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다가도 싫고, 싫다가도 좋아지는
내 머릿속엔 TV 여러 대가
동시에 켜져 있는 것 같다.
한 화면에선 “산책 나가자!” 하고
맑은 하늘을 비추는데
다른 화면에선 “침대가 너를 부른다”며
이불속으로 파고든다.
볼륨은 또 왜 이리 큰지
각자의 주장을 쉴 새 없이 외쳐댄다.
한 채널은 설레고 다른 채널은 귀찮고
또 다른 채널은 ‘괜히 불안해’ 자막을 띄운다.
리모컨은 어디 있는지 모르겠고
채널은 계속 돌아가고
나는 하루 종일 머릿속 거실을 배회한다.
이런 혼란은 일상 곳곳에서 튀어나온다.
맛있는 밥을 먹으면서는 “행복해!”를 외치다가
다 먹고 나면 “왜 먹었지......” 하며 배를 두드린다.
기다리던 약속이 생기면
좋으면서도 막상 나가기 싫고
약속이 취소되면
시원 섭섭을 넘어 은근히 서운하다.
좋아하는데 싫고
싫은데 또 좋고
내 마음은 늘 직진이 없다.
늘 유턴 중이다.
처음엔 이런 나 자신이 답답했다.
왜 이렇게 마음이 오락가락할까?
줏대도 없어 보이고 감정 기복도 심하고
혹시 이중인격 아니야? 하고 괜히 의심도 했다.
그래서 진지하게 검색해 봤다.
“동시에 여러 감정을 느끼는 나, 비정상인가요?”
그랬더니 나만 그런 게 아니더라.
인터넷에는 나 같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좋아 죽겠는데 왜 짜증 나지’
‘친구 만나고 싶은데 나가기 귀찮음’
‘밥 먹으면서 다이어트 고민하는 중’ 같은
글들이 넘쳐났다.
그제야 마음이 좀 편해졌다.
이 복잡한 감정들
나만 겪는 혼란이 아니었구나.
사람 마음이란 게
원래 단선으로만 흐르지 않는 거였다.
이걸 알고 나서부터는 마음이 조금 너그러워졌다.
내가 느끼는 이 모순 가득한 감정들은
흠이 아니라 사람이라서 가능한 경험이었다.
사랑하면서도 지칠 수 있고
그립지만 거리를 두고 싶을 수도 있고
행복한데 동시에 불안할 수도 있는 것.
감정은 하나만 고르는 시험 문제가 아니니까.
모두 정답일 수도 있고
아무것도 틀린 게 아닐 수도 있는 거다.
지금도 여전히 머릿속 TV들은
각자의 프로그램을 송출 중이다.
어느 날은 기쁨 채널이 주도권을 쥐고
어느 날은 불안과 의심이 번갈아 리모컨을 잡는다.
그 모든 방송을 끄지 않고 그냥 두기로 했다.
잠시 음소거하거나 화면을 작게 줄여둘 뿐.
나는 이제 안다.
양가감정을 느끼는 나는 줏대 없는 사람이 아니라
다양한 감정을 품을 수 있는 사람이다.
조금 복잡할 뿐이지, 고장 난 건 아니고
살짝 예민할 뿐이지, 틀린 건 아니다.
그리고 그런 나를
이제는 꽤 괜찮게 여긴다.