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관리가 진짜 관리다.
[현금의 재발견] 잉여현금흐름 극대화는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준비 자금. 윌리암 손다이크
Profit is an Opinion, but Cash is a Fact. 현금흐름 관리는 재무부서의 전유물이지만 현금흐름 경영은 기업의 모든 활동에서 현금의 유•출입을 철저히 관리하여 유동성관리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나가는 전사적인 경영활동입니다. 즉 기업에 종사하는 모두가 함께 참여해서 현금창출력을 높이는데 기여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 CFO 스쿨
현금의 재발견은 이익 중심보다 현금 중심 경영의 효과성을 알려주는 책이다. 이익에 집중하는 것은 단기 비즈니스에만 집중하는 경향을 만들지만, 잉여 현금흐름에 집중하는 것은, 현금을 어떻게 모을까? (이익 외에 다양한 방법이 있다)부터 향후 이 돈을 어디에 쓸까 (기존 비즈 확장, 새로운 비즈 투자, 동기 부여 강화 등등 )까지 관점이 확대된다. 이익 관점 대비 돈의 소스와 용처에 대한 범위가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사례 분석 결과 현금 중심 경영에 탁월한 CEO들은 특징이 있다고 한다.
해당 업종의 경험이나 전문성이 높지 않아서, 경험이나 업계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참신한 관점에서 혁신의 촉매역할을 한다. 폭넓은 지식과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분야를 이리저리 연결해 혁신으로 이끌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 특정 산업에서 경력을 쌓고 해당 산업을 속속들이 아는 전문성, 집중화가 강한 CEO보다 새로운 접근에 대담하고 탁월하다. 전문성이 반드시 혁신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CEO들은 자신을 경영자보다는 투자자라고 생각한다. 혁신적 연결이나 성장 기회를 발굴하면 언제든 기회에 대응할 수 있게 잉여현금 흐름 최대화에 집중한다. 경영방식도 다르다. 단기 손익 추구보다 중장기 측면에서 기업 자원 배분에 더 중점을 둔다. 기업에서 배분할 자원이란 결국 돈과 사람이다.
CEO는 장기 전략 기반 자본 배분 사안에 집중해야 한다. 사업과 비용 통제를 통해 잉여현금을 만들어 두었다면, 투자 기회가 생길 경우 새로운 현금 흐름 창출 영역에 대담하게 투입한다. 사내 확보 현금만으로 부족할 경우는 다양한 자금 조달 방식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1) 차입이다. 기존 사업 이익이 안정적으로 예측될 때는 차입 비율이 낮다면, 부채를 일으켜 신사업 투자나, 자사주 매입을 한다. 자사주 매입보다는 신사업 투자를 위한 재원 조달이 더 바람직하다.
2) 비전략 자산은 매각한다. 매각 차익에 따른 세금을 고려해, 각자가 처한 절세 방안 활용해야 한다.
3) 기업분할이다. 세금 이연 효과가 있어 현금을 내부에 유보하는 효과가 있다. 관리, 성과의 투명성, 효율성 추구할 수 있다.
4) 자사주 활용이다. 자사주 가격이 내재가치에 비해 쌀 때는 종종 대규모로 자사주를 사들이고, 자사주 가격이 오르면 쌀 때 사놨던 주식을 다른 기업을 인수하거나 미래 성장용 투자 자금을 저렴하게 조달하는데 이용한다. 이러러면 CEO가 기업의 펀더멘탈 변화와 주식 시장의 흐름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5) 마음에 드는 프로젝트가 눈에 띄지 않을 때는 편안히 오랫동안 시간을 가진다.
투자 의사 결정을 위한 자신만의 거름망, 즉 기준을 가져야 한다. 이 책의 사례 기업들은 두 가지 기준으로 움직였다.
