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스포츠의 매력은 요런 것
지난 5월 16일부터 24일까지. 우리 송파강북 연합팀은 참 행복했다. 예상치 못한 승리에, 승리를.
5월 16일 기흥구리틀과 첫 경기 5:3 승
5월 18일 진주시리틀과 두 번째 경기 9:5 승
5월 19일 서초구리틀과 세 번째 경기 3:2 승
5월 22일 익산시리틀과 16강전 5:2 승
5월 24일 서귀포리틀과 8강전 0:5 패
이로써 우리 연합팀은 상반기 U10 전국리틀야구대회에서 총 5번의 경기를 치르고 이번 대회의 막을 내렸다.
5번의 경기를 치르는 동안 각 경기마다 반드시 흐름이 있고 기운이 있었다. 희한하게 팀이 이기려고 하면 투수는 제구가 상당히 좋고, 타자는 쭉쭉 뻗어나가는 장타를 휘날리고, 수비는 호수비로 인정받을만한 한 장면을 만들게 된다. 게다가 감독님의 작전까지 딱딱 맞아떨어지는 분위기로 흘러간다. 반대로 팀이 지겠다 싶으면, 상황은 이와 정반대다. 이건 강팀을 만나던 약팀을 만나던 실력과는 무관한 듯 보인다. 꽤 강팀이라 손꼽혔던 익산시리틀 전은 생각보다 순조롭게 끝났고, 서귀포리틀도 프로출신 감독에 힘 좋고 제구 좋은 투수들이 있는 강팀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4강에서 약팀에 패한 결과를 봤을 때, 우리 연합팀이 제대로 된 안타 한방을 못 날린 건 분명 실력보다는 분위기 전환에 실패한 탓일 터. 4강 진출이 물 건너간 것이 무척 아쉽긴 했지만 선수 한 명 한 명의 잠재력이 전혀 발휘되지 못했던 경기라 더 가슴이 쓰라린다. 눈물을 훔치는 선수도 있는가 하면, 말없이 어깨가 축 늘어진 선수, 표정굳은 감독님. 언제나 이기는 경기를 할 수는 없지만 진 경기를 마주하는 건 누구에게나 썩 내키는 일이 아닌 건 분명했다.
우리 집 아이는 매 경기를 참가할 때마다 떨린다 했다. 겉으로는 전혀 긴장돼 보이지 않음에도 꽤 조마조마했었나 보다. 뜬공이라 해도 자신에게 다가오는 공을 마주하면 겁이 난다고. 그럼에도 마운드 위에서 침착하게 수비를 하고, 재빠르게 상황을 파악하는 모습에 아이가 어찌나 대견해 보이던지. 다치지 않고 무사히 대회를 마무리해서 더욱 고마웠다. 무엇보다 아이는 이번 대회를 통해 수비에서의 자신감이 생겼고, 100% 번트 성공률을 보여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선수로 자리매김하는 기회를 만들었다. 다만 점수를 낼 수 있는 타율 좋은 선수로 거듭나기까지는 아직은 시간이 많이 필요해 보인다.
실력보다 이번 대회에서 더 크게 얻은 건 주장형으로부터 받은 격려였다. 주루코치로 앞선 3번의 경기에 참여해 준 6학년 주장형. 형은 매 경기 선수 한 명 한 명을 다독여 주었고,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북돋아 주었다고 한다. 모두 함께 보다 더 큰소리로 파이팅을 외치며 사기를 올리고자 유명 프로야구 선수의 사인볼을 선물로 주는 센스까지 발휘하여 동생 선수들을 더욱더 편안하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이끌어 간 모양이다. 아이는 있는 힘껏 소리를 질러 그 사인볼의 주인공이 되었고, 형은 잘 따라와 주는 동생 선수를 아끼는 마음이 저절로 생기는 시간이 된 듯하다. 형이 참석하지 못한 나머지 두 경기 결과에 우리 집 아이가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여 개인적으로 안부를 묻기까지 했으니. 나는 이러한 상황들이 어찌나 감동적인지 눈시울이 붉어지고 코끝이 찡해졌다. 조건 없이 서로를 믿고 위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기는 상황들이 고마웠고, 아이도 주장형도 좋은 선후배의 모습을 흐뭇하게 연출해 주고 있었다. 억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마음 저 밑바닥부터 끓어오르는 진심을 느낀 과정들이 내가 스포츠 뒷바라지에 열심인 이유일 것이다.
결과의 아쉬움도 달랠 새가 없이 우리 팀은 봉황기클럽배 U11 대회에 참가했다. 서울 장충구장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 우리 팀은 막강한 에이스 형들 덕분에 우승 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이는 첫 우승 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스스로가 기여한 바가 없다고 느꼈는지 크게 기뻐하지는 않았다. 이것 또한 팀 스포츠에서만이 경험할 수 있는 상황. 그럼에도 팀 우승은 나에게도 큰 의미가 있고 기뻐할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우승 과정까지 주전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보는 것 또한 큰 배움이라는 것을 아이가 서서히 알아가길 바란다.
선수할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아이 야구에 진심이야? 많이들 묻는다. 이번 대회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되지 않을까 한다. 또한 야구로 인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우리의 일상이 순조롭게 돌아가지 않아 불평이 터져 나오던 때가 간혹 있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우리가 선택한 길이 맞다는 확신이 드는 시간들이었다.
아들아, 더 힘차게 더 즐겁게 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