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감의 기술 Dec 15. 2021

잠이 보약, 다들 잠은 잘 주무십니까?

 '4시간 자면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라는 4당5락(四當五落).

 대학 입시를 앞둔 수험생이라면 익히 알고 있는 사자성어입니다.

 그래서 머리에 하얀 띠를 불끈 동여매고 사생결단의 각오로 책과 씨름을 하곤 했습니다. 그리 오래가진 않았지만요. 


 '지금 잠을 자면 꿈을 꾸지만 지금 노력하면 꿈을 이룬다'

 '네가 자는 동안 경쟁자의 책장은 넘어간다.'

 시험뿐만 아니라 인생 성공에 관한 조언이라며 한 번쯤 들었던 말입니다. 이 때문에 잠은 덜 자고 그 시간에 더 많은 노력을 쏟아붓어야만 성공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다고 세상이 성공만 가져다주지는 않았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일분일초를 아껴 처리해야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시간은 없고 마음은 급합니다. '밤을 새워서라도 꼭 해내야지!'라고 다짐하지만 눈꺼풀은 힘이 참 셉니다.

 '자면 안 되는데.. 안되는.. 안되.. 되.. Zzz'

 그러다 어디선가 불호령이 떨어집니다.

 "야, 너 이 판국에 잠이 오냐? 잠이 와?"  




 우리 사회는 잠을 많이 자는 사람은 게으른 사람이라며 멸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산업 사회를 거쳐 지금까지 일분이라도 더 공부하고, 하나라도 더 성과를 내려고 잠자는 시간을 아껴가며 노력하는 모습이 미덕이었습니다. 주말을 포기하고 휴가를 반납하는 건 기본, 몇 날 며칠 밤을 새워서라도 일을 하는 인식이 당연시했습니다. 잠을 많이 자면 시간 낭비, 늘 잠이 부족하고 피곤한 모습이 제대로 사는 모습처럼 여겼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쏟아지는 졸음에 연신 하품을 해대고 스르르 감기는 눈꺼풀과 사투를 벌이면서 작업과 공부에 매달리는 사람이 엄청 많습니다. 활기찬 아침인데 지하철에서 단잠을 자고,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손잡이를 잡은 채 꾸벅꾸벅 조는 사람들은 흔한 출근길 풍경입니다.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 성인들의 상당수가 만성 피로를 달고 살고 있으며 OECD 국가 중에서 과로사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무게가 1.5kg에 불과한 뇌가 거대한 우리 몸을 움직이게 합니다.

 걷고 뛰고 앉고 눕는 행동은 물론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자극을 비롯해서 '저 사람은 왜 저럴까?' '의도는 뭘까?' 하는 생각까지 쉴 틈이 없습니다. 들어오는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고 수시로 결정하는 역할도 뇌가 아니면 할 수 없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움직이며 대부분의 언행을 관장하고 신체 항상성을 유지합니다. 인지와 감정. 학습과 기억까지 담당하는 뇌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 기관입니다. 이런 중요성을 반영하듯 조물주는 두개골은 신체에서 가장 단단한 뼈가 보호하게끔 만들었습니다. 아울러 해가 뜬 낮에는 땀 흘려 일하고 일한 뒤에는 편안하게 자라고 밤을 만들었습니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이상적인 수면 시간은 평균 8시간이라고 합니다.

 인생의 1/3, 백세 시대를 가정하에 계산하면 33.3년이 순수하게 수면에 투자되는 시간입니다. 결코 적지 않은 시간이지만 나머지 66.6년을 활기차게 살아가려면 아낌없이 잘 자야 할 시간입니다. 33년을 더 살아보겠다고 잠자는 시간을 쪼개고 줄여 잠을 소홀히 하면 괜찮던 건강은 나빠지고 그러다 훨씬 먼저 영영 잠이 들지도 모릅니다. 잠은 단순히 자는 휴식뿐만 아니라 인체 면역력을 높이고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니까요.  




 시간에 대한 개념이 없는 어린아이들은 몇 날 며칠을 아직 모릅니다. 일 년, 한 달은 물론 하루 이틀도 없습니다. 대개 이런 식으로 시간을 가늠합니다.

