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DMZ 마라톤 대회 다음 날부터 네이버, 유튜브의 내 검색어 1등은 풀코스 마라톤이 차지했다. 전통적인 가을 마라톤 대회에는 훈이가 말했던 서울의 JTBC 마라톤과 춘천의 춘천 마라톤 외에 경주의 동아 마라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경주 동아 마라톤대회는 훈이가 참가한다고 이전에 얘기할길래 나도 하프코스로 이미 접수를 해놓았는데 이 정도 위상의 대회인 줄은 잘 몰랐었다. 참가할 수 있는 다른 메이저 대회를 찾아보니, 춘천 마라톤은 진작에 마감 되어 신청할 방법이 없었기에 내가 노릴 수 있는 가을 메이저 대회는 결국 JTBC마라톤의 추가 접수 기회 밖에 없었다. 달리기 시작한지 1년도 채 안 되어 도전한 첫 풀코스 대회를 3시간 30분에 완주했다는 누군가의 후기는 나를 들뜨게 했다. 반대로, 처음 달리기를 시작해서 10km 완주자가 되는 노력을 1이라고 하면, 10km 완주자에서 하프 완주자가 되는 것은 2 정도, 하프 완주자에서 풀코스 완주자가 되는 것은 2가 아닌 4나 6 정도 된다는 누군가의 글을 보고 나니, 괜한 일 하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찌되었건 마라톤 대회 접수에 실패하면 이 모든 기대와 걱정이 필요 없는 일이 되니, 일단 추가 접수의 성공에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 먹었다.
최근 달리기의 폭발적인 인기 때문에 추가 접수가 쉽지 않다는 글도 인터넷에 많이 떠돌았다. 순간 긴장감이 엄습했지만, 내가 누구인가? 명절 기차표 예약, 그것도 가족 4명 모두의 예약을 한 번도 실패한 적 없는 자칭 신의 손을 가진 사람이 아닌가. 대학교 수강신청 때 인기 있는 과목을 번개처럼 낚아채던 경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특별한 비결은 다음과 같은데, 특히 괄호 안이 중요하다. 우선, 예약사이트에 대한 예습이 가장 먼저 필요하다. 대부분의 사이트는 회원가입이 먼저 필요하기에 회원가입은 당연히 미리 해야 되는 일이다(당일 접수하는 도중에 회원가입이 필요한 것을 뒤늦게 알게 되면, 요즘의 마라톤 대회 접수 상황상 그 대회와는 안녕, 내년에 만나자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어떤 정보를 입력하는지도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입력에 시간이 걸리는 정보는 메모장을 이용해서 미리 ctrl c+ctrl v로 대비해 놓으면 된다). 눌러야 하는 클릭 버튼이 홈페이지 어디에 있는지(이거 중요하다, 버튼 찾느라 허비한 1초가 승패를 가르는 경우가 있다), 패키지인 경우 뭘 선택해야 될지(티셔츠 사이즈도 고민하지 말고 품절 아닌 것으로 하자. 대부분의 경우 나중에 수정 가능하고, 만일 수정 안되면 가족에게 깜짝 선물하는 것으로 하면 된다)도 미리 찾아놓아야 한다. 지금까지 나온 사항들을 종합해서 당일에 어떤 순서로 해야 되는지를 머리 속에 그려 놓을 필요도 있다. 신청 단계에서 허둥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임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추가적으로 서버의 시간을 확인해서 접수 시간 정각이 딱 되는 시점에 접수 버튼을 누르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네이버에 서버시간이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사이트들이 많은데, 아무 사이트나 선택하고 그 사이트에 이번 대회 접수 홈페이지 주소를 입력하면 해당 서버의 시간을 알려준다. 서버시간이 핸드폰 시계와는 미세한 차이가 있는 경우가 있어서, 핸드폰 시계보다 이렇게 알게 되는 서버시간이 더 정확하다). 이렇게 하면 준비는 끝이다. 이렇듯 마라톤 대회 접수는 완전한 운이 아니라 약간의 노력을 기울이면 확률을 높일 수 있는 운이라고 하는 것이 보다 맞는 말인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였고, 접수 당일에 무사히 성공할 수 있기만을 바랬다.
