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지아피디 Jan 24. 2021

뜬금없는 사랑타령

 이번에 OTT 드라마 시놉시스를 써볼 기회가 생겼다. 물론 시놉시스를 잘 써내야 드라마 대본을 쓸 자격이 주어진다. 소재는 <연애>이다. 자신 있다고 생각한 분야다. 막상 쓰려고 보니 일단은 나의 지나간 연애담을 머릿속에서 뒤적일 수밖에 없다.


 연애라면 14살 때부터 수없이 많이 해봤다고 자신한다. 중학생 때부터 나는 남자들한테 인기가 많았다. 옆에 있는 남중학교 애들이 나를 찾아오고 그럴 정도였다. 그럼 내가 김태희처럼 예뻤냐? 절대 아니다. 학교에 예쁜 애들은  따로 있었다.


 다니던 교회에 한 남중학생이 교회 수련회에서 찍은 내 사진을 몰래 들고 다니다 같은 반 애들한테 들켰는데 한마디로 싹 정리하자면 나는 다른 여자 애들보다 2차 성징 발육상태가 좋았던 것이다.  좀 더 어른스러운 몸매였달까? 발육상태가 좋은 것은 몇십 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여서 얼굴의 젖살이 아직도 포동포동하다.


 그 후로 유명한 교회 훈남 오빠와의 첫사랑을 시작으로 풋사랑 연애가 시작되었다. 고등학교 연합 동아리 남자애를 거쳐 이래저래 남자 친구가 늘 있었다. 하나도 아니고 여러 명이었다. 바람을 피운다 그런 개념은 아니었다. 그렇게 중고교 시절을 보내고 서울의 대학교에 입학했다. 이때부터는 코 찌질이들이 아닌 진짜 연애가 시작됐다.


 여대를 다니다 보니 수많은 미팅 소개팅 그리고 광고동아리 서클 안에서의 만남, 미국 어학연수에서 만난 외국인 남자 친구까지 두루두루 섭렵했다. 끊임없이 연애를 했다. 그리고 아주 어린 나이에 결혼했다. 딱 십 년 정도 살다가 이혼하고 그 뒤 12년을 싱글로 지내면서 또 가지가지 수많은 연애를 했다. 3년 전에 친구처럼 편한 지금의 연하 남편을 만나 재혼을 할 때까지 연애에 한 맺힌 애처럼 끊임없는 연애의 파도를 타고 다녔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그렇게 인생이 진행됐다.


 그런데 연애는 그렇게나 많이 했는데 나는 그들을 사랑했던 걸까? 연애는 뭐고 사랑은 무엇인가? 그런 생각이 어제 문득 들었다. 연애는 박사였는데 사랑이 뭐냐고 나한테 물어보면... 음 글쎄 잘 모르겠네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지금 내가 남편에 대해 느끼는 게 사랑일 거라 믿는다. 왜냐면 나는 지금  남편과 같이 살지만 이제야 비로소 내 모습 그대로의 삶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를 포장하거나 내 모습이 일그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지금까지의 나의 삶은 사랑과 자유를 동시에 거머쥐고자 하는 끊임없는 분투였던 것이다.


 그 전의 결혼이나 연애를 생각해보면 떠오르는 것이 구속이다. 나를 구속하든 내가 그를 구속하든 서로를 통제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왔던 것 같다. 나를 위해 맞춰줘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내가 혹은 그가 변해야 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다. 사랑은 어느 한 명 혹은 두 사람의 희생으로 피어나는 꽃이라는 세상 통념을 의심 없이 받아들인 거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랑은 그 사람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고 그 사람의 꿈을 인정해주고 서로 나아가게 지켜봐 주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서로를 소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랑에 대한 가장 큰 오해인 것 같다. 우리는 그동안 사랑과 자유는 동시에 가지지 못하면서 사는 게 당연하다고 학습되어 온 것이다.


 사랑하면 삶이 더 자유로와져야 한다. 더 행복해져야 한다. 사랑 때문에 힘들어진다면 더 괴롭기만 하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김광석 님도 노래했다.


 그래서 이번에 드라마 시놉시스는 지금 세상에서 사랑과 자유가 진정으로 공존할 수 있는지 물어보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 그리고 그 사랑과 공존할 수 있는 자유라는 개념도 무엇인지 어디까지인지를 알아보고 싶다. 일요일 아침에 뜬금없는 사랑타령을 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매일 아침 죽음을 생각하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