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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비뼈가 보이지 않는다

by 미미

지난 4월부터 두 달 내내 보양식을 아침, 저녁으로 챙겨 먹였다. 150cm가 좀 넘는 키에 체중 34kg의 깡마른 체격. 수비야 그렇다 쳐도 타석에 들어섰을 땐 정말이지 뿌리 얕은 풀꽃이다. 4월 한 달 내내 보양식은 챙겨 먹어도 여전히 먹는 것에는 노력하지 않기에 5월에는 일방적으로 단기 목표를 정해주었다.


현재 체중 34kg,
지금부터 한 달 동안 36kg을 만들지 않으면 5월 31일부로 야구를 정리하겠노라!

통했다. 매끼 밥 먹을 때마다 물 대신 우유를 건네주었고, 볶음밥과 주먹밥에는 쥐도 새도 모르게 마요네즈를 듬뿍 넣었으며, 소고기는 아침, 저녁으로, 간식은 하교 후와 저녁 후에 라면이나 햄버거를. 그리하여 5월 30일, 약속된 날짜 하루를 남겨 두고 35.5kg을 찍었다. 물론 목표에는 0.5kg가 모자랐지만 그간 먹으려고 애쓴 노력들을 알기에 1.5kg 증량만으로 우선은 받아들이기로.



먹으면 바로 화장실로 직행하여 살찔 틈이 쌀알만큼이라도 있을까 싶은 아이에게 1.5kg가 어딘가. 역시 단기 목표를 세우길 잘했다고 나 스스로를 칭찬하며 6월에는 1kg만 더 찌워보자 제안했다. 그러나 아이는 밥과 함께 먹는 우유가 속을 울렁거리게 하고, 맥도널드 감자튀김도 쳐다보기가 싫다는 둥, 라면도 슬슬 질렸다는 반응을 남기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불량식품이라도 언제 어디서든 먹는다 하면 오케이, 당분간 스트레스는 받게 하지 말자며 증량 계획을 조금 연기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자고 있던 아이의 얼굴이 왠지 모르게 포동포동해 보였다. 평소 쓰고 있던 안경을 벗어서 그런 걸까 하며 별생각 없이 발로 차 낸 이불을 덮어주려고 하는 순간, 양 갈비뼈가 또렷이 보였던 배가 어느새 살로 덮여 있었다. 이럴 수가! 갈비뼈 덮인 배를 보고 있자니 기분이 너무 좋아 나는 자는 아이를 안고 물고 빨며 뽀뽀세례를 했다.



1.5kg 증량만으로 우리는 큰 것을 얻은 기분이었다. 안되면 되게 하라! 노력하는 자에게 뜻이 있나니! 야구를 위한 작은 걸음이지만 또 하나의 성취를 경험하며 우리는 꿈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더 나아감을 느낀다. 부디 어떠한 강속구에도 휘청이지 않는 그날을 위해 오늘도 먹자고 파이팅을 외친다.





p.s. 지난 주일 성당에서 미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신부님을 뵈었다. 인사를 하고 나오려는 순간, 신부님께서 아이 사진 한 장을 뽑아달라고 하셨다. 야구를 하고 있는 아이를 위해 기도해 주시겠다고. 생각지 못한 은총에 어느새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하느님도 아이의 야구를 응원해 주시는구나. 끝이 언제가 되었던 다치지 않으며 즐겁고 힘찬 여정이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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