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과수 어느 나라서 보는 게 최고일까?
땅덩어리가 커서인지 브라질이 남미 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다 보니, 에콰도르와 칠레를 제외하고는 모든 남미 국가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이과수 폭포도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3개 국경을 접하고 있다. 접경 지역이 많은데도 인접국들과 민감한 국경 이슈가 별로 없는 것은 아마존 밀림, 척박한 내륙 땅으로 소용이 적고, 소유의 가치가 낮아서 주변국이 욕심을 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공식은 이과수 폭포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이과수 폭포 275개 중에 200개 이상이 아르헨티나 소유라 그쪽 풍경이 훨씬 멋있고, 관광 수입이 많을 것 같은데… 그게 또 그렇지 않다는 것을 가보고야 알았다.
이과수 폭포는 이틀간 3번을 봤다. 모든 것에는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이 작용하기 마련인데, 이과수는 3번째 감동이 더 컸다.
브라질 이과수 폭포 국립공원 안에 있는 벨몬트 카타라타스 호텔에서 숙박을 했기에 공식 오픈 시간보다 일찍 폭포 구경을 할 수 있었다.
호텔 앞이 바로 이과수 폭포다. 와~우~ 세상에 태어나 이렇게 큰 폭포는 처음이다. 이 호텔 숙박이 6개월 전부터 풀 부킹이라더니 이해할만 하다. 카메라를 연신 눌러대지만, 그 웅장함을 카메라가 담아내지 못한다.
한참 사진을 찍으며 걸으니, 모든 경치를 무색하게 하는 곳이 나온다. 악마의 목구멍이라는 곳이다. 약 180도 시야각으로 양쪽, 전면에서 폭포가 펼쳐지는데 그 가운데 다리를 놓아, 마치 폭포의 목구멍에 들어가 보는 느낌을 준다. 시옷자 형태로 겹치는 폭포 사이에 무지개가 걸린다. 한국에서 잠깐 보이다 사라지던 무지개에 익숙했던 터라, 무지개가 사라질까 조바심을 냈는데, 구경하는 내내 무지개가 걸려있다. 폭포의 규모가 크다 보니, 무지개가 걸린 시간도 차원이 다르다. 규모의 선순환을 이런 곳에서도 느끼게 된다. ㅋ
멀리 폭포 바로 위 다리에 사람들이 빼곡히 서 있는 게 보인다. 아르헨티나 쪽이다. 우리는 폭포 아래서 보고 있는데, 아르헨티나는 폭포 꼭대기에서 내려다 본다. 그 풍경이 더 멋지겠다 싶다. 아래서, 위에서, 옆에서 보기 위해 국경을 옮겨 다니다니, 이과수 폭포 스케일 한번 대단하다. 먼저 아르헨티나에 도착해 유명한 초원 방목 소고기로 배를 채운다. 악마의 목구멍에서 어찌나 사진 찍기와 풍경에 집중하며 돌아다녔던지 허기가 진다. 고기를 맛있게 잔뜩 먹었으면서도 역시 고기는 한우야 라고 한마디 하는 분들이 있다. 나도 동감. 방목한 고기는 운동을 많이 해서 질기다. ㅋ
이과수 폭포 275개 중에 200개 이상이 아르헨티나 소유다. 그래서 아르헨티나 쪽 풍경에 기대가 컸는데, 실제 풍경은 브라질 풍경을 못 따라간다. 폭포는 떨어지는 모습이 멋진데, 바로 위에서 내려보니, 전체 모습이 잡히지 않는 거다. 폭포가 많은 아르헨티나 쪽이 더 멋있을 거라는 생각은 현장에 와보니 아니었다. 멀리 떨어져 전체를 바라보는 브라질 쪽이 훨씬 멋지다. 폭포의 소유도 그렇고, 폭포 안쪽과 위에 설치한 다리들을 보더라도 아르헨티나가 이과수 폭포에 투자를 많이 한 게 보이는데, 브라질 쪽 풍경이 훨씬 멋지니 아르헨티나는 속이 상할 듯하다. 그러고 보면 남미는 그 어떤 곳보다, 소유가치와 사용가치가 별개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재미난 곳이다.