1) 인수 후 10년간 두 자릿수 마진 (영업 마진 또는 현금 마진) 만들 역량 여부다. 마진은 사업 경쟁력에서 나오지만, 비용 효율화 도 큰 축이다. 대기업의 경우, 집중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관리가 엉망인 사업이 있다. 이 부문을 가져다가 비용 효율화를 잘하면 두 자릿수 마진이 가능하게 된다. (콘티넨탈 베이킹, 에너자이저)
2) 수익률의 레퍼런스 지표를 자사주 매입 수익률로 삼는다. 인수 회사의 수익률이 자사주 매입 후 수익률을 상회할 것으로 판단한다면 인수 시도를 한다.
적절한 돈의 배분을 위해 사람의 배치와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 인력 배분은 분권화, 효율화, 주인의식 고취가 핵심이다.
최고 인재를 채용해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고, 사업 조직이 성과에만 집중하도록 현장 중심 경영을 한다. 모든 의사결정은 현장에서 이뤄지며, 본사는 지원 형태로 최소 운영한다. 뛰어난 COO가 운영을 꼼꼼히 살펴 비용은 업계 내 최고로 효율화한다. 조직은 수평적으로 만들고 직원 규모는 거품을 뺀다. CEO가 오퍼레이션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 커브를 만들거나 현금 흐름을 만들 방법에 집중하기 위해 COO는 중요한 파트너이다.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게 하는 것으로 성과와 보수를 연동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직원의 자사주 매입 시 회사가 동일 금액을 사서 직원을 주주로 만들면, 아무도 이직하지 않고 주인 의식을 가지고 일하게 된다. 자본 배분을 잘한 회사는 사람들의 동기부여도 잘했다. 분권화, 자기 책임재, 본사 관리 조직 최소화를 통해 그들이 권한과 책임을 지게 하고 성과에는 확실한 보상을 준다. 이러면 모두가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는 조직이 된다.
결국 잉여현금 흐름 경영이란 것은, 오퍼레이션은 사업 책임자와 COO에게 맡겨 성과 극대화와 비용 최소화를 달성하게 하고, CEO는 새로운 현금 흐름 창출 영역 찾는 것에 집중을 하고, 기회가 발견될 때는, 잉여현금 흐름과 다양한 자금 확보 전략을 통해 기회 확보에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이다.
책을 덮으며, 서로 상반된 두 경영자가 생각난다.
국내에서 사업 다각화 M&A를 가장 잘한 것으로 평가받는 엘지 생활 건강의 차석용 부회장이다. 그의 저서에는 비용은 죄악이다. 고정비를 낮추는 방법을 강구하여 최소의 비용으로 사업하는 방법을 찾으라고 한다. 회사가 가야 할 미래 포트폴리오 방향을 미리 그려두고(생활 용품- 화장품- 음료) 매수 후보를 리스트업 해서 (그 분야 탑 기업) 매수 기회를 수시로 점검하고, 기회가 올 때 기민하게 움직이라고 한다. 기회 포착을 위해서 잉여 현금 확보는 필수다. 차부회장 재임 기간 동안 LG 생활 건강의 주가는 3만 원대에서 최고치는 1,784,000원을 기록했다. 물론 코로나 이후 중국 시장 수요 부진으로 현재는 많이 하락했다.
반대의 예는 애플의 팀쿡이다.
반대의 예는 애플의 팀쿡이다.
지난 24년 5월 4일,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이 열렸다. 버핏의 ‘영혼의 단짝’인 찰리 멍거가 별세한 이후 열린 첫 주총이다.(찰리 멍거는 23년 11월 99세로 별세했다. 버핏은 93세다). 애플의 최대 주주인 버크셔 해서웨이는 주총에서 애플 주식 13%를 매도했다고 발표한다. 한번 매수하면 수십 년간 장기 보유하는 특성상 이례적이다. 주총에 참석했던 애플 CEO 팀쿡은 난감했을 것이다.
애플은 통상의 중립 톤을 벗어나 긍정적인 실적 가이던스를 주면서, $110bn (약 150조 원)에 달하는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한국의 하이닉스를 사고도 남고, 필요하다면 삼성전자나 TSMC의 대주주도 될 수 있는 엄청난 규모다.
