고 등 돌리는 사이로 틀어지기도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삭막한 세상인데 시간이 흘러갈수록 점점 혼자가 되고 외로워하는 이들이 많아집니다. 문득 각자 액션만 할 줄 알았지, 들어주고 호응해 줄 수 있는 리액션의 부재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을 드러내는 액션보다 타인을 위한 리액션이 더 필요한 요즘입니다.


 영혼 없는 혹은 과장된 리액션이 아닌 진심 어린 리액션이 중요합니다.

 약간의 리액션으로 우정이 더욱 진해질 수 있고요, 적절한 리액션만으로 커플의, 부부의 관계가 돈독하게 바뀔 수 있습니다.

 진심 어린 리액션은 관계의 기본이자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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