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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Sep 17. 2021

추석 보름달에 소원을 담아, 인생은 밝게 세상은 환하게

 우리는 해마다 민족 대이동을 두 번 합니다. 그때마다 방송에서 빠지지 않는 멘트가 있습니다.

 "민족 최대의 명절 설날을 맞이해서~"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에는~"

 설날과 추석, 가끔은 어느 명절이 진짜 최대의 명절인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민족 최대의 명절은 설날보다는 추석이라는 의견이 우세하고 이유도 다양합니다.

 우선 설날과 추석에 관한 통계를 비교해봅니다.

 뭐니 해도 고속도로 통행량이 설보다 추석 때가 더 많습니다. 설날에는 보통 2900~3300만 명이, 추석에는 3200~3600만 명 정도가 민족 대이동을 한다고 합니다.

 코로나가 창궐하기 전에는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해외로 나가는 관광객 수도 추석 때가 더 많았습니다.

 택배 물량이나 명절 선물세트 구입량, 편지 배송량, 극장가 관객 수, 관광지 관광객 수 같은 수치도 설보다 추석이 더 많다고 나와 있습니다. 회사들도 설날 때보다 추석 무렵이 더 바빠 기업 매출량이 높다고 합니다. 


 설날은 대개 방학 시즌인 겨울인 반면 추석은 선선한 초가을이라 이동하기에 좋은 날씨도 한몫합니다.

 또한 설날은 이미 크리스마스와 신정을 가족과 함께 보낸 여운이 남아 있습니다. 그에 비해 추석 전에는 상대적으로 휴일이 적고 국경일이라 추석 때 가족 상봉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연휴의 길이가 아주 중요한 관심사입니다. 설날은 주말이 끼여 있으면 5일 정도 누릴 수 있지만, 추석이 개천절과 한글날까지 연결되면 그야말로 황금연휴를 즐길 수 있어 추석이 최대의 명절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물론 사람마다, 해마다 다르니 이게 정답이라고 할 수 없지만 연휴가 길고 이동량을 따지는 게 합리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음력 팔월 보름을 일컫는 추석을 가배(嘉俳), 가위, 한가위, 중추(仲秋), 중추절(仲秋節)이라고도 부릅니다. 가위나 한가위는 순수한 우리말이며 가배는 가위를 이두식의 한자로 쓰는 말입니다.

 추석은 '팔월 한가위'입니다.

 ‘한’은 한글의 '한'처럼 ‘크다’라는 뜻이며, '가위'는 8월의 한가운데 또는 가을의 가운데를 의미합니다. '크다'와 '가운데'라는 단어가 합쳐진 말로, 한가위란 8월의 한가운데에 있는 큰 날이자 연중 으뜸 명절입니다.

 

 추석(秋夕)을 글자대로 풀이하면 가을 저녁, 나아가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달이 유난히 밝은 좋은 명절이라는 의미입니다.

 초승달이 조금씩 차면 상현달이 되었다가 만월인 보름달이 됩니다. 조금씩 기울어 하현달이 되어 다시 초승달로 돌아가는 게 달의 모습입니다. 


 새해가 되면 정월 대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었습니다. 새해 첫 달의 시작인 만큼 올 한 해 만사형통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정월대보름과 함께 대표적인 보름 명절인 추석, 둥글게 떠오른 보름달의 모습은 알맹이가 꽉 찬 햇곡식, 햇과일을 닮아 풍요의 상징이었습니다. 때가 되면 차고 기우는 달은 무한한 생명력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농경사회에서는 이런 달의 모습과 해마다 씨를 뿌리고 수확하는 농사와 같은 속성으로 여겼습니다. 그래서 달의 형상 가운데서도 풍요를 상징하는 만월을 가장 중요시 해왔습니다. 


