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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피 Jun 21. 2020

제가 만난 최고의 팀장님을 소개합니다.

조직에서 인정받는 팀장님의 조건 4가지  

https://brunch.co.kr/@happying/14



글 "동물로 알아보는 팀장님 유형 4가지"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핫한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글을 올린 첫째 날에는 다음 메인에 걸렸던 것인지 600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조직에서 일하는 것은 결국 어떤 사람과 함께 일 하느냐로 귀결됩니다. 개인의 도전 정신과 능력도 중요하지만 방향성을 잘 제시해주는 리더를 만나면 좀 더 쉽게 멋진 미래를 그릴 수 있습니다. 오늘은 제가 만난 최고의 팀장님을 소개하겠습니다 :)







1. 좋은 팀장님은 개인의 역량을 파악한다.


좋은 팀장님은 개인의 능력과 재능을 잘 파악한다. 등대의 역할을 하는 팀장님은 팀 안에서 각 개인이 맡은 직무와 업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프로젝트의 성격에 맞게 일을 분배한다.



내가 만난 팀장님이 그랬다. 하루는 타 팀에서 상세페이지 문안을 작성해서 우리 팀 웹디자이너에게 디자인을 요청했다. 디자이너는 팀장님을 참조로 걸고 타 팀 담당자에게 완성본을 첨부한 메일을 보냈다. 그런데 팀장님께서 메일을 보시더니 "상세페이지 잘 만들었네. 잘했다."라고 하셨다. 평소 잘했다는 평가에 인색했던 팀장님이었던지라, 나는 순간 타 팀 담당자가 일을 잘했다는 건지,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잘했다는 건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디자이너에게 타 팀 담당자가 만든 내용을 요청해서 확인했지만 특별히 잘했다고 생각되는 내용은 없었다. 그래서 디자이너에게 원본에 없던 내용이 디자인에 어떻게 추가된 거냐. 오히려 완성본 카피와 스토리텔링이 훨씬 좋다 라고 말했더니, 문안이 좀 부족한 것 같아서 본인이 카피와 스토리텔링을 추가했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어느 날 넌지시 팀장님께 물어봤다. 그날 다른 팀 담당자를 칭찬하신 거냐, 아니면 우리 팀 디자이너에게 잘했다고 하신 거냐 라고 물었더니 당연히 우리 팀 디자이너를 칭찬했다고 하시는 것이었다. 나는 주어가 빠져있었기에 타 팀 담당자가 잘했다고 하신 줄 알아서 상세페이지 문안을 확인했더니 디자이너가 오히려 카피나 내용을 추가한 거더라.라고 하였다. 그랬더니 팀장님께서는 이 자리에 앉아있으면 말하지 않아도 개인의 역량 정도는 다 파악하고 있다. 타 팀 담당자가 했다고 생각은 안 했고 우리 팀 디자이너가 한 줄 다 알고 있었다 라고 하셨다. 그리고 디자이너가 평소 티를 내거나 보고하지 않아도 업무 양이 많고 일을 잘하고 열심히 하는 것을 알고 있다고도 말하셨다.



우리 팀 디자이너는 '사실 제가 카피랑 스토리텔링을 더해서 완성한 거예요. 제가 잘한 거예요'라고 티를 내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팀장님은 파악하고 계셨던 것이다.



그리고 내게 일을 시키실 때도 그랬다. 예를 들어 보고서를 만들어야 하면 어느 정도 틀만 알려주시고 "네가 할 수 있는 만큼 해와"라는 식이었다. 그걸 말로 굳이 하신 적은 없었지만 내가 느끼기에 일이 작든, 크든 내 역량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게 한계를 주지 않고 바탕을 만들어주시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내가 일한 것을 잘 티 낼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그림도 몇 번 보였다. 그럴 때마다 나는 팀장님이 나의 능력과 역량, 추후 성장과 미래까지 그려보고 계신다는 느낌이 들었고 계속 이 분 밑에서 일하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2. 좋은 팀장님은 조직의 소문과 이슈를 빠르게 파악한다.


조직에서 오래 일을 했든, 인싸 성향이라 모든 이슈를 파악하는 조직의 우편부 역할을 하든 그것은 팀장에게 있어 귀중한 능력이다. 조직의 소문과 이슈를 빠르게 파악하고 있어야 팀의 방향성, 회사에서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정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팀이 맡은 프로젝트의 결과, 혹은 앞으로 맡게 될 프로젝트, 평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 사회에서는 윗분들이 사용한 단어로도 조직의 생명이 달려있기 때문에 눈치껏 빠르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만난 좋은 팀장님은 외부에서도, 내부에서도 회사의 방향성과 이슈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겉으로는 여유롭게 움직이는 백조처럼 보였지만 수면 아래에서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그래서 팀장님은 적당히 치고 빠져야 할 최적의 타이밍을 알고 계셨다. 본인이 어느 지점에서 액션을 취해야 하는지, 언제 힘을 빼야 하는지 미리 판단했다. 그래서 옆에서 팀장님의 생각을 어느 정도 점쳐가며 일을 해야 하는 나는 비교적 편안했다. 왜냐하면 팀장님이 앞에서 미리 길을 뚫어놓아서 나는 그 길을 믿고 따르기만 하면 됐기 때문이다.




