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이냐? 잘할 수 있는 일이냐?”
이 질문은 취업을 앞둔 졸업생이 흔히 하는 고민거리입니다. 물론 좋아하는 일을 잘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습니다. 회사에 다니고 있는 직장인도 예외는 아닙니다. 매년 채용 플랫폼 회사가 조사하는 MZ 세대 직장인의 퇴사 사유를 살펴보면 ‘일이 재미없고 의욕이 없다.’는 답변이 순위 안에 들곤 합니다. 막상 전공을 살려 취업했지만 당초 희망했던 부서에 배치받지 못했거나, 원했던 업무가 기대와 달리 재미가 없는 경우 등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결국 좋아하는 일을 찾아 이직의 길을 떠나게 됩니다.
미국 라이트주립대 교육·조직 리더십 연구 부교수인 코리 시밀러는 MZ 세대의 세 가지 특징으로 ‘워라밸, 사회적 임팩트, 재미’를 꼽았습니다. 특히 “Z 세대는 일을 놀이처럼 즐겁게 하고자 한다. 만약 재미가 없다면 그들은 주저 없이 일터를 떠날 것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젊은 세대에게는 놀이처럼 재미있고 즐거운 일이 좋아하는 일이 됩니다. 사실 업무를 고달픈 노동으로 생각한다면 당연히 재미를 느낄 수 없을 것입니다. 일이 노동이 아니라 놀이가 되기 위해서는 과연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요?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루덴스에서 단서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역사학자 요한 하위징아는 그의 책 『호모루덴스』에서 ‘놀이야말로 인류에게 문명을 안겨준 결정적 요소’라고 주장하며 놀이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습니다.
첫째, 의무가 아닌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행위이며, 자유 그 자체입니다. 둘째, 일상생활이나 실제 생활에서 잠시 벗어난 행위입니다. 셋째, 필요와 욕구 충족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만족감을 얻는 일시적 행위입니다. 넷째, 일상생활과 다른 특정 시간과 공간에서 벌어지는 행위입니다. 다섯째, 모든 놀이에는 규칙이 있습니다. 여섯째, 무언가를 얻기 위한 강한 경쟁심이 작용합니다.
회사 업무가 힘들고 무의미한 노동이 아니라 재미있고 즐거운 놀이가 되기 위해서는 놀이의 특징을 적용한 몇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합니다.
첫째, 일에 대한 자율성이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놀이처럼 자유롭지는 못하더라도 본인의 자유의지로 그 일을 할 수 있거나, 자기가 생각한 대로 일을 주도적으로 실행할 수 있거나, 자신의 권한과 책임 하에 결과까지 확인할 수 있다면 그 일을 통해 재미와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둘째, 일하면서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관성과 타성에 젖어 매번 반복되는 일만 한다면 회사는 더 이상 재미가 없어집니다. 이렇게 직장 생활에서 새로울 것 없는 일만 되풀이한다면 얼마나 지루하고 따분할까요? 나날이 발전하는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되는 건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일하면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몰랐던 사실을 깨닫고 다른 분야를 넘나드는 과정 속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는 것은 분명 재미있는 일입니다.
셋째, 일이 적성에 맞고 흥미가 있어야 합니다. 직접 일해보지 않고 적성과 흥미를 찾아내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책을 읽거나 간접 경험을 들어도 한계가 있습니다. 일 자체에서 만족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결국 여러 일을 직접 경험한 후 어떤 일이 자신에게 맞고 재미가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학교 다닐 때 아르바이트나 인턴 생활을 통해 미리 알아낼 수도 있고, 회사에 들어가서 다양한 업무를 하면서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넷째, 경쟁에서 이기거나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일을 열심히 하여 경쟁에서 승리하거나 목표를 달성하면 보람과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일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경쟁자를 물리치거나 다른 사람보다 더 좋은 성과를 거뒀을 때 기쁨과 희열은 더 커집니다.
직장인이라면 좀 더 재미있는 일을 찾으려 시도하고, 그런 일을 하기 위해 더 좋은 회사를 알아보는 노력은 계속해야 마땅합니다. 기존 일자리가 점차 사라지는 AI 시대에 재미있는 일을 한다는 것은 살아남기 위한 방편이자 힘들 때 참을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줍니다.
기업의 직무를 노동이 아닌 놀이처럼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입니다. 하지만 조직 구성원이 놀이처럼 신나게 일할 수 있도록 직무를 설계하고 조직 문화를 만드는 일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회사는 분명 놀이터가 아닙니다. 그러나 놀이처럼 재미있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직장이라면 젊은 세대들이 손뼉 치고 열광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