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좌충우돌하는 풀코스 마라톤 준비

by 이태태

달력을 보니 대회까지는 6주가 남은 상황. 훈이의 말처럼 30km이상의 장거리를 적어도 두 번은 뛰어봐야 되는데, 평일에는 뛸 시간이 당연히 없으니 뛸 수 있는 시간은 대회 전까지의 주말 5번 밖에 남지 않았다. 심지어 10월 하순에는 올해의 마지막 대회로 경주 동아마라톤 하프코스를 이미 신청해 놓았기에 거기에도 참가를 해야 했고, 아무리 늦어도 대회 1주 전부터는 연습량을 급격히 줄이는 테이퍼링을 해야 한다고 하니 대회 1주 전 주말에도 연습을 할 수가 없었다. 이것 빼고 저것 빼고 나니 장거리를 연습할 수 있는 주말은 딱 세 번 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장거리를 한 번 연습하고 나면 그 다음 주 주말은 장거리 연습을 건너뛰어 휴식을 취하고, 그로부터 한 주 뒤에야 다시 장거리연습을 하는 것이 적당하다는 말까지 어느 유튜브에서 입수를 했다(안 그러면 나 같은 장거리 초보는 병이 난다고 한다). 모든 상황을 다 고려하면 현실적으로는 정말 많아야 한 번, 두 번의 장거리 연습만이 가능했다. 뭔가 불가능한 상황에 도전하는 것 같았다. 마음만 앞섰고 필요한 시간은 부족해서, 괜한 일을 벌인 것이라고 걱정도 되었다. 어떻게 해야 되나 고민이 커져가기만 했다.


이럴 때 내가 늘 생각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원칙에서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다. 몇 달을 준비해야 되는 풀코스 준비의 원칙에서는 이미 한참이나 벗어나 있었기에, 현재 시점에서의 원칙이 뭔지를 떠올려봤다. 이때까지 가장 길게 달린 거리가 25km였으니, 일단 이번 주말에는 25km를 다시 한 번 뛰어보고, 나머지는 시간이 되는대로 그때그때 맞추어서 하기로 정했다. 잘 풀리면 장거리 연습을 여러 번 하는 것이고, 만일 시간이 부족해서 못 하게 되면 연습이 부족한 상태의 실전대회를 경험해보고 그 경험을 토대로 다음의 풀코스 대회를 잘 준비하면 되는 기회로 삼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주중에는 지금과 같이 주 2회 10km씩을 뛰고, 혹시 시간이 되면 한 번 더 뛰어보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6주 만에 하프코스에서 풀코스를 준비한다는 말도 안 되는 계획이었지만, 뭐 못 할 것도 없지 않느냐는 약간의 객기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마음먹으니 여유가 생겼다. 잘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 말이다. 어떨 때는 내가 너무 낙관적이기도 한데, 이 때가 딱 그런 때였다.


며칠 후의 주말에 했던 생애 두번째 25km달리기는 생각보다 순조로웠다. 시간은 신경쓰지 않고, 천천히 완주에만 신경을 썼는데, 그 덕분인지 이전보다는 다소 수월하게 마무리를 했다. 이제 대회까지는 5주가 남았다. 그 이후 주중에는 거리나 횟수를 조금이라도 늘이고 싶었지만, 며칠 전의 25km달리기로 인한 피로를 생각해서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10km를 두 번 뛰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대망의 30km를 달리는 일요일 아침이 드디어 찾아왔다. 10월 초이지만 해가 뜨면 곧 더워지기에 아침 6시 전에는 출발을 하기로 했다. 가보지 않은 길이라 두려움 반, 걱정 반이었다. 달리기 코스로는 역시나 양재천을 골랐다. 속도와 거리측정을 정확히 하고, 중간에 물보급을 쉽게 하기 위해서 운동장 트랙에서 장거리 연습을 많이 한다고 하는데, 고수들에게나 해당되는 얘기로 들려서 나에게는 늘 달리던 양재천이 보다 맞는 것 같았다. 우리동네 운동장 트랙은 한 바퀴가 400미터인데, 75바퀴를 달려야 30km이기에 그 횟수에 압도당한 것도 사실이다.