드디어 접수일 오전 10시가 다가왔다. 컴퓨터를 메인으로 사용해서 접수하되, 만일 핸드폰이 더 빠르게 접속되는 경우에 대비해서 핸드폰으로도 로그인을 해두었다. 10시가 임박하자 접수사이트의 화면 로딩시간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오늘 쉽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5, 4, 3, 2, 1. 신청 접수 클릭. 역시나 화면은 바로 넘어가지 않고 버벅거리며 멈춘 것처럼 보였다. 조바심이 났지만, 아무 버튼도 클릭하지 않고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보면서 기다렸다. 만일 이 상황에서 뒤로가기 버튼을 눌러버리면 뭔가 일이 꼬이면서 처음부터 다시 접수해야 되는 상황이 생길 수가 있다는 점은 여러 번의 명절 기차표 예약을 통해서 익히 알고 있었다. 초조한 기다림이 몇 분간 계속되었다. 다행히 곧 이어 모니터에는 다음 화면이 보였다. 순서대로 풀코스를 골랐고, 티셔츠 사이즈100을 선택했다. 그 다음으로 결제만 하면 드디어 성공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카드결제창이 뜨지를 않는다. 참가비를 계좌로 송금가능한 대회도 있는데, 이번 대회는 오로지 카드로만 결제가 가능했기에 결제창이 뜨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10분을 기다려도 더 이상의 반응은 없었다. 이상하다는 생각에 마라톤 동호인들이 모여 있는 웹사이트를 찾아보니, 장바구니 순서부터 다시 하면 된다는 글을 발견했다. 몇 번을 반복한 끝에 드디어 결제까지 성공!! 카드 결제문자도 받았으니 성공이 확실하다. 그런데 아쉽게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접수가 성공했으면 접수사이트의 내 계정에 이번 대회 접수 내역이 뜬다고 하는데 나는 내 계정에서 아무런 내역을 찾을 수가 없었다. 얼마 전에 인터넷에서 보았던 내용인, 카드 결제까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접수가 완료된 것이 아니라서 결과적으로는 접수가 취소되었다는 글이 순간 떠올랐다. 주최측에 황급히 전화를 해봤지만, 폭주하는 전화 때문인지 담당자 연결은 되지 않았다. 여기까지 어렵게 왔는데 실패하면 너무 아깝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났다. 때마침 급한 업무가 있어서 업무를 마무리하는 것에 시간을 쓸 수 밖에 없었고, 좀 더 시간이 흘러 점심시간 직전에야 주최측과 1대1 문의를 통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카드 결제가 되었으면 접수가 완료된 것이고, 아마도 오후 늦게쯤 계정을 확인하면 접수완료된 내역이 보일 것이라는 답을 받으니 마음이 놓였다. 업무로 바빴던 몇 시간을 보내고 저녁시간 직전에 확인을 해보니 드디어 접수완료된 내역을 확인할 수 있었다. 휴 소리와 함께 안도감이 들었다.
이렇게 내 마음 속에서는 풀코스 성공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나 보다. 접수 안되면 말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기는 한데, 풀코스 완주에 대한 열망이 스멀스멀 커져서 이거 접수 못하면 어떡하냐하는 조바심까지 났던 것이 틀림없다. 그 덕분에 일이 커졌다. 대회까지 남은 시간은 한 달 보름 남짓. 완주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훅 밀려왔다. 이때까지 내가 뛰어본 최장거리는 25km인데, 풀코스는 42.195km로 거의 두 배나 되는 거리이다. 내가 이 긴 거리를 뛸 수 있을까하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었다.
이럴 때 물어볼 곳은 훈이 밖에 없었다. 당장 훈이에게 카톡을 보냈다. "훈아, 나 추가 접수 성공했는데, 풀코스 준비 어떡하냐?"라고 걱정을 담은 말을 했다. "오, 진짜 축하한다. 엄청난 경쟁을 뚫었구나. 이렇게 된 이상, 무리하지 말고 완주만 한다는 생각으로 하면, 부담없이 기분좋게 뛸 수 있을거야. 25km까지 뛰어봤다고 하니까, 대회 전에 30km, 35km 한 번씩 뛰어보면 나머지 7km는 대회 기운으로 충분히 달릴 수 있으니까 완주는 당연히 가능하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 나는 완주를 목표로 하는 것이지, 기록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닌지 않은가? 기록에는 신경쓰지 말고 완주를 목표로 하면 해볼만 하겠다라는 생각에 지금까지 했던 걱정이 다소 누그러졌다. 그렇기는 하지만, 한 달 보름 준비해서 풀코스를 나간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도전이었는지는 그 때는 생각을 못했었다. 풀코스 대회장에 서기 전까지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