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6개월 전만 해도 프로야구 선수가 되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있던 아이.
한 주 한 주 훈련을 하면서, 경기를 치르면서 스스로가 얼마만큼을 감당할 수 있을지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를 조금씩 깨닫고 있다.
지난 주말, 우리 팀은 MLB컵 U10대회를 치렀다. 작년 우리 팀이 우승한 대회를 말이다. 그런데 올해는 아주 처참하게도 첫 경기부터 9:1의 콜드 패. 감독님은 실력도, 사기도 선수반이라고 하기에는 모든 역량이 부족했던 모습에 많이 실망하고 속상해하셨다. 물론 처음부터 이길 것이라는 기대는 전혀 하지 않았던 상황. 상대팀 분당구리틀은 이미 훈련된 5학년 이하 선수들이 많았던 것에 비해 우리 팀은 주전 9명조차 채울 수 없어 *취미반으로 오랜 경험이 있는 선수들을 뒤늦게 선수등록하여 엔트리를 정했고, 더욱이 선수 모두가 함께 훈련한 시간은 1주 남짓. 주전 선수 중 2~3명을 제외하고는 경험도 많지 않은 신입이 반. 입단 6개월이 된 우리 집 아이는 이제 신입이라고 할 수도 없는 위치에서 터줏대감 선수들을 뒷받침하여 점수를 보태는 데 한몫했어야 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아이는 이번 대회를 포함해 아직 제대로 된 안타를 한방 날리지 못했다. 지난달 U10 대회에서는 외야수 수비와 작전 성공률이 높은 선수로 인정받았지만 이제부터는 직접적인 타점을 보탤 수 있는 선수로의 역량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번 대회에서 아이는 1루수 수비를 맡으면서 중책에 대한 두려움에 경기 전후로 가슴 졸이는 상태가 지속되다 보니 긴장도가 높았던 탓에 타석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했다.
1루수 수비에 대한 역할은 실책 없이 무던히 통과. 이번 대회를 시작으로 1루수 포지션을 확정 짓는 듯했고, 이것은 팀 내에서 리드를 하는 선수로서 기량을 갖추어야 한다는 무게감과 부담감을 암묵적으로 시사했다. 아이의 부족한 기량을 채우기 위해 우린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운동 세계에서 남편과 나는 안갯속을 헤매는 듯한 기분이 계속되고 있다.
아이는 종종 "야구선수될 거야?"라는 코치님의 물음에 흔쾌히 "네!"라고 대답해 왔었는데 지난 주말 훈련 때는 그러지 못했다고 했다. 조금씩 자신감이 없어진다고, 과연 내가 이 더운 날씨에 훈련을 더 잘 버틸 수 있을지, 실력이 출중한 형들처럼 더 잘해 낼 수 있을지 걱정이 든다면서 지금은 50:50 반반인 자신의 심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럼에도 야구는 재미있다고 그만하고 싶다는 말은 쉽게 꺼내지 않았다. 훈련장에서, 경기장 마운드 위에서 얼마나 고민되고 힘들었을지 엄마로서는 안쓰럽기도 하지만, 안방에서 시원하게 즐기면서 보는 프로야구 경기에 등장하는 선수들의 보이지 않은 피땀을 알게 되었으리라고, 직접 바랬던 꿈이 자신에게 맞는지 해낼 수 있는지에 대한 현실감을 느낄 수 있는 값진 시간이 될 것이리라고 묵묵히 지켜본다.
여전히 키에 비해 체중미달이며, 하체 근육 부실 탓인지 안짱걸음을 걷고, 자세가 좋지 않아 등이 비정상적인 각도가 되기 직전인 상태로 굽었다는 진단을 받은 아이. 누가 봐도 야구선수는 아닌 모습일지 모르지만 팀원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싶고, 주어진 포지션을 잘 수행해서 성취감을 얻고 싶고, 기억 저편에 잊을 수 없는 승리의 기쁨을 잔뜩 만들고 넣고 싶은 마음만큼은 굳건하다. 중도포기 없이 리틀야구단 졸업을 목표로 아이의 진심을 존중하며 오늘도 스트레칭을 함께 하고, 배팅 연습 계획을 세우며 정서적 안정을 위해 줄곧 대화를 나눠본다.
*취미반 : 취미반과 선수반의 큰 차이는 공의 종류가 다르다. 취미반에서는 소프트볼(연식구), 선수반에서는 프로선수가 사용하는 것과 같은 하드볼(경식구)을 다룬다. 취미반 대회는 연식구를, 선수반 대회는 경식구를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