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은 기능을 사고 팬은 의미를 산다
꿈과 돈. 이 책의 팬이 된 젊은 사업가가 여러 번 추천하길래 호기심으로 읽어봤어. 이 책의 저자 니시노 아키히로는 꿈을 이루려면 돈이 필요하다고 말해. 돈 없이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헛소리라고 하지. 참 노골적이지? 꿈을 이루려면 돈을 벌어야 하고 그러려면 세상의 흐름을 읽고 세상이 돌아가는 본질을 냉철하게 보라고 해. 본질을 보는 게 사실 쉽지가 않아. 익숙하고 관성적인 생각이 방해를 하기 때문이야. 이 책을 읽다 보면 가슴이 뜨끔하고 철렁한 부문이 많아.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냉철하게 헤집어서, 익숙한 것을 본질로 착각하고 있거나, 놓치고 있던 것을 깨닫게 해 주거든. 24년간 코미디언이었다는데, 갑자기 그 직업의 사람들도 다르게 보일 정도야.
그가 보는 세상의 가장 큰 흐름은 (일본과 한국 중심으로) 인구 감소야. 전체 인구 대비 일본의 신생아 수 비율은 0.65%, 한국은 0.48%래. 전체적인 인구 감소는 물론 젊은이 대상의 비즈니스는 더 위기이고, 한국은 일본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지. 지금까지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성장을 잡기 위해 경쟁하다 보니, 물건이 넘쳐났어. 가격을 내려도 사주는 사람이 늘면 버틸만했지. 그러나 앞으로는 사줄 사람이 급격히 감소하는 시대야. 더 많이 파는 시대가 아니라 더 적게 팔수 밖에 없으니, 방법은 더 비싸게 파는 거래.
“우리는 더 이상 많이 팔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어. 지금 150엔에 팔고 있는 삼각김밥을 300엔에 파는 기술을 익혀야만 해”
같은 제품을 두 배의 가격에 파는 것은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해서는 안 되겠지. 경쟁도 없어야 하고, 시세를 매기기 어려워야 해. 기능만을 강조하면 절대로 불가능하지. 니시노는 팬을 만들고, 의미를 팔라고 해.
1) 고객이 아니라 팬을 만들어라.
고객은 까다로워. 그리고 이리저리 제품과 서비스를 비교해. 왜 이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지 냉정하게 판단하지. 논리적인 집단이야. 니시노는 고객을 상대하는 게임에서 나와서 팬을 만드는 방향으로 가라고 해. 팬을 만드는 방법은 다양하겠지. 고객에게 감동의 제품과 서비스를 전달하면서 팬심을 만들어 온 애플도 있고, 팬의 응원으로 글로벌 스타가 된 BTS도 있어. 각 영역별로 다양한 방법이 있을 거야.
니시노는 고객을 팬으로 만든 사례로 도쿄 오모테산도에 있는 '노라 헤어살롱'의 예를 들어.
니시노가 회원 모임을 하려는데, 그 인원이 다 들어갈 가게(술집)를 찾지 못해서 고생했나 봐. 마침 회원인 노라 헤어살롱이 기꺼이 미용실을 오프라인 모임 장소로 빌려줘. 몇 시간 일찍 가게 문을 닫아 매출 타격이 있는 데다, 직원들도 밤새 자원봉사를 하면서 모임 멤버들에게 큰 감동을 준거야. 회원들은 이곳의 헤어컷 비용, 실력은 따지지 않고 예약을 해. 새로운 고객이 된 거지. 노라 헤어살롱은 니시노의 모임 외에도 여러 다양한 곳에서 베풂의 활동을 했다고 해. 그 활동이 코로나 시기에 보란 듯이 결실을 보았는데, 코로나 때 온라인 쇼핑몰에서 '미래 헤어 티켓'을 팔았는데, 날개 돋친 듯이 팔린 거야. 노라 헤어살롱이 궁지에 몰려 문을 닫거나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을까 봐 홋카이도의 손님부터 오키나와의 손님까지 모두가 노라 헤어살롱의 미래 티켓을 구매한 거지. 재미있는 것은 미래 티켓을 구매한 사람 대다수가 아직까지 티켓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거야. 니시노도 헤어컷 10회분을 샀지만 한 번도 쓰지 않았데. 모두 위기를 잘 버티는데 도움을 주고 싶은 응원의 마음이었나 봐. 노라 헤어살롱 같은 좋은 곳이 사라지면 안 되니까 말이야.
손님이라고 다 같지가 않지. ’ 고객'이 있고 '팬'이 있어. 고객은 상품이나 서비스 만족도가 떨어지면 언제든 떠날 수 있지만, 팬은 서비스 제공자를 응원하기 위해 다른 옵션이 있어도 떠나지 않아. 든든한 팬을 만들어야 해.
