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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비상구

네번째 이야기 –바램



누구나 간절한 바램이 있습니다.

연주자가 직업은 저는 늘 “무대 ” 입니다.

음악가에게 무대는 참으로 이상한 곳입니다.

무대는 긴장감과 공포감으로 인해  무대 공포증이 생겨 힘든곳이기도  하죠

무대의 무서움을  이겨내기 위해  많은 방법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연주전  청심환 같은  약을 먹어 보기도 하고 따뜻한 우유를 마시기도 하고요

커피와  초콜릿등 카페인이 들어간 식음료는  연주 당일 입에 대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평소  요가나 명상들 같은 심호흡, 마인드 콘트롤을 통해서  무대에서 느끼는 공포를  이기고자 무지 노력을 했습니다.

근데 만약 제 인생에 이렇게  무섭고 공포감을 주는 무대가 사라진다면?

 저는  자존감이 와르르 무너질겁니다.

연주자로 무대에 섰을때 가장 행복한 만족감이 온몸을 휘감으니까요.

그러니 “무대”는 늘 갈망하는 곳이 되었습니다.

아마 저 뿐 아니라 다른 연주자들도 마찬가지일겁니다.

그리고 연주자가 직업이 아니더라도  각자 일터에서 자신의 존재를 찾고 계시지요.

사실  제 일이 늘 기쁘고 즐겁지는 않습니다.

저에게 많이 하시는 말씀 중 하나가 “아름다운 연주를 하시니 매일 행복하겠어요” 또는 “음악과 함께 하시니 너무 좋겠어요” 입니다.

물론 엄청 만족하는 일이기긴 하지만,스트레스 또한 어마어마 합니다.


얼마 전 독주회를 했습니다.

독주회는 학업을 모두 마치고 전문연주자로 활동시작하면서 1년에 한번씩 개최하였죠

여러 대학 출강도 하고 점점  연주자로, 특강강사로 자리를 잡아 일하면서  1년에 한번 씩

개인 리사이틀을 연다는 건  쉽지가 않았습니다.

그래도  2년에 한번씩  독주회를 통해  온전히 저를 위해 연습하고 향상하는 시간은 가져야겠다는 다짐을 했어요.

결심대로 독주회가 잡혔고. 준비하던 중 독주회  10일 전  3년 가까이 잘 피해 살았던 코로나에 걸렸고 말았죠

정말 격리 1주일 동안 제대로 아팠습니다.  기침, 인후염,두통,발열, 몸살,,   코로나 걸렸을 때 나타나는 증상은  모두 찾아왔죠

그러니 연습을 가장 집중적으로 해야하는 시기임에도 연습은 커녕 식사도 할 수 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독주회를 취소해야 하는건 아닌지  엄청나게 고민 했죠

 이런 복잡한 심경과  부담감으로 독주회 2일전  연습을  겨우 하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왜 이리 힘들지..”하는 생각과 “ 그냥 취소해버리자” 등

누가 코로나 걸려 힘든 것을  알아주는것도  아니고 연습부족으로  독주회때  실수라도 하면 창피함은 어쩌나...

걱정이 태산이었죠.

 제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때 순간 ,  저에게 메세지가 울렸습니다.

“ 지금 이 순간은 너를 온전히 찾는 시간이야 !!”


맞습니다!

제가 그토록 갈망하며 간절한  무대를 향해서  제가 살아가는  존재의 출구를 찾아가는 시간이었어요.

그러니 절대 포기하면 안되는 시간입니다.


이번 독주회의 제목은 “Fall in romance” 였습니다.

낭만적인 바이올린 작품들을 프로그램에 담아 독주회타이틀로 정했는데요.

다행히 독주회는  아무 사고 없이  잘 마쳤습니다.

그리고 이번 독주회는 저만을 위 시간에  흠뻑 빠져본 “ fall in mind” 였습니다.



무언가를 절실하게 바라는 간절함으로 탄생된 클래식음악 작품이 있습니다.

주세페 타르타니의 <악마의 트릴>이라는 바이올린 작품인데요.

제목이 흥미롭습니다.

1692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타르타니(1692-1770)는 이탈리아의 바이올린 시조라고 불리는 작곡가이자 바이올린연주자 인데요.

이탈리아 명 바이올린 연주자계보를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최고의 바이올린 연주자이자 작곡가였던 안토니오 비발디를  만날 수 있고

비발디(1678-1741) 보다 몇 년 이후 때어난  타르타니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연주자로서 뿐 아니라 100여곡이 넘는 작품들을 작곡했으나  사실 현존하는 작품 수는 매우 극소수 여서 그의 유려한 바이올린 작품을 감상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운데요.

그래서 조금 남아있는 그의 작품들이  더욱 소중한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곡이 바로 <악마의 트릴>이라는 곡이죠

우선 ”트릴“이라는 것은 테크닉 기교로 두음을 번갈아가면서 음표의 리듬안에 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이며 음을 교차하는  기존음의 장식역할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트릴”의 주법이 많이  사용될거라 예상되고도 남습니다.

그렇다면 왜 천사도 아닌 “악마”의 트릴이라고 붙여지게 되었을 까요?


어느날(1713년 ) 타르티니는 꿈을 꾸게 되는데요.

악마가 꿈에 나타나서  타르타니에게 “모든것을 다 들어 줄 테니 너의 영혼을 팔아라”라고 하죠.

타르타니는 이 계약을 받아들였고, 소원을 말하는데요

그의 소원은 바로, 악마는 어떤 음악을 연주하는지 알고 싶었고  자신의 바이올린을 건네 주게 됩니다.

참,, 소원도 역시  최고 예술가  답죠?

저같으면  ”돈많이 벌게 해주세요“ ,”지금보다 더 잘 살게 해주세요“ 아니면  더 욕심을 내어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잘먹고 잘살게 해주세요”   했을 텐데 말이에요.

악마는 타르타니의 소원대로 바이올린 연주를 들려줍니다.

꿈속에서 타르타니는 악마의 아름다운 연주에 넋이 나갔고 꿈에서 깨어납니다.

정말 한번도 들어본 적 없었던 기가 막힌 연주였는데  타르타니는 평생 이토록  멋진 곡을  작곡하길 간절히 원했을거에요

그 간절함이  꿈속에도 나타난거겠죠.


꿈속에서 들었던 자신을 충격에 빠트린 선율을 깨어나자마자 얼른 악보에 옮겨 적기 시작하는데요.

하지만 꿈에서 들었던 감동적이고 숨을 쉴 수 없는 아름다운 음악을 모두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그런 자신의 모습이  너무  속상해서 악기를 깨부수고 영원히 음악을 포기하고 싶다!라고 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타르타니가 <악마의 트릴>이라 직접 제목을 붙여 발표된 후  이곡을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엄청났습니다.

모두 3개의 악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3악장에서 더욱 현란한 트릴주법이 연주되는데요

타르타니가 직접 연주하는 것을 보고 왼손손가락이 혹시 여섯개가 아닌가?하며 착각을 했을 정도라고 합니다.

몇 백년이 지난 후   이 작품은  드라마틱하고 현란한 테크닉의 작품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간절히 원하는 바램은

꼭 이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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