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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민 바리스타 Apr 05. 2020

오늘 나의 하루는 일기로 남길만한 하루였을까

‘1,000번 저어서 만드는’ 시리즈가 SNS상에서 열풍입니다. 아마도 코로나 사태로 인해 집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다 보니 이런 놀이 문화가 생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유튜브를 보던 딸이 대뜸 우리도 만들어보자고 합니다. 저번 주는 4,000번 저어서 만드는 달걀 케이크였는데…. 이번 주는 그보다 1/4 줄은 달고나 커피입니다.


엄마도 바리스타, 아빠도 바리스타인 우리 집인데 당연히 대답은 YES였죠.

준비물은 간단합니다.


커피믹스 1봉, 설탕 1.5스푼, 뜨거운 물 1스푼. 그리고 우유

그릇에 커피와 설탕, 그리고 뜨거운 물을 부어준 후 숟가락으로 열심히 저으면 끝입니다.


저으면 저을수록 검은색이었던 커피 물이 회색톤으로 변하더군요.

단순노동인데 참 즐겁게들 합니다.


1부터 1,000까지. 솔직히 1,000번은 훌쩍 넘지 않았을까 싶지만….

정말 달고나처럼 끈적끈적해졌습니다.


유리컵에 우유를 담고 그 위에 달고나 같은 커피를 붓습니다.

우유 위에 떠 있네요.


첫째가 잘 저어서 한 입 마셔봅니다.

한껏 기대했던 표정으로.


하지만 커피가 아이들 입에 맞을 리가 없죠.

잔뜩 인상을 찌푸립니다. 너무 쓰다네요.


그래도 재미있었다고 합니다.

그 날 저녁. 갑자기 둘째 아이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일기를 씁니다.


달고나 커피에 대한 일기였죠.

그걸 보면서 아이들은 ‘인상 깊었던 일’이나 ‘추억에 남을만한 일’을 만들어주면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일기를 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나의 하루는 일기로 남길만한 하루였을까….’


일기로 남길만한 하루하루를 보내야겠다는 작은 다짐을 해봅니다.

_20.04.05.일. 집에서 바리스타 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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