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나는 오랫동안 품고 있던 착각이 산산이 부서지는 순간을 맞았다.
뭔가 문제가 있다고 느껴서 거리두기 하고 있었던 사람이, 정말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었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된 날이었다.
그녀를 처음 만난 건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되던 해 봄, 학교 총회에서였다.
나는 초보 학부모로서 이것저것 선생님께 질문을 쏟아냈고, 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로 나를 지긋이 바라보며 답해주었다. 그 눈빛에는 여유와 지혜가 담겨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티타임을 제안했고, 그렇게 우리는 가까워졌다.
그녀는 나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고, 더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처럼 보였다. 나는 그녀의 노하우와 방법을 배우고 싶었고, 그녀처럼 아이를 잘 키우고 싶었다. 주변 사람들도 그녀를 의지하고 조언을 구한다고 그녀가 나에게 말했다. 사랑도 많고 지혜롭고 능력 있는 사람. 나는 그렇게 믿었다. 실제로 그녀와 가까이 지내면서 나에게도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고, 그로 인해 점점 더 그녀를 의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나의 믿음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는 상황들이 생겨났다.
내 아이가 5학년 학기 중 교우 관계에 문제가 생기고, 왕따를 당하게 되었다. 그녀의 딸이 같은 반이었기 때문에 사실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사랑이 많은 그녀가 자기 자녀를 통해 우리 아이를 챙겨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우리 아이의 문제를 나에게 전했고, 전혀 도움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더 문제 있는 엄마로 나를 몰아갔고, 나를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처럼 무지하고, 무능력한 엄마로 핀잔을 주었다.
'사랑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렇게 해서는 안 되는 거 아닌가?' 나는 혼란스러웠다.
그 이후로도 그녀는 나를 만날 때마다 마치 상사처럼 굴었다. 조언하고, 충고하고, 심지어 나에게 "요즘 잘하고 있어~"라며 나를 평가했다. 나는 어이가 없었고, 스트레스까지 받았다. 이건 아니라고 느껴 져서 조용히 거리 두기를 시작했다.
길에서 만나면 모른 채 하지 않고 인사는 했지만, 빨리 지나가려고 서둘렀다.
그러던 어느 날, 예전의 나처럼 그녀를 의지하고 있는 다른 사람을 보게 되었다. 과거의 내 모습이 겹쳐 보였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에 대해 내가 정확히 아는 게 무엇인가? 그냥 내 마음이 상처받아서 선택한 결정일뿐이지 정확히 알거나 확신할 수 있는 내용은 없지 않은가?
그런데 최근, 그녀의 진짜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더 많은 사람들을 가스라이팅하면서 그녀의 정체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그녀를 조심하라"는 말들이 퍼져갔고, 그녀의 모든 능력이 잘못되었거나 거짓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결정적으로 충격적인 상황은 어제 들은 이야기다.
유능한 분들이 그녀에게 조언을 구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진실은 정반대였다. 그녀가 그분들을 아부하며 따라다녔다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던 내용과 너무나 다른 진실 앞에서 나는 말문이 막혔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설사 그녀의 모든 능력과 영향력이 사실이었다 해도 나를 조종하고 지시하고 평가할 수 있는 존재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다시는 이런 일을 허용하지 않으리라.
사람은 사람일 뿐이다. 물론 유능하고 대단한 사람이 있지만 그분을 닮아가기 위해 존중할 뿐이지 신처럼 의지해서는 안된다. 어쨌든 그도 사람이다. 그로 인해 내가 초라하거나 부족하고 부질없게 느껴선 안될 거란 것이다. 누군가에게 지나치게 의지하지 말자.
그녀도 걱정되고, 그녀의 자녀도 걱정된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어쩌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답일지도 모른다.
잠잠히 내 길을 잘 가고 앞으론 가스라이팅.. 조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