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심리학

by 기피터



자아의 위기


살다 보면 내 의견이 반대에 부딪히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종종 잠깐의 창피함을 내 존재 전체로 확대해석하곤 합니다. “역시 나는 부족한가 보다.” 이런 생각이 스며드는 것이죠. 하지만 사실 그것은 확증편향일 뿐, 단 한 번의 사건이 나를 전부 규정하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시하는 태도가 아니라,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아, 그냥 하나의 에피소드였을 뿐이야.” 이렇게 생각하면 나 자신을 지킬 수 있습니다. 속이 쓰리고 불편한 감정은 당연히 남지만, 그것이 나를 무너뜨리게 둘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런 순간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불안이라는 화재경보기


불안을 화재경보기에 비유해볼 수 있습니다. 불이 나면 당연히 경보가 울려야 하지만, 어떤 경보기는 너무 예민해서 작은 연기에도 울리고, 어떤 것은 고장이 나서 필요할 때가 아닌데도 울립니다.


우리의 불안도 이와 비슷합니다. 과거에 트라우마, 충격, 고통 같은 경험을 많이 했다면 뇌는 더 예민해져 작은 자극에도 경보를 울립니다. 뇌는 ‘위험을 기억해야 산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불안 신호를 지우지 않고 더 강하게 새겨둡니다. 그래서 불안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이죠.


하지만 뇌의 또 다른 특징은 ‘덮어쓰기’입니다. 오래된 CD에 새로운 곡을 덮어쓰듯, 나쁜 기억 위에 좋은 경험을 반복해서 쌓아가다 보면 과거의 선명한 기억은 조금씩 흐려집니다.


불안을 대하는 자세


불안을 줄이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바로 지금 주어진 삶을 꾸준히 살아내는 것입니다. 하루하루 버티고, 성실히 살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뇌가 현실에 적응합니다.

그때 우리는 깨닫습니다. “내가 너무 과하게 생각했구나.”
불안은 여전히 남아 있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디고, 또 이겨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조금 더 단단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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