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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아피디 Jan 12. 2021

서핑의 추억 [1]

발리에서 생긴 일

 5년 전쯤 추석 연휴가 너무 길어 해외 어디를 나가서 지내다 와야지 하고 여기저기 색했다. 발리가 눈에 딱 들어왔다. 그래 신들의 섬 발리를 가자. 왠지 신들의 가호가 있을듯했다. 발리가 특별히 눈에 들어온 이유는 그곳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서핑 스폿들이 많고 좋은 서핑 캠프가 있다는 블로그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서핑을 즐기는 사진 속의 청춘남녀들은 천국에서 노니는 것처럼 보였다. 저곳에 가면 나도 청춘이 되어 천국처럼 지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천국이 나에게 손짓을 하는 것 같았다.


 서핑이라니? 내가? 걷기도 싫어하는 운동치 내가 7일 동안 새벽에 한번 오후에 한번 유격 훈련하듯 서핑을 배워야 되는 극강 훈련을 한다고? 그것도 혼자 발리까지 가서? 말도 안 된다. 어휴... 했지만 손은 이미 발리 왕복 비행 티켓에 서핑 캠프 입금까지 하고 있었다. 확실히 손은 뇌보다 빠르다. 일명 지름신이 강림한 것이다. 국경 없는 신들의 가호는 발리로 떠나기 전부터 임하였다. 더군다나 내 소박한 이성은 내 거대한 호기심을 평생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


 발리행 비행기에 오르는 순간부터 후회하기 시작했다. 혼자 이게 뭐하는 짓인가? 왜 이 황금 같은 연휴를 바다 표 유격훈련을 받겠다고 비싼 돈을 들여 이 망망대해 허공을 떠돌고 있는 것인가? 맛도 없는 기내식을 씹다가  문득 '저기요? 저 여기서 그냥 내려주시면 안 되나요? 낙하산이라도 좀 주세요.' 스튜어디스에게  매달리고 싶었다.


 발리 공항에 도착했다. 택시를 잡아타고 숙소 이름을 말했다. 숙소로 가는 길에서도 머릿속에서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고국으로 돌아가라는 아우성이 들렸다. 숙소에 도착했더니 택시기사가 한국돈 약 5만 원을 요구했다. 나는 여행책자에서 본 대로 3만 원이면 되는데 왜 5만 원이냐고 물었다. 대화가 여러 번 오가니까 호텔리어가 통역을 맡아주었다. 근데 정말 신기한 사람이었다. 자기를 사기꾼 취급한다며 화를 내더니 너무 억울하고 분하다며 돈을 안 받고 그냥 가버렸다. 아니 3만 원 받고 가면 되지? 왜 그냥 가냐고요. 신들의 섬 주민들은 자신의 디그니티를 의심받을 때 돈보다 명예를 중시하는구나 생각했다. 참으로 종교적인 분들이다.  일단 3만 원이 굳었다. 이때부터 지름신이 보우하사 돈에 대한 신의 가호가 시작되었다.


2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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