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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좋은 친구는 또 하나의 인생을 갖는 것

나의 안전지대는 무엇인가?

by 초록풀


나의 유튜브 계정 이름은 Dear my friends이다.

동명의 드라마가 있다. 칠순이 넘은 노인분들이 친구로 의지하며 행복, 슬픔을 함께 나누는 내용이다.

나도 그런 친구들이 있다. 강원도 산골, 과거 탄광촌 태백, 고향 친구들이다. 모두 서울 올라와서 살고 있다.

디어 마이 프렌즈 내용처럼 늙어서도 친구들과 젊고 신나게 살고 싶다.

일터에서 만나는 사람들과는 다른 인생들 다양한 인생들이 참 좋다.

각자 행복한 이유, 좋아하는 것이 제각각이고 그 속에서 행복과 생기가 넘친다.


사회의 공식 타이틀을 떼고 나면 나는 실수도 많고, 모르는 것도 많아서, 친구들이 ‘헛똑똑이‘라고 부른다. 사회에선 나름 성공한 나인데, 친구들과 만나면 작아진다. 근데 그게 참 좋다.

요리하는 게 좋아 이웃들에게 요리를 나눠주다, 지금은 압구정에서 유명한 쿠킹 클래스를 운영하는 친구가 있다. 사업 확장에 대한 욕심도 없다. 집에서 소박하게 운영하는데, 수강생들의 면면은 장난이 아니다. 소박하게 알리지 않고 운영해서 오히려 연예인이나 재벌집에서 온다. 그들과 요리책도 함께 내지만 그것을 광고하지 않아 유명인들이 좋아한다. 본인은 드러내지 않는다. 알리지 않아서 더 유명해지는 아이러니다.


100개국 여행이 목표인 가정 주부 친구는 올해 100개국 여행 목표를 달성할 것 같다. 마지막 여행지인 남미 5개국을 다음 주부터 함께 가기로 했다. 요리, 꽃, 여행을 주제로 자유롭게 다닌다. 독일어, 영어를 자유자재로 하는데 (일어랑 스페인어까지 한다는 것을 최근에 알았다) 직업이 가정 주부다. 그 재능과 호기심과 쌓아온 경험이 너무 아깝다고 얘기하면, 그녀는 ‘뭐가 아까워. 난 이렇게 행복한데. 네가 나보다 행복하다고 할 수 있니?’ 당차게 묻는다. 할 말이 없다. 거기다 책도 많이 읽는다. 여행을 가지 않을 때면 주로 근처의 책방이나 도서관에 있다. 한 번은 내가 참석하고 있는 북 쿨럽에 초대했더니, 책을 읽는 여자는 위험한 여자라고 자기를 소개한다. 이 친구를 보면, 그리스인 조르바가 떠오른다. 그녀를 보면서 내 삶에 겸손해지고 균형을 잡게 된다.


50이 넘은 나이에 친구들과 여행을 가면 꼭 춤을 추어야 한다. 20대처럼 노는 오락 부장 친구의 지시 때문이다. 프로그래머다. 샤무엘 울만의 청춘이라는 시와 딱 어울리는 친구다. 정말 젊게 산다. 옷, 신발, 하는 짓 모두 20대 같다. 후배들이 엄청 따르는 팀장이다. 파출부 파견 사업을 하는 친구는 2년째 마라톤에 도전한다. 두 번이나 풀코스 완주했다. 매일, 매주 운동을 체계적으로 한다. 60대에 시니어 모델도 도전하려고 한다. 정말 그래도 될 만큼 멋지다.


직장 생활에 파묻히다 보면 ‘나 다움’을 잃을 때가 있다. 이 친구들이 나를 사회와 회사의 관성에 물들지 않게 해 준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고 하는데…. 그들은 소소하고 자잘한 일들로 늘 즐겁다. 하고 싶은 일, 재능을 나누는 일, 모든 것에 열심히다. 만나면 갈등이 없다. 마음이 넉넉해 이해 못 할 게 없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의 행복감, 즐거움, 베풂의 마음이 나에게 전염되는 게 좋다. 회사일로 한숨이 푹 쉬어지다가도, ‘봄이야, 이런 날 청계산 진달래를 못 본다면 그 인생이 무슨 의미니? 하며 찾아와 사무실에서 나를 끌어내는 친구를 보면, 마음의 근심이 사라진다. 회사로부터 해방시켜 해지기 전에 기어코 청계산 진달래 능선을 걷게 하는 친구가 있으니, 그 얼마나 큰 복인가? 친구들이 지친 마음을 위로해 주고, 웃게 해 준다.


난 사실 일중독자이다. 모든 것에 우선해서 일을 해왔다. 여성 리더로서 유리천장을 깨며 올라오기까지, 일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고 오기란 어려웠다. 그런 내가 일에만 빠져있지 않도록, 일 때문에 자존감이 떨어지고, 앞이 안 보일 때, 일 이 아니라 삶 속에서 답을 찾으라고 말해주는 친구들을 만나면… 당장 죽일 것처럼 힘들던 일도 그까짓 거 하고 내려놓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비우며 비우며 살아도 저렇게 행복하기만 하고, 충분히 자기 주도적이면서도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 친구들을 보며, 나는 뭘 그렇게 힘겹게 끌어안고 부여잡고 있는가…. 성공해야 한다, 해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과 욕심을 내려놓게 된다.


진심으로 좋아하는 게 있는 친구들을 보며 나는 늘 묻는다. 진심으로 좋아하는 게 무엇인가? 내 하루는 행복한가?


요리, 여행, 꽃, 음악, 운동. 친구들은 그 분야에선 똑 부러지는 전문가들이다. 다양한 친구들 덕에, 논리, 분석, 우선순위의 세계를 헤엄치다 온 나는 감성이 말랑 말랑한 친구들에 푹 빠지며 힐링을 한다.

이런 친구들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내 삶이 피폐해졌다고 느낄 때 친구들을 만나고 여행을 다녀오면, 내 삶에 새로운 순이 돋는 것 같다. 상처가 아물고 새 살이 돋는 기분이다. 내 삶에 꼭 있어야 할 산소 같은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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