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신호탄

브레이크를 밟은 날

by 두나씨

쾅!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이미 일은 벌어진 뒤였다.

앞차와의 가벼운 접촉사고.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정작 놀란 건 사고 때문이 아니었다.


나는 얼어붙은 듯 가만히 앉아

한참을 멍하니 앞만 바라봤다.


평소 같았으면 하지 않았을 실수였다.

하지만 요즘의 나는

무언가에 쫓기듯 불안한 마음으로

늘 허둥대고 있었다.


일이 많아서 힘든 걸까?

아니, 그보다 더 깊은 무언가였다.


머리는 쉬고 싶다고 말했지만

몸은 늘 긴장한 채였고

밤마다 오지 않은 내일 걱정에

좀처럼 잠들 수 없었다.


단순히 ‘일이 많다’는 문제는 아니었다.


명확한 이유도 없이 내려오는 지시,

윗선의 말 한마디에 손바닥 뒤집듯

바뀌어버리는 기준과 결과들.

매번 납득되지 않는 상황들.


반복되는 그런 일들 속에서

어느새 나는 사랑하는 가족들에게조차

날 선 말투를 뱉을 만큼 예민해져 있었고

그 뒤엔 어김없이 자책과 후회가 밀려왔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나를 잃어가고 있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야근을 마치고

지친 몸으로 집에 가던 길.

‘정시에 퇴근해 본 게 대체 언제였더라...’


그렇게 멍하니 운전대를 잡고 있을 때,

내 안에서 속삭이듯 이런 소리가 들려왔다.


“그냥 그만둬버려. 이게 다 뭐라고.”


그동안 무시했던 내 안의 목소리였다.


애써 외면하던 마음을 인정해 버려서였을까?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이상하게도 마음이 놓였다.


그만두기로 결심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마음을 먹고 나서부터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일이 진행되었다.


인사과에 가서 상담을 받았고,

면직원을 작성했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는 만류에도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도 하지 못할 것만 같아서

내 결정을 번복하고 싶지 않았다.


정해진 출근길 대신

어디로 이어질지 알 수 없는 길 위에 서 있는 기분.

조금은 불안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분명히 내가 선택한 길이었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온전히

내가 원해서 선택한 일들이 있었던가.


전공 선택부터 취업에 이르기까지,

‘어디가 좋다더라’는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휩쓸려

마치 게임 퀘스트를 진행하듯

클릭 몇 번으로 큰 고민 없이 선택해 왔었고

그렇게 도달한 곳이 지금이었다.


처음으로

내 삶의 핸들을 남이 아닌

내가 쥐고 있다는 걸 실감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불안했던 마음이 조금은 단단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