양재천을 따라서 한강 쪽으로 쭉 가다 보면 동서로 달리던 양재천이 갑자기 북쪽으로 크게 방향을 틀면서 대치유수지 체육공원 근처에서 탄천과 만나게 된다. 여기에서 북쪽으로 계속 가면 종합운동장을 오른쪽으로 두고 넓디넓은 한강을 정면에서 마주치는 멋진 러닝 코스를 달리게 된다. 반대로 갈림길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틀면 문정동을 지나 성남으로 이어지는 러닝코스가 있다고 하는데, 아직 이쪽으로는 한 번도 가보지는 못했다. 한강 쪽 코스는 사람과 자전거로 붐빌 것 같았기에, 다소 인파가 적을 것 같은 성남 방향의 코스가 나아 보였다. 집에서 이곳 탄천 갈림길까지의 거리가 대략 편도 12.5km이니, 거기에서 2.5km의 거리를 탄천을 따라 성남 방향으로 더 가서 편도 15km를 채운 다음 돌아오면 딱 30km다. 여기가 오늘 내가 달릴 코스다.


장거리 달리기를 위해서는 챙겨야 할 것도 많았다. 오늘의 달리기 코스를 조금씩만 벗어나면 중간중간 편의점이 있기는 하지만 가급적 실전과 같이 준비하고 싶다는 생각에, 편의점에 들리는 대신 물병 2개를 챙겨서 도중에 마시기로 했다. 이 때를 대비해서 플라스크라고 하는 250ml 물병 두 개를 데카트론에서 미리 사두었다. 물렁물렁한 플라스틱 재질로 된 플라스크는 물을 넣으면 풍선처럼 부피가 늘어나고, 물을 다 마시고 나면 홀쭉해져서 보관하기가 쉽게 되어 있다. 원래는 산길을 달리는 트레일 러닝용으로 많이 쓴다고 하는데, 나 같은 일반 러너가 쓰기에도 좋아 보였다. 플라스크를 넣고 다니는 트레일 러닝용 조끼가 있기도 한데, 당시에 나는 이런 게 있다는 것 조차 몰랐었다. 다만, 데카트론에서 새로 산, 원래 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조금 큰 러닝 벨트에 물병 하나를 넣었고, 벨트에 들어가지 않는 나머지 하나는 손에 들고 뛰기로 했다. 손에 뭔가를 들고 달리기를 하는 것이 많이 걸리적거리는 일이기는 하지만, 오늘은 어쩔 수가 없는 선택이었다. 에너지젤도 없으면 안 되기에 4개를 준비했다. 10km 지점에서 하나를 먹고, 5km마다 하나씩 먹기로 계획을 세웠다. 4개의 에너지젤을 바지 양쪽 주머니에 넣으니 이것만으로도 바지가 꽤 불룩해졌다.


결정적으로 오늘을 위해서 러닝화도 새로 장만을 했다. 얼마 전 철원DMZ마라톤에서 함께 한 아식스 젤카야노31은 안정적인 신발이기는 한데, 300g이 넘는 무게라서 완주하고 나니 무게감에 발이 좀 아팠었다. 마침 그 날 훈이가 경량신발이라며 추천해준 뉴발란스 rebel v4라는 신발을 며칠 전에 샀는데, 오늘 처음 신어보기로 했다. 새 신발이 잘 맞는지는 짧은 거리를 뛸 때 신어보고 확인을 하면 좋기는 한데, 이래저래 테스트할 시간이 없던 나는 오늘 장거리에 처음 신게 된 것이다. 기존에 신었던 신발과는 달리 껍데기가 촘촘한 망사(전문용어로 메쉬라고 했다) 소재로 되어 있어 바람이 숭숭 잘 통했다. 겨울에는 어떨지 몰라도 요즘 같은 날씨에는 땀을 잘 배출하는 것에 제격일 것 같았다. 가장 놀란 것은, 무게가 상당히 가벼웠는데, 300g 넘는 기존 신발을 신다가 200g 남짓 되는 새 신발을 신으니 마치 신발을 신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살짝 뛰어보니, 가벼운데도 통통 튀는 쿠션감까지 있어서 발을 구르는대로 나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왠지 오늘 일이 잘 풀릴 것 같은 기분이었다.


햇빛을 가려줄 데카트론 모자를 쓰고, 데카트론 썬글라스도 챙겼다. 집으로 돌아오는 방향이 살짝 남쪽 방향인데 돌아올 때면 이미 해가 한창 높이로 떠오를 때라서 모자와 썬글라스를 안 가져온 것을 후회한 적이 이전에 몇 번 있었기에 어제밤에 미리 챙겨둔 것이다. 새로산 신발과 몇 년 전에 달리기 처음 시작할 때 샀던 나이키 반바지를 제외하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양말부터 모자까지, 싹 다 데카트론이다. 데카트론 사장님이 나를 본다면 상을 줘야 될거라는 생각을 했다.


