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해도 고치려 들지 않는 이유
‘난 거짓말이 가장 싫어.’
‘다 참을 수 있는데 거짓말은 참을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거짓말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스스로 만들곤 한다.
대상을 속여 이익을 얻거나 의도적으로 해를 끼치려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거짓말의 기저는 비슷하다.
사실을 말했을 때 따라올 불이익.
혼날 것이 뻔하고, 실망한 얼굴을 보게 될 것이 뻔하고, 스스로 나쁜 사람이 되는 순간을 피하고 싶을 때 사람들은 거짓말을 선택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면 안된다고 생각하면서 한다.
진실을 말할 용기가 없어서, 혹은 피하고 싶은 순간이 있어서,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 선택을 반복하게 된다.
거짓말이 문제가 아니라 사실을 말했을 때 감당해야 하는 결과가 너무 무겁기 때문이다.
규율과 규칙이 지나치게 많거나, 지켜야 할 것들이 계속 늘어나거나, 실수에 대한 반응이 지나치게 엄격한 환경에서는 사람들은 점점 사실보다 안전하다 느껴지는 거짓말을 선택하게 된다.
처음에는 작은 숨김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사실을 말하는 것보다 들키지 않는 게 더 안전하다 느끼면 그때부터 거짓말은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에 대한 적응 방식이 된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누군가가 무엇을 하겠다고 할 때 웬만하면 말리지 않는 것.
그래서 마음에 들지 않아도 아주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아니라면 그냥 두는 편이다.
어차피 본인이 꼭 하고자 하면 막기도 어렵고, 그 일을 수행한 후에는 거짓말을 하게 될 테니까.
예를 들면 아들의 게임 같은 것.
사춘기 아이들은 방학이 되면 늦잠을 자고 일어나, 겨우 깨어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종일 게임을 붙잡고 있는다. 게임이 잘 풀리지 않으면 거친 말을 내뱉고 화를 내기도 한다.
그 모습을 보면 마음에 천불이 일어나지만 그래도 웬만하면 참고 있는다.
왜냐하면 그 순간 내가 잔소리를 해봤자 이미 게임에 푹 빠진 아이는 아마 PC방으로 가버릴 테니까.
사실 이쯤에서 나는 선택하는 것이다.
이 아이에게 내가 느끼는 불편감을 그대로 표현하고 밖으로 내보낼 것인지,
아니면 못마땅함을 참고 내 눈앞에 두는 쪽을 선택할 것인지.
그래도 집이 PC방보다 더 안전하고, 편안하고, 따뜻한 곳이니까
내 눈에 보이는 곳에 두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냥 두는 쪽을 선택한다.
잔소리를 계속하면 사람은 그 행동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들키지 않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집에서 못 하게 하면 다른 곳에서 하게 되고, 그마저 막히면 숨기는 쪽을 선택하게 된다.
거짓말이 시작되는 순간은 대부분 그때다.
하고 싶은 마음과 들키면 안 된다는 마음이 함께 생겨 충돌했을 때,
그리고 하고 싶은 마음이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마음을 이기는 순간,
사람은 사실을 말하는 대신 사실을 숨기는 쪽을 선택한다.
그래서 나는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말하기보다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을 만들려고 한다.
사람을 바꾸는 것보다
환경을 바꾸는 것이
훨씬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그냥 둔다.
내 눈에 조금 거슬리고 불편해도
그게 더 나은 선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