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성민 바리스타 Apr 03. 2020

20억, 혹은 200억이 생긴다면 나는 무엇을 할까?

2,749일. 대전 동구에 있는 오래된 동네. 삼성동에서 허밍을 시작한 후 지금까지 지나온 시간입니다. 참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네요. 시간이 쌓이는 만큼 말이죠.


대전 삼성동은 참 조용한 동네입니다. 딱히 볼 것도 없고, 놀 것도 없는 동네지요. 그래도 오래된 동네인지라 여기저기 정겨운 풍경들이 많이 있습니다. 카페 골목 뒤쪽에 보이는 오래된 목욕탕 굴뚝, 오래된 우체국과 그보다 더 오래된 노포들이 있는 곳이기도 하죠.


스물여덟, 늦은 나이에 커피 알바를 할 때만 해도 제가 서른여덟까지 커피를 하고 있을 줄을 꿈에도 몰랐죠. 서른 살 창업과 함께 삼성동이라는 동네로 오게 되었죠. 아마 앞으로 별일이 없다면 삼성동이라는 곳에서 저의 30대를 보낼 듯하네요.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엄마 유모차에 있었던 아이들은 초등학생이 되었고, 중학생 단골 친구들은 어엿한 대학생들이 되었습니다. (어떤 친구들은 군대에 가기도 하구요.)


예전에 친한 작가님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만약 지금 이 상태에서 너무나 많은 돈이 생긴다면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였죠. 그때 한 번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만약 이 상태에서 20억, 혹은 200억이 생긴다면, 그래서 재정적인 자유가 된다면 나는 무엇을 하며 살까?


그런 큰돈이 생긴다면 처음에는 당연히 여행을 다니고, 멋진 집을 사고, 차를 사겠죠. 그리고 건물들도 살 거예요. 그렇게 모든 것을 다 하고 나서 ‘그다음은 무엇을 할까?’라는 질문의 끝에는 항상 ‘카페’가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렇게 큰돈이 생긴다고 저의 삶의 패턴들이 그리 많이 달라질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일을 지금보다 조금 적게 하면서, 아침저녁으로 글을 쓰고, 산책하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전부이더라고요. 다만 돈이 많이 생긴다면 조금 더 마음에 여유가 생기는 정도랄까요? 이 이야기를 반대로 생각해보면 제가 진짜 원하는 것들은 그리 많은 돈이 없어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들이라는 소리가 되더라고요. (물론 돈이 많다면 더 좋겠지만요!)



요즘은 코로나 덕분에(?) 저의 근무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4달 전에 오픈한 덮밥집은 점심 장사만 하고, 저녁에는 카페로 출근을 하고 있으니 말이죠. 요즘은 마치 2012년 창업을 했을 때로 돌아간 것 같아요. 동네도 조용하고, 생각할 시간, 글과 그림을 그릴 시간도 많아졌으니 말이죠. 이 사태도 언젠가 지나가겠죠. 이 조용한 시간을 받아들이면서 살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럼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_20.04.03.금. 허밍에서 바리스타 성민

작가의 이전글 일을 잘했다는 것, 그것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