크게 심호흡을 한 번 하고 길을 나섰다. 해뜨는 시간은 점점 늦어져서 출발 시간인 아침 6시에도 아직 해가 완전히 떠 있지는 않았다. 자칫 속도를 높였다가는 오버페이스로 중간에서 포기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기에, 천천히 천천히라는 말을 되새기며 8분 페이스로 출발을 했다. 8분 페이스는 조금 과장하면 빨리 걷는 것보다 살짝 빠른 정도였지만, 천천히 뛰기에는 나쁘지 않은 속도였다. 물병 2개의 무게가 느껴지기는 했지만, 발걸음은 가벼웠다. 가다보니 나를 앞질러가는 사람들이 계속 나타났다. 아니 그 날 나와 비슷한 시간에 뛰었던 사람은 모두 나를 추월해갔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겠지만 그런 러너를 볼 때마다, 당신들의 게임과 오늘 나의 게임은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 나의 게임은 30km 완주이니 무리하지 말고 제발 천천히, 천천히를 되네었다. 조금 더 가니 저 산 너머에서 해가 떠오르면서 하늘이 붉게 물드는 것이 보였다. 구름 뒤편은 점점 밝아졌지만 땅은 아직 햇살을 받지 못해 검은 자태 그대로여서, 밝아지는 하늘과 어두운 땅이 동시에 있는 그림 같은 풍경을 보았다. 평소에는 볼 수 없던 광경을 아침 달리기를 하는 덕분에 본다는 생각을 하며 힘을 내보았다. 일단 5km 까지는 절대 7분 페이스보다 빨리 달리지 않는 것에 신경을 썼다. 그 덕분인지 첫 5km 구간은 순조로웠다. 속도에 대한 욕심을 버리니 편안함이 따라왔다.


어느덧 5km가 되었고, 손에 들고 있던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손에 든 물병이 걸리적거려서 왼손으로도 오른손으로 계속 자리를 바꿔 가며 뛰었지만 뭔가 불편한 느낌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다. 물을 빨리 먹어버리거나 아니면 좀 버리고 갈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물이 딱 떨어져서 한 방울이라도 찾기 위해 노력했던 지난 어느 달리기 때를 생각하면 불편함은 조금 참고 아껴먹기로 마음먹었다. 다행스럽게도 심박은 존3를 잘 유지하고 있었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6분 후반대로 속도를 조금 올려 보았다. 운이 좋게도 심박은 살짝만 놀라갔다. 예감이 좋았다. 이 정도에서 갑자기 심박이 존4로 튀어버리고 내려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아직 괜찮은 걸로 봐서는 완주에 대한 희망이 보였다.


10km 지점을 지나면서 에너지젤을 하나 먹었다. 지난 번 25km를 달릴 때처럼 잠깐 멈춰서서 먹을까 하다가 먹는 것도 실전처럼 해야된다는 생각에 처음으로 달리면서 먹어 보았다. 이전에 먹어본 에너지젤은 물보다는 약간의 점성이 있는 정도라서 음료수를 먹는 정도의 느낌이었는데, 이번에 고른 에너지젤은 이것과는 달리 젤리와 비슷한 정도의 질감이었다. 이전에 먹었던 것은 꿀떡꿀떡 넘길 수 있어서 뛰면서 먹기에는 좀 더 편한 것 같았다. 느낌인지 진짜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먹고 나면 왠지 힘이 나는 것 같았다. 더 놀라운 것은 10k가 넘은 시점에서도 많이 힘들지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빨리 뛰지 않은 덕분인 것 같았다. 그렇게 심박도 안정적이고, 호흡도 무리하지 않은 채로 12.5km 지점에 도달했다.


여기서부터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탄천을 따라가는 길이다. 새로운 곳을 달릴 때는 언제나 기대감과 걱정이 교차를 한다. 처음 달리는 그 곳은 어떨까 하는 생각과 함께 탄천 합수부에서 남쪽 방향으로 틀어서 성남 쪽으로 진입을 했다. 다행히도 대부분은 평지였고, 일부 구간에서만 수로 위로 난 길을 통과하는 짧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정도였다. 더구나 동부간선도로의 고가다리 밑을 따라가게 길이 나 있어서, 내리쬐는 햇볕도 막아주는 곳이었기에 더운날에 달리기에는 제격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새로운 코스가 만족스러웠는지 마주오는 러너를 향해 화이팅라고 외치기도 했다. 아차차 왜 그랬나하고 바로 후회를 하기도 했지만, 평소에 안 하던 일을 하고 싶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었다. 드디어 15km가 되는 지점에 도착을 했다. 에너지젤을 하나 더 뜯어먹으며, 온 만큼만 가면 되니, 조금만 더 힘을 내보자고 다짐을 했다. 이쯤되니 힘들기는 했는데, 기분 나쁜 힘듦이 아니라 기분 좋은 힘듦이었다. 그만 두고 싶은 것이 아니라, 지치지만 좀 더 할 수 있는 그런 정도의 피로말이다. 이게 말로만 듣던 러닝하이인가? 이 정도에서 물과 에너지젤만 계속 보급이 된다면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달릴 수 있을 것도 같았다.


