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고 내가 말하는 것이 옳다고 여겼고 어른들의 이야기는 뭔가 부족하고 시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그런 사고라고 치부해버렸다. '나이 50을 넘으면 사는 게 무슨 재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재미도 의미도 없을 것 같던 50대의 나이가 중반을 넘어가고 있다. 바쁘고, 씩씩하게, 열심히, 나름 재미있게 살고 있다고 자부한다. 나이 먹은 사람들은 다 알지 않는가? 비록 무릎이 좀 삐걱거리고 지탱하기 힘든 무게로 한탄을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꽃다운 시절인 것을..
나를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줌마로 배제당하고 무시하는 시선을 받을 때가 있다. 아.. 나의 심장은 뛰다 못해 솟구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속으로 외치고 있다. '내가 무시당할 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정말 열심히 살았다. 늦게 대학도 갔고 대학원까지.. 치열한 삶 속에서 젊은 사람들과 사고도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컴퓨터도 열심히 하고 책도 열심히 읽으며 발버둥을 치며 살았던 것 같다. 그러기에 난 뭔가 다른 삶을 살았고 최선을 다해 살았던 삶을 잘 포장해서 세상에서 알아주길 바라며 은근슬쩍 드러내고 싶었다. 여전히 이 시대에 주인공이 되고 싶었던 것이겠지.
젊은 시절 내가 어른들을 바라봤던 그 시선을 내가 받고 있다. 인과응보인 듯.. 슬프다.. 하지만 억울하지는 않다. 지금도 난 노인 분들을 바라보며 젊은 시절의 오만함을 여전히 품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품격을 상실해도 되는 것이 아니기에 지금까지 살아왔던 방식의 옳음이라 믿는 그 믿음으로 모든 것에서 강퍅하리 만큼 고집 센 노인 분들을 만나면 그 자리를 피하고 싶다. 사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배려라는 포장된 이름으로 배제를 당하는 위치에 서게 된다. 옆자리에 나이 먹은 분들이 앉아 있으면 피해서 앉고 싶어하는 모습을 만나고 싫은 내색도 굳이 숨기지 않는다.
지금은 80이 넘은 젊은 시절 직장 상사였던 분은 가끔 전화를 하신다. 말씀하시는 말투에서 외로움이 방울방울 맺혀 뚝뚝 떨어진다.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바쁜데 전화를 해서 주책을 부린다고 말씀을 하시면서도 말과는 다르게 끊을 생각을 하지 않으신다. 되도록 친절하고 자세히 대답하려 한다. 바쁠 때 전화가 와서 끊지도 못하고 애를 먹는 내 모습에서 100% 선하고 좋은 마음이 아니라서 죄송하다.
요즘은 낯선 자리에 가는 것에 미리 주눅이 들 때가 많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모인 곳은 더욱… 이름표를 붙여 나의 위치와 배경을 써놓고 다닌다고 인정해줄까? (인정받을 위치도 아니고 어떤 배경도 없다.) 요즘같이 나이 먹은 사람들이 나잇값을 못 해서 멸시를 당하고 점점 노인 혐오 현상이 일어나는 시대를 살고 있기에 지금보다 더 나이를 먹는 것에 염려와 두려움이 있어 더 늙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러나 그럴 수 있으랴 누구 하나 세월에서 자유 할 수 없다.
이미 배제의 시절로 접어들었다 해서 내 인생이 다 끝났다고 할 수 있겠는가? 세상에서 보기엔 조연도 아닌 어쩌면 대기만 타고 TV나 영화에 한 장면도 출연 못 하는 대기 엑스트라 인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나의 인생은.. 누구의 인생들은 자신들만의 빛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기에 소중하고 귀하다. 내가 먼저 배제를 하지 않는 너른 마음을 품고 싶다., 잘 늙고 싶다. 꼰대란 꼬리표가 당연하게 따라다니는 나이지만 날 만나면 다시 만나고 싶어지는 궁금함을 가지게 하고 좀 더 생각을 하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