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불로 졸이는 사랑
언제부터였을까.
우리 부부는 각자도생의 삶을 살고 있다.
같은 집에 살지만,
먹는 시간도, 먹는 음식도, 자는 시간도 각자의 활동시간도 다르다.
그러다 보니 나는 그렇다 치고,
서방님이 부실하게 끼니를 때우는 걸 보면 괜히 마음이 짠하다.
어제는 시장에서 삼치 두 마리를 사 왔다.
생선을 좋아하는 서방님을 생각해서다.
"맛있게 조려서 서방님께 드려야지."
콧노래를 부르며 생선을 손질하고 무를 썰었다.
나는 요리를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후다닥 요리'엔 자신이 있다.
시간도, 정성도, 마음도 묘하게 딱 맞는 선에서 끓여낸다.
무를 두툼하게 썰고,
소금 한 꼬집을 넣은 물에 푹 끓인다.
그사이에 삼치는 3등분으로 썰어 내장을 빼고 깨끗이 씻어 둔다.
무가 익으면 물을 따라내고 그 위에 삼치 토막을 얹는다.
간장 3큰술, 마늘 한 숟가락을 무 끓인 물에 넣고 섞어서
양념장을 만들어 삼치 위에 휘 둘러준다.
그리고 청양 고추나 베트남 고추 몇 개를 통 채로 올려준다.
뚜껑을 열어 놓은 채로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냄새를 기다린다. 뚜껑을 열어야 생선의 비린내가 날아간다.
한소끔 끓었다 싶으면 뚜껑을 덮고 약불로 은근히 졸이면 집안에 감칠맛 나는 냄새가
퍼진다.
설탕도, 물엿도 안 넣었는데 맛은 놀랍게 깊다.
그게 바로 '해피마망의 후다닥 요리'의 비밀이다.
"우와! 삼치조림이다!!"
상을 받는 남편의 입이 귀에 걸린다.
나를 향해 윙크를 하고, "맛있다."를 연발한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단순히 밥 한 끼를 만드는 일이 아니야.
서로의 거리를 조금씩 좁혀가는 일,
식어버린 마음의 접점을 다시 따뜻하게 졸여내는 일이야.
사랑은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라,
냄비 속에서 은근히 졸아드는 온도다.
- 해피마망의 후다닥 요리 노트 -
<삼치 무조림>
*재료
- 삼치 1마리
- 무 1/2 개
- 간장 3큰술
- 다진 마늘 1큰술
- 베트남 건고추 4~5개 (자르지 않고 통으로)
- 소금 1/2 큰술
*만드는 법
1) 무를 큼직하게 썰어 반 큰 술 소금물에 한 소끔 끓인다.
2) 삼치는 3등분으로 잘라 깨끗이 손질한다.
3) 무가 익었으면 국물을 따라내고, 무 삶은 물에 간장, 마늘, 고추를 넣어 양념장을 만든다.
4) 냄비에 무를 깔고 생선을 올린 후 양념장을 고루 붓고 뚜껑을 연채로 센 불에 끓인다.
5) 끓어오르면 뚜껑을 닫고 약불로 졸인다.
* Tip
설탕이나 물엿을 넣지 않는다.
무의 단맛과 생선의 감칠맛이 알아서 맛있는 조화를 이룬다.
상큼 발랄 해피마망의 생활철학
은 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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