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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Nov 26. 2021

건강은 행복의 어머니

 '코로나'라는 역병이 세상을 덮친 지 어언 2년, 매일 아침 하루도 빠짐없이 듣는 뉴스는 '어제 코로나 확진자가 000명 발생했다'라는 소식이었다. 그동안 확진자가 되지 않으려고 마스크 쓰고 다니는 건 기본, 사회적으로 거리를 멀찌감치 두었고 사람이 모인다 싶으면 얼씬도 하지 않았다. 마치 투명 인간처럼. 


 온갖 불편을 감수하고 집에서 모든 걸 해결했다. 집에서 해 먹고 시켜 먹고 환경을 생각해서 남김없이 먹어 치웠다. 헬스장 가기 꺼림칙해서 홈트를 며칠 하다 먼지 날린다고 접어야 했고, 운동은 기껏해야 동네 몇 바퀴 걷는 게 전부였다. 밀집 장소에 갔다가 확진자라도 되면 직장도, 애들 학교도 민폐만 끼치게 될 테니깐. 


 이런 노력의 보상으로 다행히 확진자 명단에는 오르지 않았지만 불행히 확찐자라는 예상치 못한 타이틀을 얻었다. 안 그래도 d자 몸매였는데 이젠 배만 봐서는 임산부와 구분이 안될 정도, 나이는 먹고 활동량은 적고 그러니 체력은 저질, 아무리 내 몸이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이런 몸을 준 신이 괜히 미워졌고 내 몸을 볼 때마다 저주에 걸린 거라며 투덜대곤 했다. 실은 아주 오래전부터.  




 불행인지 다행인지 위드 코로나라며 헬스장도 영업시간 제한 없이 본격적으로 문을 열었다.

 몸 좀 만들어 보겠다고, 살도 확 빼겠다는 심정으로 헬스장을 찾았다. 오랜만에 헬스 기구들을 바라보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근육질의 몸으로 바벨을 힘껏 들었다 놨다 하는 젊은 청년,

 군살이라고는 없이 러닝머신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며 질주를 멈추지 않은 중년의 아저씨,

 지긋한 나이임에도 유연한 자세로 요가를 하는 노년의 여성들.

 '나도 곧 저런 몸을 가지게 되겠지'하는 희망이 '저 정도쯤이야'라는 근자감과 함께 타올랐다. 얼른 기구를 잡고 몸 좀 풀려는데 트레이너가 몇 가지 주의 사항을 당부했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려고 했는데 한 마디 한 마디가 예사롭지 않았다. 가슴에 비수가 팍팍 꽂히는 듯했다.

 "처음부터 무리한 목표는 세우지 않습니다".

 "남들 하는 거 무작정 따라 하지 말고 나에게 맞는 운동부터 시작합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몸을 인정하고 사랑합니다". 


 처음부터 무리한 목표를 세우면 오래 운동하기는 글렀다고 봐야 한다. 지금 당장 근육질을 만들겠다는 의욕이 과욕을 불러 며칠 하다 앓아눕기 십상이니까.

 남들 하는 운동이 멋있어 보여 무턱대고 따라 하다가는 골병들기 딱이다. 다리가 짧아 종종걸음 걷는 뱁새가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걷는 황새를 따라 하면 가랑이만 찢어지듯이.

 무리한 목표를 세우는 것도, 남들 하는 걸 무작정 따라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자신의 몸을 인정하지 않아서 생기는 일, 그러지 않으려면 자신의 몸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마음부터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결연한 의지로 몸 만들겠다고, 비장한 각오로 다이어트한다며 운동을 시작할 때 우리는 자신의 몸을 적으로 간주한다. 살을 빼겠다는 일념 하에 지방이란 지방은 몽땅 태워 없애버리겠다고 덤비고, 살이란 살은 모조리 뽑아 버리겠다며 전쟁을 선포하면서 말이다. 그러니깐 너 죽고 나 죽자, 한 판 붙어 끝장을 내자는 심리로 무모하게 달려든다. 

 지금껏 내가 먹어 찌운 살인데, 내가 안 움직여 불어난 몸인데, 내가 방치해서 이 모양 이 꼴이 된 내 몸을 적대시하는 태도부터 버리라고 한다.

 일단은 내 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하라고, 내 몸을 먼저 돌아보는 게 먼저라고 한다. 무엇을 하든 시작은 나에게서 비롯되는 거니까.  




