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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경제] 초등 6학년의 현명한 주식 투자, 인생공부

초등생, 주식 투자로 삶을 공부하다

by 초록풀


주식 공부가 아이의 인생공부가 될 수 있을까?


일본인과 결혼한 조카의 딸아이는 중학교 입학을 앞둔 초등 6학년 생이다.

일본 조카네 놀러 갔다가 조카의 딸 메이가 아침마다 TV에서 가상 투자 주식을 하는 것을 보고 꽤나 놀랐었다. 어떻게 6학년이 주식을 투자하고 주가 차트를 보는 거지?


메이에게 물어보았다.

“주식 투자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거야? 주식이 어렵지 않아? 투자할 종목을 어떻게 고르고 있니? 주식 투자하면서 배운 점이나 네가 평소에 생각한 것과 달랐던 점이나 배운 게 있다면 알려줄래?”


“아빠가 중학교 입학하면 천만 원을 줄 테니, 그것을 불려서 용돈을 벌어보라고 했어요. 그리곤 평생 용돈을 주지 않겠데요. 제 용돈이 한 달에 5만 원이니, 1년이면 60만 원이 필요한데, 천만 원은 제가 17년을 쓸 수 있는 돈인 거예요. 그런데 아빠는 투자를 해서 번 돈으로 용돈을 쓰고, 천만 원은 없어지지 않게 해 보라고 하셨어요. 저에겐 너무 큰돈이라 겁이 났는데 아빠가 1년간 연습해 보자고 했어요. 큰돈을 다루려면 투자를 알아야 하니, 먼저 주식을 같이 하기로 했어요. 가상 투자를 1년 전부터 시작하게 된 거죠.”


“종목은 제가 생활에서 만나는 것을 골랐어요. <요시노야> 같은 프랜차이즈 회사가 신제품을 내면 친구들이랑 먹어보고 반응을 보면서 이게 주가에 영향을 줄까 안 줄까를 생각했죠. 저랑 친구들이 아주 좋다고 생각한 신제품이 나온 뒤에는 실제 주가도 올랐어요. 점점 재미있어졌지요. ”


“그런데 틀린 적도 많아요. 대표적인 게 <스시로>라는 회전 초밥집이예요. 전 그 집을 참 좋아해서 주식을 샀는데, 주가가 엄청 떨어지는 사건이 생겨서 그것을 보고 주식을 팔아버렸죠.

악덕 유튜버들이 조회수를 늘리려고 회전 초밥에 와사비를 왕창 뿌리거나 침을 바르고, 더러운 손가락을 넣은 영상을 올렸어요. 순식간에 퍼졌고, <스시로> 초밥의 비위생성이 문제가 되면서 뉴스에도 크게 나왔어요. 사람들이 스시로를 욕해서 주가가 떨어졌어요. 그런데 계속 떨어지는게 아니라, 얼마 가지 않아 정반대 현상이 벌어졌어요. 주가가 오르는데, 악덕 유튜브 방송 나가기 전보다 훨씬 많이 오르는 거예요. 저는 <스시로>를 그 사건 이후로 가지 않아서 잘 몰랐기 때문에, 엄마 아빠와 그 이유를 찾기 위해 자주 얘기를 나눴어요. 그리고 깨달은 게 있어요.“


“잘못은 <스시로>가 한 게 아니고 유튜버들이 나빴다고 사람들이 생각하기 시작한 거예요. 처음엔 유튜버들도 나쁘지만 그런 장난에 노출된 <스시로> 사업 자체가 망했다는 생각이 컸었는데, <스시로>가 사고에 대처하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 마음이 변했어요. <스시로>도 사실은 억울한 피해자인데, 정중히 사과를 하고, 회전 초밥 시스템을 변경했어요. 초밥이 돌기는 하는데, 회전 테이블에서 골라먹는 게 아니라 주문을 하면, 회전 초밥이 테이블 앞으로 배달되는 형태예요. 테이블에 투명 벽을 설치해서 다른 사람이 손을 못 대게 하고, 주문한 사람 테이블에서만 열 수 있게 고쳤어요. 그렇게 하자 사람들이 피해를 본 뒤 노력하는 <스시로>를 안타까워하기 시작했어요. 도와줘야 한다는 마음, 욕했던 것에 미안한 마음으로 <스시로>를 더 많이 가기 시작한 거예요. 우리 가족도 그런 답을 찾은 뒤부터 더 많이 가기 시작했어요. 전 그 과정을 보면서 나쁜 일이 벌어져도 어떻게 대응을 하느냐에 따라 손님의 마음이 변한다는 것을 배웠어요. 그리고 회사도 돈을 더 많이 벌고 주가도 오르고요. 어려운 일을 당해도 주저앉지 말고 <스시로>처럼 하면 되겠다는 배움을 얻었지요. 주식 투자를 하지 않았다면 아빠 엄마와 회전 초밥집 얘기를 그렇게 오랫동안 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좋은 경험을 했구나. 지금은 어떤 것에 투자를 하고 있는지 얘기해 줄 수 있어?

“<인도 제조>라는 곳이에요. 거기는 뭐 하는 곳이야? 몰라요. 그냥 인도에 있는 회사예요.”

어라? 모르는데 투자하면 어떡해? 모르면서도 투자를 한 이유가 있니?

“주말에 아빠가 경제 신문을 볼 때마다 아는 뉴스가 있나 싶어 신문을 넘겨보곤 하는데, 이상하게도 자주, 중국에서 인도로 제조업이 넘어간다는 기사가 계속 나오는 거예요. 아빠가 자동차 부품 제조업을 하고계시다가 중국 때문에 우리 집이 가난해졌거든요. 중국이 대신 부자가 되고요. 그래서 중국이 가난해지고, 이번엔 인도가 부자가 되는구나 싶어서 인도 회사를 검색해 보고 인도라는 이름이 들어간 회사를 그냥 고른 거예요.”


푸하하하 메이의 답변도 아이 더웠지만, 메이의 엄마에게 물었다.

메이 엄마는 인도 투자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아니 난 그런 생각은 한 번도 못했는데…. 우리 딸이 나보다 더 똑똑하네…”

“이모 오늘 인터뷰로 몰랐던 딸의 세계를 이해했어. 아이들은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거 같아. 어리다고만 생각했는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게 신기하고 고마워”


일본말을 할 줄 모르니 메이의 엄마가 통역을 하면서 1시간 가량 대화를 했다. 그러면서 메이의 엄마는 흐뭇하기도 하고 또 생각이 많아진 것 같기도 하다. 저런 딸을 어떻게 잘 지원해 줄까 이런 생각이 아니었을까?


초등학교 6학년의 가상 주식 투자. 돈 버는 교육만이 아니라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기업의 현명함과 그것을 바라보는 손님의 심리 변화를 이해하는 경험이라는 메이의 말에, 경제를 통해 배우는 것은 현명한 삶의 자세, 균형 있는 판단력을 배우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아이의 경제 개념을 높이는 노력은 부모와 대화를 더 깊게 하는 계기이자, 한 가정의 경제 개념을 높이는 활동, 아이의 재발견 기회를 만들어 주는 계기라는 것도 말이다. 아이들은 어른의 생각보다 더 큰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아이라고 한계를 긋는 것은 어른들의 선입관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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