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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비상구

열아홉번째 이야기 -해식동굴


출사를 하면서 그동안 저는 무엇을  하며  여유없이 살아온건지 반성하게 합니다.

가보지 못한 곳들과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은거에요.

방구석에서 바이올린만 켜대고 지금까지 살아온건가..

지나온 시간들이 너무 야속하기 까지 합니다 

그래도 ,늦었지만 ..

지금이라도 알게되고  경험하게  되었으니 천만다행.

 안도 하네요.


지난 여름, 서해의 안면도 쪽에 강의가 있어서 다녀왔어요.

전에는 강의만 빨리 하고 집으로 복귀했을터인데 강의 시작 전 후로 시간여유를 가지고  출사지를 꼭 찾아봅니다

이번에 선택한 출사지 중 태안 파도리 해수욕장의 해식동굴은 너무도 인상적이었어요.

정말 이렇게 멋진 곳을 이제야 오다니..

파도리해수욕장은 넓은 서해바다를 마음껏 볼 수 있는 곳인데요.

파도리 해수욕장의 해변은 모래와 작은 조약돌이 깔려 있어서 햇빛에 비친 해변이 보석과 같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어요.

아름다운 해변을 따라 걸으면 파도리 해식동굴로 갈 수 있는데, 가는 도중 ‘해식동고립주의!’라 쓰여진 현수막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서해는 조수간만의 차이로 물때를 잘 알고 가야하죠.

저는 그것도 전혀  모르고  무식하게 찾아 갔지만  다행히 물이 싹 빠진 시간대로  운이 정말 좋았답니다.

모래 해변을 지나 해식동굴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어요

울퉁불퉁, 뾰족한 바위들을 건너 지나가야 하거든요.

만약 이곳을 가실때는 신발 선택을 잘하셔야 합니다. (운동화 강추)

저에게는 힘겨웠던  바위들을 지나 도착한 해동굴 앞에는 인생샷을 찍으려는 관광객들이 많았고요.

제일 좋은 베스트 포토죤은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어요.

해식동굴은 파도의 침식작용에 의해서 암석들의 약한 부분을 파들어 가면서 해안선가까이 생긴  자연이 만든 굴입니다.

마치 다른 세계에 온 듯 이색적이고  그 파란 바다와 어울어진 동굴의 풍경은 넑을 잃게 만들었어요.

경이롭다고 해야 하나요?

이런 기막힌 절경을 볼 수  있어서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저도 포토죤의 대기 줄에 합류하여 한참을 기다리다 인생컷을 남겼습니다.

이 사진을 보고 있으니  나를 구원해 줄 인생의 비상구앞에 서있는 것 같네요.

자연은  이렇게 우리를 언제나 살려주고 있습니다.


“바다가 끊임없이 그곳에서 부서지고 있다. 장엄함과 웅장함, 그리고 광활함..”


스코트랜드 북서쪽 헤브리디스 제도에는 스코트랜드 전설에 등장하는 영웅의 이름을 딴 동굴이 있습니다.

바로 ‘핑갈(Fingal)의 동굴’이에요

현무암 기둥들로  둘러쌓여져 거대한 홀의 형태를 만든 이 동굴은  동굴속에서 듣는 파도의 소리가  마치 대성당의 파이프오르간의 웅장한 울림처럼 들린다고 합니다.

19세기 독일의 작곡가 펠릭스 멘델스죤은 1829년에 영국으로 연주여행을 떠납니다.

 영국을 이렇게 간 김에 스코트랜드까지 가기로 맘을 먹지요.

그리고 배를  한참 타고 헤브리디스 군도까지 다다릅니다.

배로 가는 바닷길은 쉽지 않았다고 해요. 폭풍우도 만나고 심한 배멀미로 거의 기진맥진에서  겨우 도착했지요.

그렇게 힘겹게 섬에 도착했는데  멘델스죤은. 자신을 압도하고  넑을  완전히 잃게 만든  ‘핑갈의 동굴’을 만나게 됩니다.

작곡가 멘델스죤은 바로  마음속의 크나큰 울림과 벅참으로 하나의 멜로디를 떠올렸고 명곡이 탄생됩니다. 바로 오케스트라를 위한 단악장의 곡 “핑갈의 동굴”서곡이에요

이곡을 들은  어떤 평론가는 ‘이곡은 바다의 위엄을 연주회장으로 옮겨 왔다’라고 평가했고요 .

또 다른 사람들은 ‘음악풍경화가’라는 별명까지 멘델즈죤에게 지어주었다고 합니다.


음악안에  끝이 안보이는  푸르른 바다, 넘실거리는 파도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소리, 바디내음을 품은  불어오는 바람, 여기저기 날아다니는 갈매기들, 바다새들, 바다위의 빛나는 햇 등 .

마치 음악을  귀로 듣는것이 아니라  바다를 담아 찍어놓은 사진들 ,바다를 그려논  풍경화를 보고  있는 기분이 듭니다.


작곡가 멘델스죤이 만난  핑갈의 동굴..

그에게는 빛나는 창작의  문으로 들어가게 하는  

최고의  문이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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