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학 전 7살 아들, 숲 어린이집에 보낸 이유
2010년 9월 17일생 내 아들은 7살이다.
아직도 나에게는 마냥 아기인데 내년에 학교를 간단다. ㅡㅡ;;
4살 때 한글 읽기를 떼고 5살 때 편지를 쓰고 7살에 전국한자능력검정시험 7급을 특상을 받으며 통과한 누나와 달리 이 아이는 아직도 까막눈이다
음...지난 3월부터 본격적인 엄마와 선생님의 특훈 결과 가,나,다...정도는 떼고 점차 아는 글자가 많아지니 까막눈이라면 너무 섭한가??
그래도...이 아이는 아직도 아는 글씨보다 모르는 글씨가 훨씬 많다. 그럼에도 난 아들의 다소 늦됨이 조급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이제부터 하면 되지 머...!!!
지난 12월 지금 사는 동네로 이사 왔다. 제일 큰 고민은 16년부터 7살이 되는 아들을 어느 기관에 보낼것인가...였다.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새로 이사 올 동네 기관들의 교육 설명회를 따라다녔다.
어린이집으로 가느냐...유치원으로 가느냐...의 기본적인 부분부터 고민이 되었다.
ㄴㅐ 아들은 늘 행복하고 에너지가 넘친다. 사랑도 많고 창의적인 생각으로 가득하다. 정이 많고 또래에 비해 주변인들에 대한 배려도 잘 한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정신도 강하고 늘 긍정 마인드가 넘친다. 한 마디로 참 장점이 많은 아이이다.
다만 아직 직접적인 학습에는 큰 관심이 없는 상태이고,왼손잡이라 손에 힘도 부족하다. 반대방향으로 써야 하는 한글을 친구들 보단 조금 어려워하고...
하지만 그깟 말초적인 학습 때문에 초등 취학 전 엄하게 공부시키고 단체 습관을 잡는 기관을 보내면 아이가 행복하지 못할 것 같다. 특히나 조금의 시간차가 있을 뿐... 어차피 떼게 될 한글 조금 늦는다고 무시당하고 강요당하고 상처받을까 봐 지레 걱정이 되었다.
초등학교 가지 전 필요한 공부는 엄마랑 하면 되니
마음껏 놀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지금 다니는 어린이집을 찾아냈다.
동네 조기축구회, 야구부 아저씨들이 주말에 운동하시는 커다란 운동장이 어린이집 앞마당에 떡~~하니 있는 곳...
매일 아침마다 넓은 운동장에서 조깅을 하고, 바로 뒷 산으로 올라가 나무도 타고, 자연 그대로의 놀이터를 만들겠다며 돌멩이 쌓아 수로도 만들고, 비탈길에서 썰매 타고, 나뭇가지들 주워다가 땅을 파고, 만들기도 하며...머무르는 시간의 반 이상을 산에서 보내는 이 어린이집이 나는 꽤나 흡족하다.
소풍도 사람들 북적대는 곳이 아니라 호젓한 가평의 한 냇가로 간다.
"아이들에게 제 2의 고향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자연이 예쁜 곳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보고 느끼고 노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추억으로 남겠어요. 아쿠아리움, 체험학습 같은 데는 엄마들이랑 가는 데고..."
처음 상담 갔을 때 원장님의 말씀이셨다.
지난 주 소풍에서 아들은 냇가에서 발을 담그기도 하고 쑥도 뜯고 꽃도 많이 보았다고 한다. 소금쟁이도 잡고
개구리 알도 떠보고...다음에 이 곳을 찾을 때에는 이 알들이 팔짝팔짝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겠지?
굳이 이게 뭐가 특별하냐며 동네 연못에도 있다고 우겨봄직 할 흔히 볼 수 있는 풍경들이지만 친구들, 선생님과 느긋하게 자연을 느낄 수 있었던 소풍...빽빽한 스케줄에 즐길 시간은 커녕 부모들에게 보여줘야할 사진 찍기에 더 바쁜 소풍 보다는 자유와 여유로움의 미학이 빛나는 것이 이번 소풍의 크나큰 의미가 아니었을까?
덕분에 이 어린이집에 다닌지 만 3개월 만에 도톰하고 질긴 청바지 5벌의 양쪽 무릎이 다 구멍이 났고 그 중 2벌은 엉덩이도 닳아서 구멍 나기 직전이라 결국 재활용통에 버렸다. ㅠㅠ
운동화와 옷, 가방은 늘 흙 투성이다. 매일 빨래하고 뚫어진 옷 기워 입히느라 엄마는 더욱 바빠졌지만...(아이 꾸미는게 낙인 엄마임에도 새 옷 사입히가 느무느무 아깝다 ㅜㅜ)
그럼에도 검게 그을어 가는 아이의 얼굴과 반짝이는 눈빛에 묻어나는 행복이 엄마를 즐겁게 한다.
자연을 아끼고 이용하고 즐겁게 뛰어놀며 스스로 터득하고 배우는 시간...엄마는 당장 눈에 보이는 학습 능력이 뛰어난 누나보다 오히려 천진난만한 둘째가 더 큰 인물이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따뜻하고 예쁜 마음으로 세상을 다독이며 남들은 생각하지 못 할 독특한 발상으로 모두를 깜짝 놀래 줄 큰 인물...
다만 엄마가 밀어부치면 나타나는 우리나라 초딩 저학년들의 성과에 못 미쳐 자존감 다치고 상처입을까봐 내내 초조할 뿐이다. 이 아이의 빛나는 생각 하나하나 너무 소중하고 이 아이의 호기심과 창의력이 늘 감동임에도 갑자기 마음이 급해진 엄마는 자꾸만 다그친다. 빨리 쓰라고, 빨리 계산하라고...
앞으로도 이변이 없는 한 이 도심 속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다녀야 할 내 아들에게 이 어린이집에서의 시간이 크나큰 힐링이자 평생 가져갈 좋은 추억이 되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이다. 지금 아니면 니가 이렇게 자유롭게 뛰어놀까...내년부턴 좋으나 싫으나 대한민국 경쟁교육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자꾸만 조급해지는 엄마의 마음이 많이 슬퍼진다. 아직 더 놀아도 되는데...더 놀아도 늦지 않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