문병로 옵투스 자산 운용 대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애플은 총 755조 원의 순익을 냈는데 10년간 164조 원을 배당으로 쓰고 701조 원을 자사주 소각에 썼다고 한다. 벌어들인 돈 이상으로 주주 환원에 쓴 것인데 이번에 또 150조 원의 자사주를 매입한다. 재임 기간 단 한 번도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을 하지 않은 스티브 잡스와 굳이 비교하지 않더라도 팀쿡의 자사주 매입은 이해가 어려울 정도로 과하다.
챗 GPT를 이끌고 있는 마이크로 소프트, AI 반도체를 리딩하는 엔비디아, 메타버스 세상을 그려가는 메타, AI로 유통과 클라우드 서비스를 잡겠다는 아마존에 비해 애플의 미래 화두는 약하다. Chat GPT의 충격을 받은 후, 애플은 오랫동안 준비해 오던 자율 주행 자동차를 포기했다. XR시대를 위한 비전 프로를 출시했지만, 시장의 관심은 낮다. ‘쉬리’를 기반으로 AI 서비스를 리딩해왔는데 이제는 한발 뒤쳐진 느낌이다.
기술의 변화가 빠른 IT 분야는 언제 새로운 경쟁 기술이 치고 올라올지 모르기 때문에 투자를 위한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 자사주 소각에 쓴 저 많은 돈을 미래 준비를 위한 곳에 썼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이유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으로 주가를 방어하고 있지만, 주주들도 미래 선도 흐름에서 애플의 존재감이 약해지고 있음을 알아가는 것 같다.
24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장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도 같이 참석했다.
그에게 지금의 애플은 어떻게 보일까?
제록스의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에서 동시에 영감을 받고 윈도 운영체계와 맥킨토시를 만들어낸 빌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는 개인용 컴퓨터 시대라는 미래를 함께 열어젖힌 동반자이자 경쟁자였다. 개인용 컴퓨터 시대는 빌게이츠가 앞섰고, 스마트폰 시대는 잡스가 앞섰다. AI 시대는 빌게이츠가 현저히 앞서고 있지만 애플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물론 사용자 로열티가 높은 아이폰이 있으니, Chat GPT나 AI 서비스를 얹으며 기회를 찾을 것이다. 그러나, 빌게이츠는 왠지 미래의 영감을 주고받았던 잡스를 그리워할 것 같다.
스티브 잡스와 팀쿡은 서로의 강점이 잘 어우러진 파트너였다. 비전형 CEO 잡스와 오퍼레이션을 챙기는 팀쿡은 최상의 조합이었다. 그러나 팀쿡이 CEO가 된 시대, 불행히도 그의 약점을 보완해 줄 파트너가 없어 보인다. 그의 강점인 SCM 등 관리 영역은 더 타이트해졌으나, 비전과 미래 준비를 위한 것들은 중심을 잃고 불확실해 보인다. 미래 준비를 위한 리소스 배분 (돈, 사람)은 CEO의 역할이다. 주식 시장에 큰돈을 넣고 주주 환원을 아무리 해도 IT 분야의 로열티는 더 좋은 기술로 옮겨가게 되어 있다. 기술의 변화가 기존의 기술을 무력화시키는 힘을 가지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애플의 본질은 코카콜라하고는 다르다.
윌리엄 손다이크는 ‘현금의 재발견’에서 탁월한 CEO는 ‘현금을 미래 재원으로 쓸 줄 아는 CEO’라고 말한다. 혁신적 연결이나 성장의 기회 발굴에 집중하고, 기회가 생기면 언제든 대응할 수 있게 잉여현금 흐름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주가가 저평가된 시기에 자사주를 매입하고 주가가 오르면 이를 투자의 재원이나, 사업 다각화를 위한 인수 합병에 활용한다. 팀쿡의 애플은 반대로 움직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