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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아피디 Jan 23. 2021

매일 아침 죽음을 생각하면...

 30대인 후배가 어느 날 말했다.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죽음을 생각하기로 했다고. 무슨 의미냐 했더니 아침마다 죽음을 떠올리면 하루를 다르게 살 수 있단다. 화낼 일도 화가 나지 않고 늘 보던 사람들도 소중하게 보인단다. 무심코 지나치던 모든 것이 하나하나 살아 숨 쉰다고. 의미가 있는 것들로 변한다고.


 그 말을 들은 후로 매일 죽음을 생각하며 아침을 맞이한다. 그 친구 말이 맞았다. 하루를 대하는 내 자세가 달라졌다. 일단 나를 다그치는 마음의 습관이 사라졌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 지금보다는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눈에 띄는 성취가 있어야 된다.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항상 현재는 뒷전이었다. 화려한 미래만이 내 인생의 전부였다.


 이제는 지금의 내 상태를 지긋이 감상하며 하루를 지낸다. 항상 부족한 것들만 보였다. 그러나 지금 질투나 부러움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온전히 나를 사랑하게 됐다. 어떤 음식이라도 꼭꼭 씹어먹게 된다. 가족과 친구들이 내 가슴속에 진하게 다가온다.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그저 다 좋은 일 일거라 생각한다.


 내일이 없다고 생각하니 미래라는 구천을 떠돌지 않고 생각이 온전히 지금 이 순간이라는 제자리를 지키게 된다. 삶의 색깔이 선명하고 풍부해진다. 너그럽고 온화해진다. 움켜쥔 손의 힘이 풀어진다. 가진 것이 없다는 생각이 사라진다. 다 가진 사람의 풍요로움을 느낀다.


 매일 아침 죽음을 생각하면 오늘 하루가 온전해진다. 삶이 나를 끌고 가는 게 아니라 내가 삶을 즈려 느끼며 누리게 된다. 그 말을 알려준 후배에게 감사하다. 오늘도 하루를 완전히 꼭꼭 씹으면서 음미하며 지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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