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딩리더십
기업 강의를 하다 보니, 정말 다양한 조직, 업종, 산업, 직무, 직급 등의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한다. 한 조직에 근무하다 보면 다른 조직은 어떤 분위기고 어떻게 일하는지, 이럴 때 우리는 이렇게 해결하고 있는데 그쪽은 어떻게 문제를 처리하는지, 우리 집은 이런데 다른 집은 어떻게 먹고 사는지가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다른 기업과 조직의 사례나 경험 등에 대한 질문이 많이 나온다. 강의하면서 다른 조직의 경험과 사례를 소개하고 전달해 달라는 요청도 많이 받는다. 거기에 더해 나의 의견도 덧붙여 달라고 한다. 필요한 경우, 최대한 다른 조직의 사례를 많이 공유한다. 직업 상, 많은 조직과 문화를 경험하다 보니, 좋은 문화나 정보 등을 공유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기도 하다.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면, 자연스레 이어지는 질문이 있다. 희한하게도 항상 이런 질문이 나온다.
강사님의 강의 경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좋았던 조직이나 회사는 어디였어요? 원픽이 궁금합니다.
강의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곳은 어디였나요? 다시는 여기서 강의하고 싶지 않다가 있으세요?
어디서 강의할 때가 가장 좋으세요? 가장 강의하기 힘든 분들이나 조직은 어디인가요? 너무 궁금해요.
제일 말 안 듣고 힘들게 하는 분들은 000 조직이죠? 왠지 그럴 거 같아요.
참여하시는 분들도 교육을 받으면서 우리 조직의 분위기가 괜찮은지, 우리 직원들의 에너지와 기운이 밝은지,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편인지에 대해 제3자의 객관적인 시선과 평가가 궁금한 것이다. 이처럼 강의는 전달하는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함께 모인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참 중요하다. 그 분위기가 강의의 퀄리티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 그래서 강사들도 강의 시작 전에 좋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정성을 많이 쏟는다.
강의를 오래 해서 안 떨리지 않냐 하지만, 20년이 넘은 지금도 강의 시작 전은 항상 떨린다. 그 떨림은 설렘도 있지만, 오늘 이 클래스의 분위기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에 깊은 고민도 함께 공존한다.
교육받는 것을 아주 좋아하지 않는 한은 거의 차분하면서 무표정인 경우가 많다. 참여자들에게 공통적으로 중요한 것은 아마도 '오늘 몇 시에 끝날까?', '빨리 끝내주면 좋겠다.'일 것이다. 그러니 하루 종일 또는 2~3일 풀 데이(full day)로 강의해야 할 때 나의 고민은 전달해야 하는 콘텐츠를 넘어서 어떻게 하면 함께 해야 하는 사람들과의 좋은 분위기를 형성하는가이다.
딱딱하지 않고 부드럽고 몽글몽글한 좋은 분위기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이 무겁고 칙칙한 분위기를 어떻게 생동감 있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로 살려야 하나?
서로 아무 말도 안 하고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인상을 쓰고 있는데 어떻게 서로 소통하게 해야 하나?
어떻게 서로 이야기도 나누고 즐겁게 학습하는 분위기를 만들까?
어려운 내용이지만, 어떻게 서로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까?
강의 전, 강의안을 준비할 때도 이 부분을 어떻게 할지 많은 고민을 한다. 참여식의 강의 구성과 자리 배치도 스쿨식이 아닌 서로 함께 할 수 있는 모둠 형식으로 배치한다. 그리고 모둠별로 서로 친해지기 위한 워밍업(warming up)도 잘 구성해서 준비한다. 이처럼 그날 강의의 결과는 함께 하는 사람들끼리 조금이라도 어색함을 깨고 편하게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진지함 속에도 즐거운 분위기가 중요하다.
이렇게 준비를 철저하게 한 후, 강의 시작 전에 나는 '우리가 함께 이 시간을 어떻게 만들면 좋을지' 서로 진솔하게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반드시 갖는다. 즐겁고 좋은 시간을 가지기 위해 서로 지켰으면 하는 규칙을 이야기하고 서로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오늘 하루의 교육은 마치 '뗏목(raft)'타고 가는 여행과도 같다. 그 긴 여정을 갈 때 중간중간 힘든 고비도 있을 것이다. 현업을 떠나 하루 종일 교육장에서 서로 이야기 나누고 아이디어를 내고 공유하는 이 시간이 늘 즐겁지만 않을 것이다. 어려울 때도 있고 힘든 순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여행을 잘 끝내면 얻는 것도 많을 것이다. 이 여행을 즐겁고 의미 있게 마무리하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준비하면 좋을까?
이 부분은 나도 무언가를 배울 때 어떤 마음가짐과 태도를 가지는가를 생각해 본다. 어떤 마음으로 참여했을 때 좋은 시간, 유익한 시간을 얻을 수 있는지를 생각하고 뽑아서 4가지로 구성해 보았다.
이름하여 [RAFT(뗏목) 규칙]이다.
첫 번째는 Respect(존중)이다. 교육장 안에서는 서로 마주치면 인사와 미소를 건네며 서로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서로 어색하지만, 인사를 나누고 미소를 건네는 존중감을 보여줄 때 서로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다. 그 누구를 만나더라도 미소와 인사를 건 넬 수 있는 건 큰 내공이 필요하다. 이것도 연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두 번째는 Answer(대답)이다. 옆 사람이 대답하지 않는다. 대답은 바로 내가 한다!이다. 본인이 직접 참여할 때 비로소 집중하게 되고 몰입도도 높아진다. 정답은 없다. 무수히 많은 해답만 존재한다. 나의 경험과 의견 그리고 나의 생각을 편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입을 떼야 분위기를 살아난다.
세 번째는 Focus(집중)이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다. 쌓여있는 업무, 내 머릿속에 있는 복잡한 생각 이런 것들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어차피 교육받은 동안 무언가를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시간에 집중해 보는 것이다. 잘 안 되겠지만, 집중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Together(함께) 하는 것이다. 관전하지 않고 함께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떻게 하나 보자'식으로 관망하면 즐길 수 없다. 누가 하는 것을 보며 훈수 두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참여하면서 땀을 흘려보는 것이다. 그럴 때 더 즐겁고 값진 시간을 만들 수 있다.
재미도 중요하고 의미도 중요하다. 교육 시간뿐 아니라, 삶은 재미와 의미를 적절하게 잘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하다. 그 두 가지의 균형감을 얻기 위해는 스스로 지켜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뗏목(RAFT)을 견고하게 튼튼하게 잘 만들면 그 여정이 끝나고 좋은 기분과 값진 경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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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수 가 함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