 나이 들수록 몸을 움직이는 게 진짜 필요하다는 걸 느끼곤 한다. 어렸을 때 교과서에도 나왔던 유명한 말도 있지 않은가?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젊었을 때는 '그래?' 하고 무심히 듣고 흘렸다. 많다면 많은 나이가 된 지금은 옛말이 그른 게 없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건강이 최고구나' 이런 생각을 자주 하며 살아가니깐.

 아, 밤을 꼴딱꼴딱 새워도 거뜬했던 시절은 가버렸다. 이제는 하루만 무리해도 회복하는데 몇 날 며칠이 걸린다. 힘이 남아 나고 몸이 날아다니던 때가 그립지만 이제 그리움은 접어두고 자신의 몸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할 때다. 야속한 세월이 내 몸을 이 모양 이 꼴로 만들었다고 원망한들 뭐 어쩌겠는가?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만들어 나가는 수밖에. 


 '몸이란 겉으로 보이는 마음'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마음은 보이지 않는 몸, 몸 가는데 마음 가고, 마음 가는데 몸이 간다는 얘기이다. 그래서 마음 상태를 보면 그 사람의 몸 상태를 알 수 있고 거꾸로 몸 상태를 보면 마음 상태도 알 수 있다는 의미이다.

 공부를 하든 일을 하든 무엇을 하든 몸이 받쳐줘야 한다. 밤을 새워 공부하고 싶어도 몸이 안 따르면 소용없고, 신나게 놀고 싶어도 몸이 부실하면 골골거리다 끝날 테니까.

 체력이 좋아야 사랑을 하느냐? 사랑을 하면 체력이 좋아지느냐? 두말할 필요도 없이 사랑도 체력이 있어야 가능하지 않겠는가. 뭐니 뭐니 해도 체력은 국력! 이 말이 그냥 나왔겠는가?

 요즘은 체력은 인성이라고도 하는데 체력이 딸리면 성질도 고약해진다. 서 있기는커녕 숨쉬기도 힘든 마당에 친절은 무슨, 사랑은 얼어 죽을 개뿔. 그래서 '건강은 행복의 어머니'라고 하는가 보다. 


 또한 몸은 그 사람의 집이라고 한다.

 든든한 지식도, 건강한 영혼도 튼튼한 몸 안에 있을 때 가치가 있다. 천하를 얻은들 내 몸이 엉망이면 부질없는 일이다.

 "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고, 사람을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고,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이다"라는 명언을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건강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그러려면 내 몸부터 사랑해야지. 


 나를 사랑하는 가장 확실한 결심은 내 몸을 위해 운동하는 것!

 '운동은 언제부터 하면 좋을까?'라는 물음에 정답은 바로 지금!

 덧붙여 바쁠수록, 잘 나갈수록 몸이 먼저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강조한다.

 '건강이 있는 곳에 자유가 있고, 건강은 모든 자유 중에 으뜸이다'라는 말이 있다. 다들 오래오래 자유를 누리고 싶지 않은가?  




 한동안 손 놓고 있던 운동을 어제부터 다시 시작했다. 비록 하루밖에 안됐지만 굳었던 몸이 다시 펴지는 것 같고 한결 가벼워지니 뿌듯했다. 하지만 자고 일어나니 몸은 천근만근, 삭신이 쑤신다.

 확찐자에서 벗어나기, 늘 패배의 쓴잔만 들이켰던 살과의 전쟁. 하루아침에 끝날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나 자신을 사랑하자는 다짐으로 몸을 움직인다. 질병은 수백 개가 있지만 건강은 하나밖에 없으니까.

 '내 몸을 내가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사랑해 주겠는가?' '지금 사랑하지 않으면 언제 사랑할 수 있겠는가?' 나를 사랑하는 것, 모든 사랑은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세월이 야속하다고 한들 나이를 먹는 게 순리요, 도리이다.

 꽃이 피고 지듯이, 또 아침을 맞고 저녁이 오듯이, 계절이 오가듯이, 사랑의 열망이 치솟다가 가라앉듯이 그런 변화를 다 받아들이려면 몸이 튼튼해야 가능할 터. 시간의 흐름에 목 막혀 하지 않고 그걸 다 꿀떡꿀떡 잘 넘기고 싶다면 말이다.

 건강은 행복의 어머니, 다들 행복의 어머니와 오래오래 행복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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