3. 좋은 팀장님은 방향성이 명확해서 팀원들을 정확하게 이끈다.


좋은 팀장님은 위에 적었던 것처럼 조직의 이슈를 빠르게 파악하여 우리 팀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어떤 자리에 있어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 그래서 방향성이 명확하고 팀원들을 정확하게 이끌 수 있다.



좋은 팀장님은 윗선에서 이야기하는 부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온다. 나는 이것이 팀장님들이 맡아야 하는 최고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윗선의 생각을 제대로 읽고 오지 못하면 밑단에서 하는 일들이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A를 하라고 해서 A를 했더니, B를 다시 가져오라는 식이라면 일할 맛이 떨어진다. 어떤 경우에는 팀장 선에서 A, B, C 셋 중에 대표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봤다. 위와 아래를 잘 연결 지어야 하는 사람이 팀장인데, 그 역할을 잘하지 못하면 실무진들은 혼돈 속에서 일하게 되고 계속 틀린 업무를 반복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담당자들의 의욕은 저하되고 전체적으로 팀의 사기가 떨어지게 된다.



내가 만난 좋은 팀장님은 사장님이 지시 내린 것을 실장님과 긴밀하게 이야기하고 함께 움직였고, 본부장님 의견까지 하나로 통일한 후 다시 사장님께 보고하는 형식으로 일을 진행했다. 내가 팀장이라는 자리를 맡아본 적이 없고 다른 회사에서 어떤 식으로 일이 진행되는지 모르지만, 내가 만난 좋은 팀장님은 최종 보고자에게 가기 전까지 윗분들에게 의견을 여쭙고 설득할 근거를 하나씩 추가해갔다. 그래서 본인이 밀고 나가고자 하는 바를 더욱 탄탄히 만들어 그림을 더욱 명확하게 그려갔고 윗분들을 설득하여 나온 최종 결괏값을 토대로 팀원들에게 명확한 지시를 내렸다.



만일 팀장님이 윗분들의 설득 과정을 좀 더 보충해야 한다면 원래 방향성을 잡고 있던 자료에 좀 더 자료를 추가하는 식이었다. 그래서 나는 A를 만들었을 때 A-1, A-2를 하면 됐다. A를 만들고 나서 B나 C를 새롭게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었다. 만일 위에서 B나 C를 지시했어도 팀장님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A로 만들어갔다. 자신이 결정한 A라는 답을 이끌어가는 과정도 팀장의 역할과 책임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팀장님과 일 할 때에도 팀장님의 생각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일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처럼 팀장님도 팀장님의 윗분들에게 그렇게 일을 진행해야 하는 것인가 보다 라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그렇게 자신의 의견을 결과로 만들고 윗분들을 설득해가는 팀장님을 더욱 신뢰하고 일할 수 있었다.




4. 좋은 팀장님은 팀과 공유한다.


나는 무조건 자신의 의견만 고집하고 방향성을 공유하지 않는 호랑이 같은 팀장님 밑에서도 일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팀원들은 호랑이 팀장님을 매우 힘들어했다. 팀장님과 같은 방향성을 말해도 자신의 의견이 맞는지 재확인하기 위해 그 의견과 맞지 않는 다른 방향성의 일도 시켰기 때문이다. 그래서 팀원들은 두 번, 세 번씩 일해야 했다. 그 팀장님 밑에 있을 때 팀원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러시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공유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더 혼란스러웠다. 일이 다 마무리 지어졌을 때 '아.. 호랑이 팀장님이 이렇게 생각하신 거구나'라고 결과를 통해 과정을 이해해야만 했다.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그 과정을 스스로 납득시키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좋은 팀장님은 자신의 의견을 먼저 공유했고 팀원들과 과정을 함께하는 방법을 알았다. 그래서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성이 있더라도 팀원들의 의견도 받아들일 줄 알았다. 좋은 팀장님은 실무자가 어떤 이슈를 파악하고 있는지, 그리고 문제점이 있다면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의견을 물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이 있다면 팀원에게 공유했고 어떻게 풀어나가면 좋을지 같이 고민하자고 말했다. 그래서 담당자인 나는 팀장님과 함께 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내가 실무자로서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그런 것들은 선순환되어 좀 더 나은 팀을 만들어가는데 영향을 미쳤다.



