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일일이 챙기고 만들어 주고 빨아주는 것이 당연한 아이들
주말의 주요 일과 중 하나...!!!
초등학교 2학년 딸내미 실내화와
숲 놀이로 진흙투성이가 된 아들내미의 신발과 가방 빨기...
(고난도의 빨래다.)
헹궈도 헹궈도 계속 누런 물이 샘솟는다.
일주일 동안 망친 신발이
한 두 켤레도 아닌
무려 네 켤레...!!!
벅벅....!!!
비비고, 문지르고...
씩씩하게 빨고 보니 세숫대야로 한 가득이다.
문득...내 엄마는 한 번도 내 실내화를 빨아주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깨끗한 실내화가 신고 싶으면 내가 빨아 신어야 했다.
귀찮거나 깜빡해서 실내화를 빨지 않고
월요일 꼬질꼬질 한 실내화를 꺼내어 신을 때의 부끄러움은
늘 내 몫이었다.
생각해보면 스스로 빨지 않고 엄마가 실내화며 운동화를 빨아주는 친구들도 많았다.
햇볕에 바짝 말린 하얀 실내화를 신는 친구들이 얼마나 부러웠던지...
힘과 기술이 부족했던 나는 아무리 열심히 빨아도 그렇게 깨끗해지질 않았다.
실내화 한 가운데에 토끼 혹은 네 잎 클로버가 그려졌던 하얀 실내화...
구멍이 나서 새로 사 달라고 조를때까지 엄마는 내 실내화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빨아 신으라는 참견도 하지 않았다.
세 자녀를 둔 워킹맘에 었던 우리 엄마...
그런 사소한 것에 신경 쓰기엔 늘 너무 바빴다.
부족하나마 깨끗한 실내화를 신는 것도 내 책임이고
3주째 빨지 않고 거무튀튀한 실내화를 신는 것도 게으름 피웠던 내 책임이었다.
유치원 다니는 아들내미는 어리다 치고
(실은 이 아이는 진흙으로 도배된 신을 신고도 전혀 신경 안 쓸듯...ㅡㅡ;;
내가 답답해서 빨아주고 말지...)
초등학교 2학년이 된 딸내미는
처음 실내화를 빨기 시작했던 초등 1학년의 나보다도
1년 반은 더 큰 셈인데...
한 번도 안 시켜봤다.
사실...아직 많이 어려 보이기도 하다.
그냥 당연히 내 일처럼...내가 빤다.
깨끗하게 빨아 놓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내가 챙겨주지 않으면 실내화 주머니에 새 실내화 넣는 것 조차도 종종 잊곤 하는 딸내미다.
내가 너무 많은 것을 챙겨주나?
엄마가 일일이 챙기고 만들어 주고 빨아주는 것이 당연한 아이들은
당연히 챙겨야 할 준비물을 빠뜨리는 것 조차 엄마 탓을 하곤 한다.
이젠 하나둘씩... 스스로 하는 법을 알려주어야 할까?
다음 주에는 딸에게 솔을 쥐어줘 봐야겠다.
그렇게 조금씩 함께....하는 것들을 늘려봐야겠다.
그렇게 조금씩 나의 책임을 아이에게도 나누어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