2) 기능 대신 의미를 팔아라.
팬을 만들려면 기능에만 집중하지 말고, 팬심을 울리는 의미를 찾으래. “기능을 사는 건 고객이고, 의미를 사는 건 팬이다. 지금부터 네가 팔아야 하는 건 기능이 아니라 의미야.”
의미를 얹는다는 것, 모호하지? 예를 들면 명확해져. 스마트폰이 시계를 대신하고 있어. 그런데도 수천만 원의 무거운 명품 시계를 차는 것은, 성공한 사람이라는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야. 파타고니아는 옷의 기능보다 환경을 생각하는 메시지를 함께 팔지. 프라이탁 가방도 그래. 폐천막으로 만들었는데 가격은 비싼 편이야. 환경보호라는 의미를 얹은 거야. 누구에게나 ’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라고 말하는 순간이 있을 거야. 그때 의미란 사람마다 다 다를 것이지만 보편성은 있는 것 같아. 소중한 환대, 의외의 연결, 어디서도 할 수 없었던 경험, 배우고 싶은 철학의 실천 등 말이야. 이런 것들을 찾아 내가 파는 것에 담으라는 것이지.
그런데 대부분은 거꾸로 해. 조금 더 좋은 기능에만 집착해. “60점짜리 라멘을 80점으로 만들면 200엔을 올려도 될지 모르지만 97점 라멘을 98점으로 만든다고 해서 100엔을 올릴 수는 없어. 그런데도 여전히 사람들은 계속 기술을 연마하고 있어. 심하게 말하면 돈이 되지 않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지. 그러면서 하이스펙이라고 해. 나는 이런 걸 '오버스펙'이라고 불러. 오버스펙은 자기만족이지 고객의 만족도로 쳐주지 않아 “라고 니시노는 일침을 가해.
니시노는 대형 비행기를 실내에 설치한 ‘숲의 비행기 호텔’도 짓고 있어. 압도적이고 이색적인 경험을 설계 중이래. 호텔계의 팬덤을 구축하고 있는 호텔 디자이너 빌벤슬리랑 비슷해. 빌벤슬리는 럭셔리는 보석이나 명품, 대리석이 아니라 독창적 경험을 주는 것이라고 재정의해. 어떤 곳에서는 재미와 별남을 건축에 녹이고, 어떤 곳에서는 한그루의 나무도 베어내지 않고, 가구는 전부 쓰레기를 재활용해 만들기도 해. 그가 짓는 호텔마다 재미와 의미가 있어. (TMI지만 이 사람이 디자인한 호텔을 돌아보는 것을 버킷 리스트에 추가했어) 빌밴슬리의 거대한 호텔 반대편엔 불편함으로 의미를 전달하는 작은 오두막 플랫폼도 있어. 언요크드야. 와이파이도 안되고 화장실도 물을 내리는 대신 톱밥으로 처리하는 작고 불편한 오두막이야. 불편한데도 비싸. 불편은 의도된 맥락이기 때문이야. 고립된 자연에서의 오롯한 경험은 과잉 소비의 사회를 떠나, 불편함 속에서 나의 잉여를 되새기고 반성하는 철학을 팔지. 화장실을 쓸 때마다 생각 없이 소비하던 물의 소중함을 알려줘. 의미를 파는 모든 곳은 거대하든 소박하든, 가격으로 경쟁하지 않아.
프리미엄은 '경합이 있는 것 중에 최상위 체험'이고, 럭셔리는 경합이 없는 체험'이라고 니시노는 말해. 프리미엄 상품은 경쟁이 있으니, 결국 가격을 결정하는 건 고객이고, 가격을 올리려면 고객을 설득할 이유가 필요하지만, 럭셔리 상품의 가격은 그렇지 않아. 비교 대상이 없으니, 가격보다는 더 좋은 의미를 전달하는데 집중하면 되는 거야. 고객을 팬으로 만드는 선순환에 들어가는 거지. 제품과 서비스에 그곳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 그곳에서만 접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담는 것, 그래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 다음에도 이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다시 찾게 하는 것에 집중해야 해. 인구 감소의 시대, 더 적게 팔고도 성장할 수 있는 비법은 제품이나 기능에 의미와 철학이 있는 경험을 설계해서, 고객을 팬으로 만드는 거였어. 기능에는 시세가 있지만, 의미에는 시세가 없거든. 팬은 기꺼이 의미의 가치를 지불해.
난 너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어랑 너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랑 어느 관계 설정이 더 좋아? 필요한 존재가 되는 관계는 왠지 서글프게 들려. 필요가 다하고, 소용이 다하면 끝이 연상돼거든. 의미는 다채로운 것 같아. 계속 의미를 찾아가며 함께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난 너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 그러려면 노력해야겠지. 의미를 주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