좋은 팀장님은 자신이 생각하는 문제점, 이슈를 공유하는 것뿐만 아니라 담당자의 의견을 먼저 물어오기도 했다. 담당자가 생각하는 이 일의 문제점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질문했다. 그런 이슈를 공유할 줄 알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팀장님은 적절히 사람을 활용할 줄 아셨던 것 같다. 속도가 더딘 팀원에게는 좀 더 자주 묻기도 했기 때문이다. 만일 담당자가 이런 점이 문제가 있다.라고 이야기하면 팀장인 내가 어떤 걸 도와주면 좋겠니 라고 묻거나 필요한 일이 있으면 나를 찾아라 라고 이야기했다. 말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속도감 있게 앞에서 실무진의 일을 도왔다. 앞선에서 처리해야 하는 것들을 바로 처리해주셨고, 긴급한 일들은 유관 부서의 팀장님이나 그 윗분들에게 협조를 구하며 실무진이 좀 더 수월하게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팀장님은 팀의 이슈를 팀원들과 공유할 줄 알았고, 문제점이 있다면 실무진에게 먼저 질문하고 의견을 물어왔으며, 팀장이라는 위치를 가지고 있는 자신이 앞단에서 어떤 일을 해주었으면 좋겠는지 공유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팀장님은 비전과 미래 같은 거창한 단어를 쓰지는 않으셨지만 팀의 비전을 팀원들에게 나누어 줄 아셨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좋은 팀장님은 자신이 팀원으로서 고민했던 것들을 팀장 자리를 맡았을 때 풀어낼 줄 알았다. 그래서 그런 고민을 깊게 한 팀장님을 만났을 때 난 좀 더 쉽게 일할 수 있었다. 이번에 회사에서 큰 조직 개편이 있어 나의 좋았던 팀장님은 다른 팀으로 가셨고 새로운 팀장님이 오셨다. 팀원들은 그대로이고 팀장님만 새로 오신 모양이 되었는데, 팀원들은 나와 같이 좋았던 前 팀장님을 이야기하며 종종 아쉬워하고 있다.



조직 내에서 좋은 팀장님으로 남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나는 좋은 팀장님으로부터 정말 많은 걸 배웠고 이 브런치 한 글로 풀어낼 수 없는 사소하고 작은 것 까지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 팀장님은 개인의 역량과 성향을 잘 파악하는 분이셨으므로 나를 잘 알고 계셨고, 내가 조직에서 어떤 고민을 갖고 일 해야 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생각하고 일하면 좋을지에 대한 조언도 종종 해주셨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무리 사회에서 만났지만 인간 대 인간으로 팀장님이 신경 써주시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그런 시간들은 사회초년생이었던 나에게 매우 소중했고 지금까지도 좋은 자산으로 남아있다. 특히 내가 실수했을 때 무조건 혼내시지 않았고 그렇다고 감정적으로 마냥 위로해주시는 것도 아니어서 좋았다. 팀장님은 사회초년생인 나와 팀장님의 관점 그 중간 지점에서 나의 현재와 미래를 연결 지어 조언해주셨다. 그래서 나는 그걸 토대로 일과 삶에 있어 더욱 성숙한 태도로 나를 바라볼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팀 사람들에게 팀장님에 관한 평가를 들을 때는 사뭇 달랐다. 너무 자기 의견만 고집한다, 자기 말이 다 맞는 줄 안다, 너무 참견한다 라는 식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나의 좋았던 팀장님을 변호했지만 내가 다른 팀 사람으로 팀장님을 만났다면 평가가 다를 수 있었겠다 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하지만 자신의 팀을 보호하고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일 하려 했기에 그런 평가를 들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더 완벽에 가까운 팀장님이 아니었을까 하고 결론지었다.



팀장 직책은 아무리 팀 대표라는 자리와 명예를 가졌다고 해도 그 부담감과 책임감은 팀원들에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팀장님이든 팀원들이든 조직 내 모든 사람들은 결국 열심히 하기 원하고 자신의 일이 잘 되기를 바란다. 그렇기에 팀의 일도 잘 되기를 바란다.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도 결국 모두 열심히 하려는 하나의 마음으로 보면 이해가 된다. 하지만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기에 자신이 그린 팀장님의 이상향, 팀원의 이상향과 현실을 비교할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다.



요즘 나는 이상향과 현실의 그 중간 지점에서 나는 팀에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하고 고민하고 있다. 좋은 팀장님을 만났던 과거를 토대로 지금 팀장님과 나의 완벽히 피트 되는 지점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우리 팀의 일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 나는 팀 내에서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며 어떻게 일 해야 하는가. 나는 지금 그 지점에 서있다.



나에게 최고로 좋았던 팀장님에게 배운 것을 토대로 내일의 업무, 우리 팀의 밝은 미래도 이어나가야  것이다.




팀장도 일 잘하고 싶은 직장인이었다!

팀 막내 관점에서 바라본 팀장이 궁금하다면?

https://brunch.co.kr/@happying/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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