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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지수 Jan 11. 2023

고3이 공부를 안 하는 것은

[리더의 요가여행] 만약 쉰 살 부장이 요가 수련을 한다면

그날이 명확하게 기억난다. 2019년 4월 초였다. 


S금융그룹 계열사 중 데이터시스템의 팀장 대상으로 상황적 리더십(Situational Leadership) 워크숍을 진행했었다. 여러 차수를 진행하던 제법 큰 프로젝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도 마지막 차수를 진행하던 날이었다. 계속되는 일정으로 몸은 피곤했지만, 그날도 역시나 열정적으로 강의를 하고 있었다. 점심을 먹고 오후 세션이 진행되면서 오후 4시를 넘기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아~~ 아~~ 아~~, 갑자기...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네요... 아~~ 아~~ 아~~"


마치 인어공주가 두 다리를 얻으면서 목소리를 잃어가는 것처럼(인어공주 입장은 잘 모르지만, 아마도 그때 내가 느꼈던 기분이 아니었을까), 떠듬떠듬 갈라지는 쇳소리로 겨우 말을 이어갔다. 심호흡을 들이쉬면서 단전에 힘을 빡 주고 한 마디, 또 들이마시고 힘을 주면서 고되게 말을 내뱉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며 강의를 듣는 팀장님들도 너무 놀라셨다. 강사가 말을 못 하니 얼마나 불편하셨을까. '우린 괜찮다. 교육은 다음에 이어서 받아도 된다. 이 정도면 우린 다 이해했고 잘 실행할 수 있다. 교육 그만하고 일찍 끝내자.' 등 다양한 의견들을 냈다. 이 참에 일찍 끝내고 싶은 굴뚝같은 마음들을 이해했지만, 결국은 클래스를 지원하던 파트너 강사가 내 뒤를 이어 남은 2시간을 잘 마무리했다. 


지금도 그 상황을 떠올리면 온몸에 힘이 빠지고 무섭다. 두려움에 가슴이 답답해진다. 이미 오래전부터 성대결절을 안고 사는 터라 강의 일정이 많을 때면 목소리가 갈라지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렇게 아예 말이 안 나오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강사가 가진 가장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무기는 '말'인데, 말을 못 하게 되는 그 상황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거였다. 병원을 가서 급처방을 받고 집중적으로 치료했지만, 몸이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계속되는 일정을 소화하느라 몸을 돌보지 않은 결과였다. 강의 일정이 생기면 모든 것을 제쳐두고 일에만 집중해 왔다. 이제는 목소리 자체를 고치는 단순한 치료가 아닌, 보다 근본적인 개선책이 필요했다. 내 몸을 돌보지 않고 스스로 건강 체질이라고 호언장담하던 나에게 닥친 '감사한 시련'이었다. 


시련과 위기는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신호다. 그 신호를 위험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긍정의 기회로 삼고 숙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임시방편의 응급처치(Quick Fix)만 하고 근본적인 해결은 하지 못하는 악순환의 고리만 만들어진다. 


나를 찬찬히 되돌아보았다. 그때까지 단 한 번도 꾸준하게 운동을 해온 것이 없었다. 마냥 늘 일만 했다. 강의만 열심히 했다. 365일 일에만 집중되어 있는 편협한 삶이었다. 그리고 그때까지는 그렇게 살아도 별문제가 없었다. 아프면 빨리 치료하고 또 일하고, 문제가 생기면 집중적으로 회복해서 또 움직였다. 

'아, 내 건강한 몸뚱이만 믿고 이렇게 함부로 살았다니.....' 그때 나는 그 신호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더 이상 무시하지 않기로 했다. 


한 건설회사의 대표님께서 모임 때마다 늘 하시던 당부 말씀이 생각난다. 

"40대가 되었는데 운동을 안 하는 건 고3이 공부를 안 하는 것과 똑같은 겁니다! 지금 이 자리에 운동을 안 하고 계신 분들은 어여 빨리 운동을 시작하세요! 그것도 365일 꾸준하게 하셔야 합니다. 사업을 더 잘하기 위해 자기 몸을 돌보는 건 기본입니다. 더 늦기 전에!"


얼마나 딱 맞는 비유인가! 그때 비로소 나는 그렇게 중요한 '공부'를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운동을 꾸준히 하게 된 계기였다. 집 근처 운동할 수 있는 곳을 찾기 시작했다. 바로 집 근처에 '요가원'이 눈에 들어왔다. 들어가 상담을 받고 바로 1년을 등록했다. 


나는 그렇게 요가와 조우하게 되었고, 요가는 조용하게 말없이 나에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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