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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Dec 24. 2021

강철왕 카네기의 성공 비결, 이름을 부른다는 건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며 꽃이 되는 이름이 있는가 하면,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라고 애타게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도 있습니다.

 수많은 이름 가운데 꽃이 되는 이름처럼 내 이름을 불러줄 때 나라는 존재가 인식됩니다. 그러니 대답을 하고 뒤를 돌아보는 거겠죠. 


 엄마 뱃속에서 갓 태어난 아이가 처음 만나는 건 찬란한 빛, 처음 느끼는 건 따뜻한 엄마의 손길, 처음부터 생을 다할 때까지 가장 많이 듣는 소리는 내 이름입니다. 그 이름은 죽어서도 비석에 새겨져 남아 있습니다.  




 순우리말인 이름은 대상을 다른 것과 구별하기 위해 사람이나 사물, 상황에 붙여 한 단어로 대표하는 말입니다. 평판이나 명예, 명성을 뜻하기도 합니다.

 아이러니한 건 이름은 나보다 남이 더 많이 부른다는 사실입니다. 오늘은 얼마나 많은 이름을 불렀을까요? 내 이름을 불러줄 때 기분은 좋았습니까?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 전혀 모르는 사람임을 강조할 때 불렀던 노래처럼 이름은 그 사람을 알아가는 첫 단추입니다. 만나면 통성명부터 하니까요.

 '글은 제 이름 석 자나 알면 족하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아무나 배울 수 없었던 시절에는 글이란 제 성과 이름만 쓸 줄 알면 충분하다는 뜻입니다. 비록 글공부를 하지 못하더라도 이름만큼은 쓸 줄 알아야 한다는 거겠죠. 이름은 곧 나 자신이니까요.

 마음에 드는 연인, 존경하는 사람에게서 가장 먼저 듣고 싶은 말도 내 이름입니다. 교감을 나눌수록 자연스럽게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며 친밀감도 쌓여갑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이름에는 신경을 쓰지 않지만 자신의 이름은 굉장한 애착을 갖고 소중하게 여깁니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불러줄 때는 '나도 관심을 받고 있구나' 느끼게 되고

 직장에서 상사가 '야', '너', '어이' 대신 내 이름을 불러주면 소속감이 들고 친근감이 더 생기게 됩니다.

 공적인 직함을 부르는 것보다 사적인 이름을 부르는 건 친하지 않으면 어색한 거니까요. 


 간절히 부탁할 때나 결백을 주장할 때 이런 말을 쓰곤 합니다.

 '내 이름을 걸고 맹세하건대!'라고요.

 내 이름을 걸고 무언가를 시작할 때는 마음가짐이 달라집니다. 간판에 이름 석 자를 걸고 장사할 때의 비장함처럼 말이죠. 어떤 곳을 방문하든 이름부터 밝혀야 업무가 진행됩니다. 발행하는 책에도, 수시로 날아오는 공과금에도 내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이름에는 존재감과 더불어 책임감도 뒤따른다는 의미입니다.  




 요즘 들어 이런 소중한 내 이름을 누가 부르면 사람들은 일단 겁부터 먹습니다. 그리고 빠르게 머리를 굴립니다.

 상사가 내 이름을 부르면 '어? 나를 왜 부르지? 내가 무슨 잘못을 했나?'

 가족이 내 이름을 부르면 '오늘 중요한 날인가? 오늘 며칠이지?'

 친구가 내 이름을 부르면 '웬 친한 척? 뭘 부탁하려고 저러나?'

 모르는 사람이 전화를 걸어와 내 이름을 부르면 '뭐야? 보이스피싱인가?' 


 알고 보면 습관이 되어서 그렇답니다. 사람 이름을 내키지 않은 상황이나 안 좋은 소리 할 때에만 부르니까 겁부터 먹게 되는 거라고요. 그러고 보면 별일 없을 때나 그리 관심 가는 사람이 아니면 우리는 이름을 자주 부르지 않습니다. 가정이나 직장에서도 이름보다는 직책이나 누구 아빠, 엄마로 불릴 때가 허다합니다. 

 그러니 어디선가 이름을 부르면 긴장을 합니다. 게다가 이름 앞에 성까지 다 넣어서 또박또박 "거기 000!" 이렇게 부르면 놀라곤 합니다. 특히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화난 일이 있나? 또 왜 저래?' 이런 생각부터 합니다.

 이름을 불러주면 기분 좋아야 하는데 이름을 부르면 더 긴장합니다.

 이름을 불러주면 꽃은커녕 행여 잔소리만 듣게 되지는 않을지, 괜한 일만 떠맡는 건 아닌지 눈치를 봅니다. 


 이런 분위기를 바꿔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칭찬할 거리나 기쁜 소식, 축하할 일이 있을 때 "00야~" 이름을 적극적으로 불러주는 겁니다.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게 설레는 일이 될 수 있게끔 말이죠. 내 이름을 부를 때마다 기분이 좋으면 그 또한 즐거움이니까요. 


 강철왕 카네기가 깨달은 이름에 관한 일화가 있습니다.

 카네기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을 중요하게 여기는 심리를 어릴 때 발견했다고 전해집니다.

 카네기가 유년 시절을 보낼 무렵 새끼를 밴 어미 토끼를 기르게 되었습니다. 얼마 후 새끼 토끼들이 태어났지만 너무 가난해서 토끼에게 먹이를 줄 형편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는 고민을 한끝에 기막힌 생각을 합니다. 이웃에 사는 친구들에게 토끼한테 먹일 먹이를 가져오면 아기 토끼의 이름을 친구의 이름으로 지어 주겠다고 제안합니다. 그러자 친구들은 자기 이름이 들어간 토끼가 잘 크도록 풀을 많이 뜯어와서 카네기는 토끼들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다고 합니다.

 이 일화에 큰 깨달음을 얻은 카네기는 훗날 이름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의 심리를 적절히 이용해 사업을 번창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회고합니다.  




 타인으로부터 존경받으려면 처음 만나는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라고 합니다. 누군가 자기의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 준다는 건 칭찬보다 효과적이니까요.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려면 만나는 사람들의 이름을 불러주는 게 마음을 얻는 방법입니다. 자칫 이름을 잊어버리고 잘못 쓰거나 부르면 상대방을 불쾌하게 만드는 일이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죽어서 이름을 남길 수 있을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마는 그보단 살아생전에 다른 사람의 소중한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는 게 훨씬 가치 있는 일입니다.

 상대방의 이름을 함부로 다루지 않고 존중해 준 강철왕 카네기의 성공 비결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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