돌아오는 길에는 속도를 조금 더 올려도 될 것 같아서, 6분에서 6분 30초 사이의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달렸다. 심박은 존4로 올라갔고, 좀 힘들다 싶으면 존5를, 기분좋다 싶으면 존3를 왔다갔다하기도 했다. 이 정도 거리에서 이 정도 속도로 달리면 항상 힘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오늘은 아직까지 힘이 떨어지는 것 같지는 않았다. 좀 더 달리니 어느덧 20km 지점에 도달했다. 출발한지 이미 2시간은 훌쩍 지났고, 양재천을 달리는 사람도 부쩍 늘어나 있었다. 전반부 10km, 중반부 10km를 이미 넘어섰고, 나머지 후반부 10km만 잘 마무리하면 된다는 생각과 함께 에너지젤과 물 한 모금으로 기운을 보충했다. 안타깝게도 여기서부터는 그늘 한 점 없는 땡볕구간이 대부분이다. 모자와 썬글라스를 챙겨온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흐르는 땀을 닦아 보았다. 초반에 들을 수 있었던 흐르는 물소리나 새소리는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니, 양재천 물은 계속해서 흘러가고 참새는 짹짹 거리고 있었지만, 한 걸음씩 내딛는 것과 폐에 공기를 불어넣는 것에 집중하느라 세상이 돌아가는 것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드디어 서울과 경기도 경계를 지나서 과천에 접어들었다. 시계는 이제까지 달린 거리가 22.5km라고 알려주었다. 시계를 보는 횟수가 점점 늘어간다. 시간이 빨리 흘러 30km라고 알려주었으면 좋겠는데, 볼 때마다 고작 몇 백 미터 밖에 못 가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지칠수록 시계를 자주 본다고 하는데, 내 상황이 여기에 딱 들어맞았다. 점점 지쳐가는 것이 느껴졌다. 드디어 25km가 되었다. 이 이상은 난생 처음 뛰어보는 거리이다. 그러나 달리는 이곳은 내가 수십번도 더 뛰어서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곳이다. 조금만 더 가서 짧은 터널을 지나면 27km 지점, 시내로 접어들어 양 옆으로 공원이 나타나면 28km, 그리고 시에나 대성당을 닮았다고 내가 우기는 과천성당을 만나서 조금만 더 달리면 드디어 목적지인 과천 중앙공원에 도착이다. 머리 속으로 남은 구간을 다시 한 번 생각하며 마지막 구간을 향해 발을 내딛었다. 속도는 6분 초반대, 힘들기는 하지만, 심박은 존5가 계속되지는 않았고, 존5와 존4를 왔다갔다하는 정도였다. 이 정도 속도는 유지할 수 있는 속도라고 판단했다. 온 몸에서 땀이 쏟아져 티셔츠는 이미 흠뻑 젖어버린지 오래이고, 물을 다 먹어버린 빈 플라스크는 당장이라도 버려버리고 싶었다. 다리가 아픈 것 같기도 한데, 여기에서 멈출 수는 없었다. 계속해서 뛰어 갔다.


드디어 마지막 1km를 남겨 놓은 지점에 도착했다. 이 커브만 돌면 저 멀리에 골인 지점이 보이는 직선주로인 곳이다. 진짜 마지막이라는 생각과 함께 젖먹던 힘까지 내보았다. 마지막 100m를 앞두고는 달릴 수 있는 최고의 속도로 뛰어보기도 했다. 어디에서 나온 힘인지는 모르겠지만 끝까지 전력을 다해서 뛰어보았다. 드디어 골인. 땀은 비오듯 쏟아지고 있었고, 물은 없었기에 바로 앞의 편의점에 들러 파워에이드 한 캔을 원샷을 했다. 그러고도 모자라서 하나를 더 먹었다. 30km를 3시간 30분에 걸쳐서 뛰고 난 뒤의 목마름은 난생 처음 겪는 것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한참을 뛰다가 다시 걷는 것을 하니 순간 다리가 적응을 못했다. 한 쪽 다리를 살짝 끌면서 간신히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오늘 뛴 거리에서 12km를 더 달려야 풀코스인데 정말 되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중에 걱정하기로 하고 오늘 하루는 30km 최장거리 완주의 기쁨을 누리기로 했다. 샤워하고 나니 눈이 스르르 감겼다. 원래 낮잠을 거의 안 자는데, 오늘은 어쩔 수 없었다. 내 몰골을 보고 난 가족들 모두가 다행히도 나의 낮잠을 방해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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