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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Dec 06. 2021

오늘 연주할 인생 3박자는?

 여러 장단 중 하나인 3박자, 음악에서 3박을 1 단위로 하는 박자를 뜻합니다.

 일반적으로 셈, 여림, 여림의 차례로 연주되고요, 2박자와 함께 홑박자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보다 복잡한 박자를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춤곡에서 많이 사용되는 박자로 미뉴에트, 왈츠 등에 쓰입니다. 


 서양음악은 2박자, 대중가요는 4박자가 주된 박자인 반면 한국음악의 장단은 대부분 3박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민요이자 한국 문화를 대표하는 노래인 아리랑도 3박자입니다. 아리랑의 가사에는 한민족의 얼과 한이 담겨 있습니다. 가사 내용이 대체로 슬프고 한스러운 게 특징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우리 삶도 대개 3박자로 흘러가는 듯합니다.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고 굳게 다짐을 하지만 낙담할 때가 자주 있습니다.

 '이 정도 해주면 되겠다'라는 짐작을 하고, '저 정도는 하겠지' 기대를 하지만 막상 실망만 가득하고요.

 반드시 해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성공한 내 모습을 희망하지만 현실은 오히려 후회를 남기기도 합니다.

 이런 3박자 말고 멋진 3박자는 어디 없을까요? 


 일상에서도 3박자가 척척 맞아떨어져야 제대로 돌아갑니다.

 도로에 없어서는 안 되는 안전 지킴이 신호등. 이 신호등에 나란히 서있는 빨강노랑초록 이 삼박자가 적절히 꺼졌다 켜졌다 해야 사고가 나지 않고 안전을 지킵니다.

 '오늘은 뭘 먹을까?' 유명한 맛집을 검색하고 찾아갑니다. 취향은 다를 수 있지만 맛집의 3박자라고 하면 가격이 기본입니다.

 식물이 잘 자라 탐스러운 열매를 맺으려면 역시 3박자가 필요합니다. 기후토양기술이라고 하죠. 무엇 하나 빠지면 명품 과일은 어림없습니다.

 잘 치고(공 ), 잘 막고(수 ), 잘 달리는(주 ) 세 가지 기본 기술. 이 공수주 모두 능한 선수가 스타플레이어임은 말할 것도 없고, 3박자를 모두 갖추었다는 표현을 씁니다.

 완벽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하는 질문에 외모지성심성. 이 3박자를 모두 갖추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겁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이란 책에서 훌륭한 변론의 3박자로 로고스(논리), 에토스(윤리), 파토스(열정)라고 말했습니다. 흔히 말 잘하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요소인데 이런 3박자를 갖춘 위인을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입니다. 


 사람은 기억으로 살아간다고 합니다. 기억으로 남으려면 일상에 일어난 일을 등록하고 저장하고 회상하는 3박자가 들어맞아야 합니다. 하나라도 문제가 있으면 기억장애가 생겨 추억은 사라지고 자신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인간관계에서 소통의 기술인 경청에도 3박자가 있습니다. '그랬구나, 정말? 그래서?'인데요, 자녀와 대화할 때 필요한 기술이기도 합니다.

 아이가 속마음의 이야기를 어렵게 꺼냅니다. 머뭇거리는 시작에 "그랬구나"라는 한 마디는 아이의 말문을 열게 합니다. "정말?" 한 마디에 공감이 전해지고요. "그래서?"는 아이가 말을 끝까지 하게 하는 지지가 됩니다. 비단 아이와의 대화에만 해당되지는 않습니다. 일방적인 조언보다는 이 3박자만 적절히 해도 진심 어린 경청이 되어 상대방을 감동시킬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고 연주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3박자 장단처럼 각자 삶에도 중요한 3박자가 있습니다.

 어떤 사실을 받아들이고, 머릿속에서 정리하고, 밖으로 표현하는 일입니다. 이 3박자가 삶을 좌우할 만큼 중요합니다. 뭔가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마음속으로 정리를 어떻게 하느냐, 표현은 어떤 식으로 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달라지고 관계도 달라지니까요. 


 '100세를 살아보니'의 저자 김형석 박사는 인생에 3박자 행복으로 공부취미를 꼽았습니다.

 저자는 내가 나를 잘 키우려면 2가지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첫째는 공부, 공부를 안 하면 정신적 기형이 온다고 하고요. 둘째는 일, 일을 안 하게 되면 인간은 녹이 쓴다고 합니다. 공부하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공부하는 사람은 성장을 멈추지 않습니다. 공부와 일 사이에는 교집합인 취미활동을 가지라고 조언합니다. 일, 공부, 취미 이 3박자 인생살이가 내 행복을 손잡고 같이 끌고 간다고 말합니다.  




 계획과 다짐과 낙담, 짐작과 기대와 실망, 각오와 희망과 후회. 사는 동안 종종 겪는 일로 남아 있던 기운마저 빠지게 하는 3 박자인 반면 이를 훌훌 털고 일어나게 하는 3박자도 있습니다.

 세계를 품을 포부를 가지고 물불 가리지 않는 도전을 해서 성과를 내는 3박자가 내 인생에 생기지 말라는 법 없습니다. 설령 고비가 닥치면 가슴 펴고 배짱도 튕겨보고요, 이를 악물고 깡다구로 버티면서 오기도 부려봅니다. 이런 3박자가 불굴의 의지를 불러일으키니까요. 


 삶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시곤 합니다. 고르는 선택마다 죄다 틀리고 하는 일마다 꼬여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럴 때는 위로와 격려와 응원의 3박자가 도움이 됩니다만 사는 게 버겁고 힘겨울 때 최고의 특효약은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는 3박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아무리 좋은 약도 많이 먹으면 독이 될 수 있으니 적당히 해야겠지만요. 


 오늘은 어떤 3박자를 연주해 볼까요?

 오늘 연주하는 3박자는 멋진 조화를 이뤄 아름다운 하모니로 울러 퍼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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