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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 더 본격적으로

by 미미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눈뜨고 나서부터 자기 직전까지 해대는 아이의 성향은 야구에서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언제든지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이 쉽게 만들어지지 않았고, 유튜브에 수많은 영상이 있음에도 스스로의 몸을 볼 줄 몰랐기에 장시간 풀가동은 힘들었다. 배팅이던 캐치볼이던 어떻게든 할 수 있는 상황은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해 보였고, '한두 번의 코칭이라도 받으면 연습은 이어갈 수 있겠지'라는 생각에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했다.



리틀야구단의 훈련은 주로 단체 훈련이다 보니 개개인의 기량을 키우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지난 6개월을 돌이켜보면 팀 내 연습경기, 수비연습, 배팅연습, 기초체력 다지기 등을 해왔지만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게다가 매월 1~2회에 걸쳐있는 대회에 참여하다 보니 훈련이 빠지는 경우도 종종 있고, 어떤 날은 벤치에만 있다가 공한번 던져보지 못하고 넘어가는 때도 있었다. 물론 보고 배우는 것도 크지만 연습에 목말라하는 아이는 어느새 6학년을 바라보고 있으니 채워지지 않는 실력에 대한 조급함과 동시에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음에도 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는 답답함이 늘 내 마음 한편에 내키지 않은 채로 자리 잡고 있었다. 저학년 때부터 시작하여 긴 시간 형들과 감독, 코치님의 조언을 듣고 스스로 깨닫고 터득하기에는 시간이 빠듯하다는 것을 이제와 실감을 한다. 차라리 기량이 좀 더 갖춰진 상황에서 선수반에 입단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고, 취미반으로 갔을걸 하는 후회도 하게 된다. 어쨌든 지금으로선 이 모든 선택과 결정이 어쩔 도리가 없기에 아이의 연습량 부족에 대한 애타는 마음을 달래줄 어떤 장치는 필요해 보였다.



아이를 데리고 개인레슨센터를 방문한 첫날, 코치님과 트레이너 선생님은 기초체력부터 배팅자세까지 두루 살펴보았다. 기초체력은 걷기조차 많이 하지 않았을 정도로 운동량이 부족하다는 것. 배팅자세가 잘 잡히지 않고 무너지는 이유는 발가락 힘을 사용하지 못해 그렇다는 것. 아이의 야구에 불리한 체격조건을 눈에 보이는 대로 체중미달이라는 이유로만 생각해 왔었는데 단순히 먹는 것만 신경 써서 체중을 불려야 할 상황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첫날의 조언을 듣고 우리는 다음날 당장 정형외과로 가서 몸 전체를 스캔했다. 요추는 조금 휘어져 6개월마다 사진을 찍어봐야 하며, 다행히 골반은 크게 불균형은 아니었고, 문제는 발이었다. 왼발 아치가 조금 무너져 있고 뼈 형성 자체가 발을 지탱하기에 조금 비틀어져 있었다. 담당선생님은 현재 통증이 유발된 상황이 아니므로 특별한 치료가 들어갈 필요는 없고, 맞춤깔창을 통해 발의 변화된 느낌을 느껴보자고 하셨다. 그렇게 우리는 아이의 몸에 집중하여 1주일을 보냈다. 야구실력보다는 제대로 된 성장에 초점을 맞춰보자는 다짐을 하면서.



이 모든 상황을 나 혼자서 독단적으로 진행했지만 남편은 별말이 없었다. 생각보다 개인레슨 비용이 만만치가 않았으므로 사전에 상의 없이 결정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 컸다. 하지만 별 조치 없이 그냥 있었더라면 아이 발의 불안정성이나 척추의 휘어짐이나 운동량 부족을 판단할 기회는 없었을 테고 이를 바로잡을 적절한 때를 놓쳤을지도 모른다. 이로써 나의 판단은 옳았다는 강한 합리화를 했고, 남편은 나의 행동에 지지를 보내는 뜻인지 큰 비용을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뒷바라지를 도맡아 하고 있다. 집에서도 종종 아이의 스트레칭을 도왔고, 잠들기 전 아이의 발을 마사지해 주었으며 레슨장에 함께 가서는 배팅 자세 하나하나를 영상에 담으며 언제 어디서든 복기하며 연습할 여건을 마련하고 있다.



레슨을 받는다고 실력이 하루아침에 성장할 기대를 하고 있지는 않다. 바라는 건 이번 기회에 체력적으로 많이 성장하고 불안정한 발도 차츰 교정이 되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종종 안장걸음을 걷던 아이를 보며 언젠간 좋아지겠지라고 굳이 유난을 떨며 지내오지 않았는데 일상생활과 달리 운동을 할 때는 하나하나 챙겨갈 필요가 있었다.



오늘도 우리 집 부자는 레슨장에 가기 전 스트레칭을 함께 하며 갈 채비를 하고 있다. 나는 훈련 중간에 먹을 도시락을 쌌다. 기분 좋은 모습으로 집을 나서는 이들의 뒷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즐기고 있는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이 일렁인다. 그저 아이가 다치지 않고 야구를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며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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