 달을 닮은 곡식을 거두는 올해 수확에 감사하고 다음 해에도 풍작을 기원하는 마음도 간절합니다. 이 소원은 일 년 중 가장 밝고 둥근달을 보며 빌면 더 잘 이루어진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추석을 달의 명절이라고도 합니다.  




 추석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속담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입니다.

 추석은 수확의 계절인 가을, 오곡이 무르익어 일 년 중 먹을 것이 가장 풍부한 때입니다. 평소에는 넉넉하게  먹지 못하는 형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추석이 되면 온 가족과 이웃들이 모여 맛있는 음식들을 나눠 먹으며 모두가 밤낮없이 즐겁게 지냈기 때문에 ‘한평생 이와 같아라’라는 마음으로 나온 속담입니다. 


 추석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음식 하면 송편이 빠질 수 없습니다. 예로부터 전해져 온 연중행사와 풍습을 소개한 '동국세시기'에는 '송편을 예쁘게 잘 빚어야 시집을 잘 간다'라는 말이 기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성들은 예쁜 손자국을 내며 반월형의 송편에 꿀·밤·깨·콩 등을 넣어 맛있게 쪘습니다. 이때 솔잎을 깔아 맛으로 먹는 미각뿐만 아니라 후각적 향기와 시각적인 멋도 즐겼다고 합니다.

 솔(松) 잎을 깔고 찐 떡이라고 해서 '송편'이라는 이름이 되었습니다. ‘편’은 떡을 이르는 우리말입니다.

 이 속담은 '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예쁜 딸을 낳는다'로 구전되어 전해집니다. 남자들은 송편을 만두처럼 빚었다고 타박받으며 웃음꽃을 피우기도 합니다. 


 '푼주의 송편이 주발 뚜껑 송편 맛보다 못하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조선 숙종 때의 일이었습니다. 백성들이 어떻게 사는지 관심이 많은 임금이 사찰을 나갔습니다.

가난하여 먹을 것이 변변치 못한 선비 부부가 사는 집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선비의 아내가 정성껏 송편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담을 그릇이 없어 당시 '주발'이라 불리는 놋쇠로 된 밥그릇 뚜껑에 두 개 담아 남편에게 건넸습니다. 그러자 남편은 송편 한 개를 먹고, 남은 하나는 자신의 입에 물고 사랑하는 아내의 입에 넣어주었습니다. 이 닭살 돋는 장면을 우연히 본 숙종은 그 모습이 부러웠나 봅니다.

 궁궐에 돌아온 임금은 왕비에게 송편이 먹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왕비는 푼주(입구가 넓고 밑이 좁은 넓적한 사기그릇)에 송편을 가득 쌓아 수라상에 올렸습니다. 하지만 숙종은 그 상을 뒤엎어버렸다고 합니다. 임금이 원했던 건 화려한 모양과 맛이 아닌 사랑과 정성이었으니까요.

 이와 같은 유래로 좋은 그릇에 담긴 맛 좋은 송편이라 할지라도 정성과 사랑이 담기지 않으면 값어치가 없다는 뜻으로 쓰이는 속담이 되었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 추석도 그리운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지내기가 여의치 않습니다.

 이제 추석 연휴가 시작됩니다만 아직까지도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와 새로운 방역지침이 이어지고 있으니까요.

 피치 못할 사정으로 민족 대이동이 어렵다면 보고 싶은 마음을 문자에라도 담아봅니다. 서로의 평안을 기원하는 인사말을 보내는 정성으로 아쉬움을 달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일 년 중 가장 밝고 둥근달이 뜨는 명절인 팔월 한가위 추석, 올해는 무슨 소망을 기원하고 싶습니까?

팔월 한가위 보름달에 소원을 빌면 더 잘 이루어진다고 하니 마음에 품은 소망을 경건하게 빌고 싶습니다. 


 분위기는 예년 같지 않지만 추석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담아 봅니다. 인생은 밝게, 세상은 환하게 빛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하루속히 역병에서 자유로워졌으면 하는 소원도 함께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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