다음날 아침은 전날 보다 1시간 더 서둘러 이과수 폭포를 보러 간다. 관광객들이 너무 많이 들어와서 어제 사진을 제대로 못 찍었기 때문이다. 국립공원이 8시 반부터 열리는데 9시면 엄청 몰린다. 호텔 투숙객은 시간제한 없이 볼 수 있으니, 일찍 서두르면 멋진 인생샷을 건질 수 있다. 비도 오지 않았는데 어제보다 수량이 훨씬 불어나서 폭포가 더 웅장하다. 악마의 목구멍을 지날 때 온몸이 흠뻑 젖는다. 어제는 잠깐 물보라가 튀는 정도 더니, 오늘은 샤워하는 수준이다. 비도 오지 않았는데 어떻게 수량이 달라지는 건지 가이드에게 물었으나, 명쾌한 답은 없다. ㅠ ㅠ . 어쨌든 수량이 달라서일까, 오늘의 이과수 모습은 어제와 또 다르다. 세 번째가 처음보다 더 멋진 경험은 처음이다. 내일도 더 멋져 보이려나 궁금하지만, 오늘 오후 우리는 떠난다.
이과수 폭포 275개가 하나가 된 적이 있다고 한다. 몇 번이나 그럴까? 딱 두 번이라고 한다. 이과수 물을 바싹 마르게 할 정도의 가뭄과 3대 국경에 걸친 규모의 이과수를 넘치게 할 정도의 폭우다. 가뭄이나 폭우도 남달라야 이과수를 변화시킬 수 있다. 가뭄이 8개월간 지속돼, 악마의 목구멍을 제외하고 모든 폭포의 물이 바싹 마른 적이 있다고 한다. 엄청난 가뭄이어서 전 세계 대두콩, 사탕수수, 커피, 오렌지 가격이 폭등했다고 한다. 브라질이 이 곡물들의 1위 수출국이다. 2013년은 이과수 수량이 평시 대비 40배나 불어날 정도로 수일간 폭우가 쏟아졌다고 한다. 폭포가 흘러가는 강 길이가 1,860 킬로라 어지간한 비로는 폭포의 수량이 잘 변하지 않는데 40배라고 하니,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쏟아져 내린 거다. 이때 275개 폭포 모두가 물로 연결되었다고 한다. 당시 하나로 연결된 폭포의 모습은 장관이라기보다 오히려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고 한다. 세상이 물에 잠길 것 같은 두려움.
브라질서 호텔식 아침을 먹고, 점심은 아르헨티나서 소고기로 하고, 저녁은 파라과이에서 한식이다.
아르헨티나 토질이 좋아, 야채, 콩류 등의 품질이 좋아 한식 반찬이 맛있다고 하더니, 정말 그랬다. 놀란 것은 된장을 직접 담갔는데, 어릴 적 엄마가 해주던 깊은 옛날 된장맛이 나는 거다. 한국에서도 맛보기 힘든 깊은 장맛이었다. 가지나물은 어찌나 맛있게 무쳤는지, 참기름 향이 한국보더 더 고소하다. 참기름은 어디서 구하냐고 했더니, 브라질 참깨가 질이 좋아 참기름도 한국보다 더 좋다고 한다. 음… 참기름을 사가야 하나? ㅋㅋ. 브라질, 파라과이를 통틀어 한식당은 여기 하나라고 한다. 3개 국가를 통틀어, 한인이 30여 세대 밖에 되지 않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거다. 우리 같은 한인 관광객 대상이지만, 브라질, 파라과이인들이 한식을 찾기 시작할 무렵에 코로나가 터지면서 한식의 관심이 사그라졌다고 한다. 남미에도 서서히 퍼지고 있는 K-Pop 덕에, K-Food와 이 식당도 번창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