 "할머니는 몇 밤 자면 와?"

 몇 밤 자면 오신다는 말에 신기하게 바로 잠을 잡니다. 혼자 자고 일어나서 아직도 몇 밤이 그대로이면 괜한 투정을 부리곤 합니다.

 아이들은 잠은 참 잘 잡니다. 울다가도 자고, 먹다가도 자고, 그래서 쑥쑥 자라는 거겠죠. 제대로 못 자는 아이는 성장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하는 일이 꼬여 신경이 날카로워졌습니다. 일이 엉망이 되어 의욕을 상실했습니다. 삶이 버겁고 지쳐 만사 귀찮습니다. 그럴 때 옆에서 걱정하시는 어머니께서 늘 하셨던 말씀이 있습니다..

 "일단 뭐 좀 먹고 한숨 푹 자."라고요.

 어머니 말씀이 맞았습니다. 자고 나면 피곤이 풀리고 생각은 정리되고 해결책이 떠오르기도 하니까요. 사람이 살아가는 이상 무엇보다 한밤 잘 자는 게, 한숨 푹 자는 게 중요합니다. 


 우리가 잠든 사이 뇌는 야간작업을 합니다.

 지치고 시달렸던 신체를 푹 쉬게 하며 다독거리는 역할을 합니다. 격한 감정에 시달렸던 상처를 달래주고요, 복잡한 문제들은 밤새 연결점을 찾아 생각의 길을 터주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고 일어나면 거친 물살에 파도처럼 요동치던 일들이 잔잔한 호수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머릿속에서 복잡한 작업이 모두 끝난 아침이면 어제까지 휩싸였던 고민이 조금은 우스워집니다. 그토록 마음을 어지럽히던 감정의 소란은 고요한 새벽처럼 잠잠해져 있기도 합니다. 


 어제의 감정과 오늘의 감정이 다릅니다. 밤의 감성과 아침의 감성도 달라집니다. 잘 자고 난 아침, 상쾌하게 눈을 뜨면 감정적인 생각은 이성적으로, 비현실적인 상상은 현실적으로 바뀌게 됩니다.

 힘든 일을 겪고 심신이 지칠 때는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진다는 어머니 말씀이 괜히 있는 게 아니죠. 일리가 있는 이야기입니다. 잘 잔다고 상황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생각이 달라질 수 있고 마음가짐도 다시 가다듬을 수 있습니다. 걱정과 두려웠던 감정이 '한번 해보자' 하는 용기로 바뀌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생겨난 거겠죠.  




 요즘 먹고사는 문제로 고민 고민해서 밤새 뒤척이다가 잠이 들곤 합니다. 이러면 뇌가 잘 쉬었나 모르겠습니다. 뇌가 제대로 쉬지 못하면 몸도 마음도 힘들어질 텐데 말이죠.

 인구의 20%가 수면장애라는 통계가 있듯이 잠을 푹 못 자서 뇌의 휴식이 더 필요한 요즘입니다. 잘 잔만큼 뇌도 개운해집니다. 가끔은 에너지를 가득 충전시키게 늦잠을 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억지로 한술을 뜨고 한숨을 자고 나면 천근만근 몸도 가벼워지고 눅눅하던 머리도 맑아집니다.

 머릿속이 복잡해서 터질 것만 같을 때, 생각이 돌아가지 않아 마치 정지된 기분이 들 때, 바라던 일이 기대와 달리 낙심으로 돌아와 의욕이 없을 때는 잘 먹고 잘 자고 난 뒤에 다시 해 보는 게 훨씬 낫습니다.  아마 천 년 전에도 수수만년 전에도 그래 왔을 테니까요. 


 요즘 잠은 잘 주무십니까? 걱정과 잡생각은 수면을 방해할 뿐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습니다. 그러니 잠자리에 들 때만이라도 모든 걸 내려놓고 꿈나라로 향했으면 좋겠습니다.

 미인은 잠꾸러기, 잠이 보약. 다들 미인이 되고 매일 든든한 보약을 잘 챙기면서 말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