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그리워 하는 걸까?
오늘 자격증 시험 보러 신도림 테크노마트 건물에 갔다.
지하철 한 정거장 떨어진 구로디지털단지에 회사 다니는 초등학교 친구가 생각나서 점심 약속을 잡으면 되겠다고 혼자 생각했다. 10시~11시까지 자격증 시험을 보고 넘어가면 딱 점심시간일거라 생각하니 아주 완벽한 스케쥴에 마음이 설레였다.
"아무때고 니게 전활해 나야 하며 말을 꺼내도 누군지 한번에 알아낼 나의 친구~"
아무때고 전화해도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나의 사랑하는 친구는 흥쾌히 수락해 줬고, 내가 좋아하는 초밥 맛집을 검색해 약속 장소로 정해 보내 줬다.
도착해 보니 일반 초밥집이 아니라 회전초밥집이었다. 돌아가는 초밥을 바라보며 서로 권하고, 고르는 재미가 우리를 더욱 즐겁게 했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마치 어제 봤던 것처럼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더 많이 먹게 되고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밥을 다 먹고 친구가 멀리까지 와줘서 고맙다며 밥을 사려고 했다. 나는 밥 사러 온거라고 말하며 기어코 사양했다.
나는 전업주부라 겉으로 보면 수입이 없는 사람처럼 보이고, 반면 친구는 매달 들어오는 월급이 있어 여유로워 보일 테지만 내가 월급생활 했을 때를 돌아 보면 월급이 들어와, 기쁜 마음은 잠시고, 스치듯 빠져나가는 통장잔고로 허무하게 느껴지면서 밥 한끼 지출도 부담스러울 때가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친구가 찾아와 밥을 사게 된다면 찾아오는 친구도 부담이 될 수 있을거라 생각되었다.
갑자기 찾아와서 반갑고 고마운데, 점심도 공짜로 먹으며 나누는 마음은 더욱 훈훈하고, 따뜻함으로 미소를 짓게 만들거라 생각되어 반가울거라 생각되어 기쁜 마음으로 점심을 대접했다.
"잘 먹었어. 내가 사려고 많이 먹었는데 너가 사니까 더 배부르다 커피는 내가 살게~"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 모금을 넘기자 문득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함께 무거운 책가방 매고 조잘조잘 이야기 나누며 하교하던 그 시절 서로 부러운 것도 없고, 질투할 일도 없고, 그냥 함께 걸으며 집으로 향했던 우리.
그중 두 친구는 갑자기 결혼 후부터 연이 뚝 끊겼다.
결혼식에 서로 찾아가 축하도 했고, 그 뒤에도 한두 번 얼굴을 보았는데.. SNS에는 여전히 근황을 올리면서도 내 전화를 받지 않는다. 크게 다툰 적도, 불편한 일이 있었던 적도 없건만, 아무리 전화를 걸어봐도 콜백은 커녕 연락이 닿지 않는다.
친했던 만큼 허탈하고, 이유라도 묻고 싶어 애가 타기도 했다. 혹시 나에게 불편함이 있었던 걸까, 아니면 속상한 일이 있었던 걸까. 골머리를 써봐도 답이 없다. 그럴수록 마음 한편이 무거워 지고, 내가 인생을 잘 못 살았나 싶고, 그러다 보면 너무 미워서 휴대폰 속 번호도 지우고 SNS 친구도 삭제해버리고 싶다가도, 문득 잘 지내고 있는지 계속 궁금해졌다.
그리움과 서운함, 미움과 걱정이 뒤엉킨 채로 나는 오늘도 친구들의 안부를 떠올린다.
언젠가는 만날 일이 있겠지.. 생각도 하지만 나는 그 친구들에게 어떤 존재일까? 이렇게 존재감이 없다니 나에게 문제가 있는건 아닌지 허탈해 지기도 한다.
이렇게 사라진 사람들에 관해 추억을 하나하나 곱씹으며 에세이 연재 해볼까 생각도 해봤다.
각 각 한명씩 이름으로 연재하면서 우리가 얼마나 깊은 우정을 나눴고, 서로의 아픔을 공감하고 공유했으며, 얼마나 친하게 지냈었는지 떠올리고, 언제부터 갑자기 연락이 안됐고 지금까지 내가 어떤 감정과 생각을 했으며 언제 생각이 많이 났고, 어떨 때 미웠는지 그리고 나는 아직도 너를 기다리고 그립고 보고 싶다고 글에다 실컷 외쳐볼까 생각해 봤다. 갑자기 글을 쓸 수 있음에 감사하다.
키보드 위에 손을 올리고 마음속 이야기를 하나씩 내려놓는다. 가슴 깊은 곳이 고요해지고, 잔잔한 위로가 파도처럼 밀려온다. 이렇게 글을 쓸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상처가 부드럽게 아물어 가는 것을 느낀다.
나만 그리워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